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을 민간 주도로 추진한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크 게 축소된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절대적인 규모로 볼 때, 정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역할 분담의
문제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이 다방면에서 효과적으로 추 진되도록 하기 위한 당국차원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고 려해야 한다.
시장친화적인 남북경협방식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남북 당국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남북 경제교류협력에 ‘시장의 규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조정자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소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경제협력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 남북 당국 간 협의기구 로 10․4선언에서 합의했던 “부총리급 남북 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일차적으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대부분 해제되어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 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협력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 경제협력의 거시적인 틀을 마련하는 것에서 부터, 주요 협력사업의 진행상황을 점검 평가하고 정부차원에서 보 완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한 협의와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공동위 산하에는 주요 협력부문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분과별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통과 물류협력, 문화와 관광협력, 에너지와 자원협력, 환경과 보건의료협력, 농수산 협력, 과학기술과 통신협력, 제도개선, 국제협력 등으로 분과를 구 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는 경제협력공동위원회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 하고, 다양한 부처의 업무들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며, 민간부문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서 북한과의 협력사업들을 종합적․체
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전문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조직은 추진할 사업의 성격 규명에 따라서 공사의 형태(예를 들면 ‘남북교 류협력공사’)를 띨 수도 있고, 정부의 조직 형태(예를 들면, ‘남북교
류협력청’)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경제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포괄적 경제협정의 체결
경제협력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시장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는 남북 간 교류협력을 제약하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는 것에서부 터 교류협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남북 당국이 경제협력 방향, 추진 방식과 대상 영역 등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 본적인 합의 사항들을 도출해야 한다.
남북 당국이 경제협력의 방향성과 기본 틀에 대해서 합의하게 되 면 이를 문서로 담아낼 협정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포괄적인
경제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다. 국내 학계에서 CEPA
라는 이름으로 논의되고 있는 경제협정은 교류협력을 촉진하기 위 한 법적 기반을 구축한다는 측면에 더해서, 향후 남북경협이 본격화 될 경우에 대비한다는 점과, 북한경제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남북시장의 통합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 등으로 그 필요성이 강조 되고 있다.97) 이 중에서 남북한 경제거래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특혜적 조치를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 GATT/WTO의 최혜국대우 의 무 및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97) 임수호, “남북한 CEPA 체결의 의의와 추진방향,” (INSS 전략보고, 2018.10.10.), pp. 3~4. <http://www.inss.re.kr/contents/publications_js.htm> (검색일: 2018.
10.11.).
때문에 FTA의 한 형태인 CEPA를 체결하여 논란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남북이 ‘포괄적 경제협정’ 체결을 통하여, 초기단계의 자유무역협 정의 성격을 담아내고, 남북관계와 북한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점차 그 수준을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기존 에 합의한 ‘4대합의서’의 시행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데에서 주력 하면서, 교역과 투자의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상대방의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데 합의할 필요가 있다.98)
남북이 상대에게 개방하는 시장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는 것은, 초기에는 북한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북한주민과 기 업들의 수요가 큰 부분을 중심으로 개방 가능성을 타진하고, 남북한 시장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비대칭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소비재 상품시장, 생산재 시장, 노동시장, 금융서비스시장 등을 북측에 개방하되 농수산물과 같이 우리 경제주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점진적으 로 개방하는 것이다. 반면에 북한의 시장은 소비재 상품 시장과 원 부자재 시장에 진출하는 정도에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북한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 고, 점차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98)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임수호, 남북한 CEPA 체결의 중장기 효과 분석 및 추진 방안 연구, pp. 2~1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