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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모색

여기에서는 지나친 정부 주도 등 이전 남북경협 정책의 여러 특징 들을 초래한 남북경협 전반과 민간 남북경협, 그리고 정부 간 남북 협력사업 등에 관련된 남북경협론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다.

가. 남북경협 전반: 남북경협의 정상 거래화를 통한 민족 간 거래의 특수성 활용

남북경협은 서로 다른 국가들 간의 경제적 거래와는 다른 민족 내 부에서 이루어지는 특수한 형태의 경제관계라는 인식은 남북한 경 제협력의 추진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뒤에서 검토 할 유치산업론이나 통일을 위한 투자론이 주로 남측에서 남북경협 을 추진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되었다면 남북경협 특수성론은 남북 한 양측이 공유한 인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민족내부 거래로서의 남북경협론은 남북한 간의 무관세 거래의 근거로도 활용되고 있는 바, 이 부분은 현재까지는 국제사회에서 큰 문제로 제기되지는 않고 있다. 과거 동서독 사이의 거래가 민족 내 부거래라는 명목으로 무관세로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통하여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 에 대해서 무관세로 거래하기도 하기 때문에 무관세 거래 자체가 남 북경협을 크게 왜곡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남북경협 특수성론이 국가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거래와는 달라야 한다거나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의 근거가 되었다는 점이다. 즉, 북측에서는 거래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 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근거 논리로 활용되었으며, 남 측에서는 경제적 계산에 충실하지 않은 남북경협 사업이나 사업방 식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물론, 민족 특수성에 대한 고려는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 한 사업을 성사시키는 작용을 한 측면이 있다. 개성공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족 간에 이루어지는 특수한 사업이라는 특성을 제거하 고는 개성공단의 추진과정이나 이후의 작동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남북경협의 특수성론이 개성공단 성공의 한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하는 것을 제약 하기도 했다. 외국 기업의 유치 등을 통한 개성공단의 국제화 정책 은 개성공단의 운영을 지배하는 민족 특수성론에서 벗어나고자 하 는 시도라고 볼 수도 있다.

남북경협의 민족 특수성론은 남북경협이 남북한 간의 오랫동안의 갈등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추진되었고, 그에 따라서 경제성보다는 사업의 추진 그 자체가 의미가 있던 시기에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작 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한이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경협을 추진할 역량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의 경험과 성공을 축적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원칙을 보완할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였고, 남북경협 특수성론이 암묵적으로 이 역할을 담 당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민족 내부 거래라는 특수성이 상호 이 익이 되는 경제적 거래라는 보편성을 훼손시키면서 관철되게 되면 민간 주도에 의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경협에 대한 정부 주도는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민간 주도의 남북경협을 통하여 남북한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의 기본 성격을 종래의 민족 내부의 특수한 거래 가 아닌 국가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전환해야 한다. 남북경협이 이 렇게 규정되면 북측이 여타 국가와의 경제관계와 달리 남북경협에 서만 시장 경제 원칙을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남측에서도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남북경협이 구상되고, 추진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남북경협의 국제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도 남북경협에 대한 접근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국제문제가 된 북한 핵문제의 진전 이후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과의 경제관계는 과거에 비해 훨씬 국제적 성격이 강화될 것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남한의 독점적

지위도 크게 약화될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남북 경협을 정상 거래화 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같은 방식 의 민족 내부 거래는 더 이상 용인되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남북경 협의 기본 성격을 시장 원칙이 관철되는 국가 간의 정상적인 거래로 전환하지 않고 과거와 같이 특수한 형태의 거래로 남겨둘 경우 북한 시장에서 남한 자본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이 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남북경협을 주도할 민간 기업 및 자본이 북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남북경협을 정상적인 거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의 국가 간의 정상적 거래로의 전환은 북한의 제도개편 을 활용하고, 이를 더욱 추동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새로운 경제 관리 방식(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을 도 입하여 국영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내․외부 시장 대상 생산․판 매, 독자적 무역권, 외부자본과의 합작․합영권을 제도적으로 보장 하고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조건하에서 남북경협을 국가 간 통상적 경제적 거래로 규정하게 되면 내각소속 중소규모 직영기업 이 남한기업과 직접 무역이나 합작․합영 사업을 할 수 있고, 또 요 구할 수 있다. 반면 남북경협을 여전히 민족 간 특수거래로 규정하 게 되면 내각소속 기업과 직접 거래는 불가능하며 과거처럼 남북관 계를 관장하는 기관을 통한 협력사업만 가능하게 된다.

남북경협을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경제적 거래로 규정한다고 하더 라도 민족내부의 특수한 거래라는 특수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특수성을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남북경협의 특수성 그 자체가 아니라 이 특 수성이 구현되는 방식과 목적이다. 과거에는 이 민족 특수성이 경제 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거나 경제성이 없는 남북경협 사업을 구상

하고, 추진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었으며, 따라서 상호 이익이 되 는 경제적 거래라는 보편성과 충돌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향후에는 남북경협의 민족 특수성은 남북경협에 대한 남한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된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새롭게 열린 경제적 공간에서 남북한이 주도적 지위를 창출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남한은 북한 에 투자 가능한 자본의 규모나 그 조건 등에서 대북 투자의 잠재적인 경쟁자인 중국 등에 비해서 경쟁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남북경협은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관계와는 달리 민족 내부에서 이 루어지는 경제관계이며, 이 때문에 단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중장 기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한 협력사업의 추진이 가능하다. 남북경협의 민족 특수성은 통상적인 국가 간의 경제관계에서는 구축이 불가능 한 중장기적인 이해관계, 즉 분업구조를 남북경협을 통하여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남북한 모두 언젠가는 통일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남측과 북측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의 경제적 발전을 최대화할 잠재력이 있다. 남 북한이 신뢰를 형성하여 남북경협을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투자 활동을 조정해 나갈 수 있 다면 남한기업 혹은 자본은 전략적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남북경협의 특수성은 정상적인 경제적 거래를 무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적 거래를 통하여 남북한이 중장기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조건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남북경협의 민족 특수성이 긍정적인 특성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및 국가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 북한의 정상국가 화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사업은 이런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시장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경제 운영에 필요한 제도 구축 및 관련 인력 양 성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 민간경협: 유치산업론 ․ 공공재론에서 벤처비즈니스적 접근으로

남북경협 유치산업론 혹은 공공재론은 남북경협 초기 북한의 대 외경제관계 수용역량이 열악하고 정부가 경협을 주도하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남북경협은 당장은 기반시설 미비 등으로 수익을 내 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여지가 크므로 정부의 육성 및 지 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대북투자는 당장은 적절한 수익을 보장 하지 못하지만 남북한 경제통합 및 통일에 기여하므로 공공재로 간 주(통일을 위한 선투자론)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민간에만 맡겨두면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보다 작은 규모의 대북 투자나 경협이 이루어지므로 정부 지원을 통해 적절 규모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치산업론에 입각한 남북경협은 경협 초기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유치산업론이나 통일을 위한 선투자론에 입각하여 정부가 남북경협을 주도함으로써 남북경협이 대내외 정치역학에 크 게 영향을 받게 만들었고, 이는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이 이윤 목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을 정부가 지원을 매 개로 주도함으로써 남북경협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성격을 띠게 되 었다. 정부재정 및 공적자금의 지원은 통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데 남북경협이 정부통제를 전제로 출발함에 따라 그 이후에도 정치 적 성격을 탈피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남북경협이 남북한 간 정치․군사적 관계 변화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안정성 과 지속성이 요구되는 경제협력, 특히 투자를 수반하는 산업협력에 큰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지원을 전제로 경제성 없 는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에 따라 남북한 모두에 역 효과를 초래했다. 남한에서는 남북경협이 마치 공적 사업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