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정부의 남북경협 추진 의지 강화
남북경협과 관련하여 국내 경제 환경 중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정부가 남북경협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남북경협의 핵심 과제인 한반도 신경제 구상 실행을 통해 한반도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9) 남북경협이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수 준을 넘어서,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남북경협을 신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상실하여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 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Ⅲ-1>은 200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나타낸 것인데,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 왔으며, 2011년부 터는 3% 내외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대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겪었음 에도 연평균 6.7% 성장했던 1990년대는 물론, 2000년대(4.4%)에 비해서도 1%pt 낮아진 3.4%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연 구에 따르면, 현재 3%대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대에는 2%대로, 2030년대에는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10) 이에 따라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었던 과정을 그대로 답습
9)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서울: 진한엠앤비, 2017), p. 131.
10) 김성태 외,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위한 거시경제 변수 전망(세종: 한국개발연구원, 2017), p. 80.
하면서 한국경제 역시 저성장 구조로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림 Ⅲ-1> 200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
자료: 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 (검색일: 2018.9.1.).
한국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이다. 2000년 64만 명에 달했던 출생아수는 2017년 35.8만 명 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 합계 출산율11)은 1.05명으로 출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그림 Ⅲ-2> 참 조).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처음으로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전년 3,631만 명에서 3,620만 명으로 감소하였으며,12) 앞으로도 생산가
11)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
12) 통계청, “2017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 통계청 보도자료, 2018.
8.27., p. 2,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jsp?num=179845>
(검색일: 2018.11.5.).
능인구의 감소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전 되고 있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12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어섬에 따라13) 한국 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림 Ⅲ-2> 2000년 이후 한국의 출생아수 및 합계출산율
(단위: 명)
자료: 통계청, “2017년 출생 통계(확정),” 통계청 보도자료, 2018.8.22., <http://kostat.go.kr/portal /korea/kor_nw/1/1/index.board?bmode=read&bSeq=&aSeq=369566&pageNo=3&row Num=10&navCount=10&currPg=&sTarget=title&sTxt=2017> (검색일: 2018.10.5.).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향후 복지수요를 증가해서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소비활력 저 하, 주택건설 투자 감소 등을 통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 추계 결과에 따르면,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연간 0.1%포인트 줄어들면 연평균 투자는 0.96%, 노동 은 0.22%, 총 요소 생산성은 0.07%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국내 총 생산(GDP)이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4)
13) 위의 자료, p. 2.
14) 김원규․황원식 공저, “저출산․고령화 시대, 산업 정책적 대응 강화 필요,” I-KIET 산업 경제 이슈, 2017-15호 (2017), p. 7.
합계출산율(우축) 출생아수(좌축)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이 더 이상 성장을 주도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 역시 향후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 생산을 강조하고 무역불균 형 조정에 나섬에 따라 세계경제가 교역을 통해 성장하기 어려워진 데에다,15)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갈수록 좁혀짐에 따라 우리나라 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수출주도형 성장을 지속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을 이처럼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 에 직면해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 중 하나로 삼으려 하 고 있다. 이는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해제됨에 따라 남북경협이 재 개될 경우, 정부가 경협 사업의 규모를 크게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과거와 같은 규모의 사업 만 추진해서는 남북경협을 한국경제의 성장 모멘텀으로 삼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훨씬 큰 규모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표 Ⅲ-1> 개성공단 투자규모
(단위: 억 원) 투자
주체 정부 한국전력 KT 토지공사 산단공 민간기업 계 금액 2,587 480 94 1,226 210 5,613 10,210 자료: 임강택․이강우, 개성공단 운영실태와 발전방안: 개성공단 운영 11년(2005~2015)의
교훈(서울: 통일연구원, 2016), p. 12.
주 1: 2015년 12월 31일 기준 누적액.
주 2: 민간기업 투자규모는 기업창설등록원부 상 투자 승인 된 금액 기준임.
과거 대표적으로 추진된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 사업도, 10년 동안 약 1조 원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데에 그쳤다(<표Ⅲ-1> 참조).
15) LG경제연구원, “2017-2021 중기경제전망,” 2017.4.27., p. 9, <www.lgeri.com/report /view.do?idx=19572> (검색일: 2018.7.14.).
이는 연간 400~500조에 달하는 국내투자 또는 400억 달러를 상회 하는 해외직접투자 규모와 비교해 보면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 다. 물론 북한의 경제 규모가 남한에 비해 현격하게 작은 까닭에 이 정도의 투자도 북한 경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한 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개성공단 사 업이 제3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를 대체한 것을 전제로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경협은 한국 국내총생산을 0.02% 증가시키는 데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16)
경협이 사업 규모를 10년 전에 비해 대폭 확대하는 형태로 추진될 경우, 사업 추진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우선 남북경협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확대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의 중 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17) 경협 규모가 확대된 상황에서 2016년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그것이 한 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2016년 당시와 달리 상당히 커질 수밖 에 없는 만큼,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라는 정치적 변수의 영향을 최소 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또한 정부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 이 높다. 경협 규모가 확대된다면, 정부가 개별 경협 사업에 관여하 는 범위는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정부는 개별 사업에 관여 하기보다는 기업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데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재 정 측면에서의 제약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처럼 남북경협 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확대되고, 민간의 역할이 커짐
16) 신석하, “남북경협의 직접적 경제효과,” 북한경제의 변화와 남북한경제통합 분석
(세종: 한국개발연구원, 근간), p. 306.
17) 이석, “새로운 남북경협의 가능성: 특징과 쟁점,” KDI 북한경제리뷰, 2018년 8월호 (2018), p. 15.
에 따라 개별 사업의 경제성 측면이 보다 중시되는 양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한 기업들
남북경협이 정체되어 있던 지난 10년 사이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직 접투자 규모는 투자 금액 기준으로 2006년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 하였으며, 이후에도 빠른 증가세를 보여 2017년에는 437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1년 사이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국내투자에 비해서 훨씬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림 Ⅲ-3>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
(단위: 억 불)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http://stats.koreaexim.go.kr> (검색일: 2018.9.3.) 주: 투자금액 기준임.
이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데에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측면과 함께 국내 기업 환경이 갈수 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2017년 대한무 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기업은 대체로 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겨냥하여 해외에 진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18)
KOTRA에서 2014년 중국 및 동남아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해외진출 동기로 ‘한국의 경영환경 악화로 더 나은 여건을 찾아서 생산기지를 이전’을 꼽은 기업이 48.6%, ‘현지 내수 시장 개척’을 꼽은 기업(34.6%, 복수응답 가능)보다 많았다.19) 보호 주의가 강화됨 속에 갈수록 현지 시장진출을 위한 해외직접투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비용의 생산기지를 찾아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기업들이 북한을 새 로운 투자처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 한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보유하 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결정요인에 대한 선행연구에 따 르면, 개도국으로의 투자 시에는 시장규모, 임금수준, 기술수준 등 이 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20)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은 기업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우선 노동력은 여타 개도국에 비해
18) 최윤정․김수연, “우리 기업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분석과 시사점,” Global strategy report, 17-004호 (2017), p. 34.
19) 문종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현황과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가능성,” 대외경제정책연 구원 발표자료, 2017, p. 73.
20) Jungmin Kim and Dong Kee Rhee, “Trends and Determinants of Korean Outward FDI,” Copenhagen Journal of Asian Studies, Vol. 27, No. 1 (2009), pp. 126~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