가.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좀 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률 등으 로 대표되는 뉴노멀 경제(new normal economy)가 고착화되는 경 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0%로 2011년 3.1%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소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 지만, 현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부진이 이어지자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고 있 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관세장벽이 확산되는 등 보호주의가 강 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7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내세우며 수입제한, 고율의 관세 부 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 시행, 비관세장벽 확대 등 의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더 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보호무역주의적 흐름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의 무
역 분쟁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헤게 모니를 놓고 다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을 가 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으며, 양국이 세계경 제에 차지하는 비중, 위상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 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양상은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한국경제는 국제무역 확대를 배경으로 빠른 발 전을 이루어 온 만큼, 보호주의 대두에 따른 국제무역의 위축 가능 성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양국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난처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도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양상은 향후 남북경협 추진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남북경협 과정에서 북한에 무관세 혜택을 제공해 왔는데, 이는 국제 기준에서 볼 때 문제의 소지를 갖 고 있으나, WTO 회원국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 미미한 수준의 무 역 규모 등을 고려하여 이를 문제 삼지 않아 왔다. 하지만 보호주의 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교역규모가 확대될 경우, 한국의 최 혜국 대우 위반 문제를 제기하는 국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47) 따라서 이러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남북경협을 보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47) 이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임수호 외, 남북한 CEPA 체결의 중장기 효과 분석 및 추진 방안 연구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 75를 참조할 수 있다.
나.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상하는 단계 에서부터 생산하여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단계까지의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48) 그리고 글로벌 가치사슬은 하나의 상품을 생산 하는 과정이 여러 국가 또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글로벌 분업체계 를 지칭한다. 이러한 글로벌 분업체계 하에서 각 지역 또는 국가는 자신이 지닌 기술력, 저임 노동력, 풍부한 자원 등의 비교우위를 살 려 생산 과정 중 일부를 담당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ICT)의 발달과 그에 따른 국가 간 운송비 절감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었으며, 기업들은 이를 활용하여
‘아웃소싱(outsourcing)’과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통해 최적 의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혜택은 선진국 기업들만 향유한 것은 아니다.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보유한 개도국들도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에 편입되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상 당한 경제적 편익을 얻어 왔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이 글로벌 가치사 슬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8) 김주권,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진입전략 및 정책적 시사점 연구(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 38.
<그림 Ⅲ-9> 스마일 곡선: GVCs에 따른 부가가치
자료: 전응길, “무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글로벌 가치사슬’,” 나라경제, 2013년 5월호 (2013), p. 42.
<그림 Ⅲ-9>는 1970년대와 2000년대 가치사슬 활동별 부가가치 수준을 나타낸 것인데, 1970년대와 비교해 2000년대 가치사슬은 생 산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R&D, 디자 인, 물류, 마케팅, 서비스 등 생산 전․후 무형 활동 단계에서 발생하 는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오늘날 개발도상국이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단순 가공 중심으로 글로벌 가 치사슬에 참여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 제 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따라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부가가치가 큰 부 문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 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남북경협 추진 과정에서도 염두에 둘 필요 가 있다.
<그림 Ⅲ-10> 총수입 대비 중간재 수입 비중
(단위: %)
자료: OECD STAN database: 최기산․장태윤, “글로벌 가치사슬의 현황 및 시사점,” 국제경제 리뷰, 2018-11호 (2018), p. 6에서 재인용.
주: 무역통계에는 상품만 포함되어 있으며, 자료 확보가 가능한 81개국의 평균임.
한편, 2000년대 빠르게 확산되던 글로벌 가치사슬은 2010년대 들 어와서는 약화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그림 Ⅲ-10>은 세계의 총수입 중에서 중간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인 데, 2000년대에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0년대 들어와 빠르게 하락 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이처럼 2010년대 들어와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는 배경 으로는 앞서 본 것처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 과정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베트남 등이 저부가가치 조립가공 중심의 무역에서 차츰 벗어나 중간재 국 내 생산 및 수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 동남아 국가의 임금상승 으로 선진국-개도국 간 생산비용 격차가 축소되어 선진국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유인이 줄어든 점 등을 들 수 있다.49)
이에 따라 해외에 진출했던 선진국 제조업 기업이 본국으로 회귀
49) 최기산․장태윤, “글로벌 가치사슬의 현황 및 시사점,” 국제경제리뷰, 2018-11호 (2018), pp. 11~14.
(reshoring)하거나 본국 주변지역으로 근접회귀(nearshoring)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인건비가 더 저렴한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 기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다. 극동 지역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주변국
최근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은 자국 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극동 지역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먼저 중국은 동북지역에 서 일대일로 전략, 동북지구진흥계획, 창지투개발개방선도구계획, 13차 5개년 계획, 광역두만강개발개방계획(Greater Tumen Initiative:
GTI) 등 다양한 국가적 차원의 발전계획을 추진하면서 동북지역 개 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 일대일로 관련 부분을 간략히 살펴본다.
<그림 Ⅲ-11> 중․몽․러 경제회랑의 주요 노선
자료: 이현주 외, 일대일로에 대응한 초국경 개발협력 추진전략 연구: 중․몽․러 경제회랑을 중심으로(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 19.
시진핑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발전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 략을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란 중국이 기존의 동부 연해 지역 중 심의 대외개방 전략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과 육상․해 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통합을 이루고자 추진하고 있는 국가 적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는 6대 경제회랑 건설인데, 이 중 하나인 중․몽․러 경제회 랑이 동북3성 지역을 무대로 추진되고 있다.50)
중․몽․러 3국은 2016년 6월 회담을 통해 중․몽․러 경제회랑 건 설에 합의했다. 3국은 교통 인프라 구축, 국경 통과 지점 현대화, 무 역․세관업무․검사․검역협력, 과학기술 협력, 산업협력, 에너지 협 력 등과 관련된 32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51) 중․몽․러 경제회랑에서는 이미 시험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으며, 6대 경제회랑 중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추진될 회랑으로 주목받고 있다.
3국이 중․몽․러 경제회랑 건설을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은 결국 이것이 3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3국 간 협력이 강화되면 중국은 러시아와 몽골의 자원을 경제개발에 활용하고, 국내 경제구 조를 조정할 수 있으며, 동북지역 개발을 모색할 수 있다. 또 몽골은 광산품을 러시아와 유럽에 수출할 수 있고, 중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며, 러시아는 몽골을 경유한 에너지 시장 개척 등 을 기대할 수 있다.52)
한편 러시아는 신(新)동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는 신동방정
50) 나머지 5개의 경제회랑은 ① 신유라시아 대륙교량, ②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경제회랑, ③ 중국-인도차이나 반도 경제회랑, ④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⑤ 방글 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이다.
51) 서종원 외, 중국 동북지역과 연계한 남북중 신(新)인프라 전략 연구 - 한반도 신경제 지도와 중국 일대일로 연계를 중심으로(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교통연구 원, 2017), pp. 58~59.
52) 이현주 외, 일대일로에 대응한 초국경 개발협력 추진전략 연구: 중․몽․러 경제회랑 을 중심으로(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