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북한경제의 현황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북한경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제자리걸 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Ⅲ-4>는 한국은행이 추계한 북한의 실질 GDP와 1인당 실질 GDP의 추이를 2005년을 100으로 하여 지수화해 나타낸 것이다. 2017년 실질 GDP 지수는 102.8, 1인당 실질 GDP 지수는 96.8로, 12년 사이 경제규모는 불과 2.8% 증가하는 데에 그쳤고, 소득수준은 오히려 3.2% 하락한 것으 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Ⅲ-4> 북한의 실질 GDP 추이(2005년=100)
자료: 한국은행 <www.bok.or.kr> (검색일: 2018.9.2.)
비교 기준 시점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인 2011년으로 잡 아도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6년 사이 실질 GDP는 2.6% 증가하고, 소득수준은 0.4% 하 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실적이 저조 하게 나타나는 데에는 2017년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3.5%
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2016년 3.9%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실질 GDP 지수는 106.5, 1인당 실질 GDP 지수는 100.8 로 상승하였으나, 2017년에는 2000년대 들어와 가장 저조한 성장률 을 기록하여 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저소득국가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남북 간 경제력 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남 한 대비 북한의 1인당 실질 GNI(Gross National Income, 국민총소 득)는 2005년 5.5%에서 2017년에는 4.3%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의 추계를 기준으로 보면, 북한 경제는 계속해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북한경제의 실제 상황은 이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한국은행의 성장률 추정 결과가 북한경제의 변화를 과소평 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추정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예전부터 있어 왔다. 매우 제한된 자료에 근거해서 추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010년대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광업 부 문의 성장률이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기타 서비스 업의 성장 정도 역시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왔다.26) 그리고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17년의 성장 둔화를 반영하더라도 2% 내외 수준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경제 상황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는 몇몇 정황적 근거도 북 한경제의 실제 상황이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성장률 추계치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언론, 책 등을 통해 소개 되는 평양의 변화상은 북한 경제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무색케하고 있다.27) 또한 북한 상품, 특히 의류, 신발, 화장품을 비롯한 경공업 제품의 질적 수준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어 이제 중국산 제품을 일부 대체하고 있으며, 식량 사정이 과거보다 나아져 주민들의 식생활 수 준이 향상되고 있는 등 북한의 생산 역량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 경제의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 결과 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28) UNICEF(United Nations
26) 홍제환, 김정은 정권 5년의 북한경제(서울: 통일연구원, 2017), pp. 26~29.
27) 물론 평양 외 지역 상황은 변화하는 평양의 모습과는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 것임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28) 이에 관한 내용은 홍제환, “UNICEF 조사 결과로 본 북한 민생 실태,” (통일연구원
International Children’s Emergency Fund, 유엔아동기금)는 저 개발국에서 민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MICS(Multiple Indicator Cluster Survey)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2009년 조사 이후 8년 만인 2017년 조사가 이루어져 최근 북한 민생 상황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중 영유아 영양상태에 대한 조 사 결과를 보면, 예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세 미만 영유아 중 만성 영양부족(chronic malnutrition) 상 태29)에 있는 영유아의 비율은 민생 실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데, 북한에서 이 비율은 2004년 37.0%, 2009년 32.4%, 2012년30) 27.9%로 꾸준히 하락해 온 데에 이어, 2017년 조사에서는 19.1%를 기록했다. 이는 방글라데시(36.1%), 인도(38.4%), 캄보디아 (32.4%), 미얀마(29.4%), 필리핀(33.4%) 등 아시아의 다른 개발도 상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12년과 2017년을 비교해 보면, 8.8%pt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김정은 시대 경제가 거의 정체된 것으로 나타나는 한국은행 추계와 대비된다.
정리하면, 북한경제는 한국은행 추계 상에서는 계속해서 정체 국 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러 정황적 근거에 기초해서 볼 때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 된다. 다만 2017년 한국은행 추계치가 보여주듯이, 북한경제는 대 북제재로 인해 어느 정도 타격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대북제
Online Series CO 2018-32, 2018.7.19.), pp. 3~5, <http://www.kinu.or.kr/www/
jsp/prg/api/dlV.jsp?menuIdx=278&category=22&thisPage=1&biblioId=1500399>
(검색일: 2018.9.5.).를 주로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29) 이는 연령에 비해서 성장이 과도하게 더딘 상태를 지칭하며, 영유아가 장기간 충분한 식량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 발생한다.
30) 2012년 조사 결과는 MICS 결과가 아니라, WFP(세계식량계획), FAO(식량농업기구) 등의 지원 하에 실시된 영양평가(National Nutrition Survey)의 결과이다. 두 조사 는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상호 비교에 활용할 수 있다.
재가 완화 내지 해제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산업정책
김정은 시대 북한 산업정책의 기본 방향은 김정일 시대와 다르지 않다. 전력․석탄․금속․철도 수송 등 4대 선행 부문을 정상화하고, 경공업 및 농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원이 배분 되는 양상을 보면 김정일 시대와 다른 면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인민생활 관련 부문의 육 성이 한층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 당국은 4대 선행 부문에 대한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대신 인민생활과 관련된 부문, 특히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되는 경공업 부 문에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국가가 모든 국영 기업에 투자 재원 및 원부자재를 공급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경공업 중에서도 학생용품, 식용품 등 국가가 공급을 책임질 분야를 선정하여 이 부문에 국가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서 생산하는 방 식을 택하고 있다.31)
이러한 양상은 산업별 성장률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 림 Ⅲ-5>는 한국은행이 추계한 북한의 산업별 성장률 통계를 이용 하여, 김정은 집권 직전인 2011년 산업별 부가가치를 100으로 놓고 그 변화 추이를 나타낸 것인데, 인민생활과 가장 관련된 경공업 및 농림어업 부문의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면, 중화학공업은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
31) 이석기‧변학문‧나혜선 공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산업 및 산업정책(세종: 산업연 구원, 2018), pp. 53~54.
<그림 Ⅲ-5> 김정은 시대 북한의 산업동향(2011년=100)
자료: 한국은행 <www.bok.or.kr> (검색일: 2018.9.2.)
한편, 2017년부터는 중화학 분야 중 소재 부문에 대한 대규모 설 비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2) 금속 및 화학 소재의 공 급 부족은 전력 부족과 함께 북한 산업 성장을 제약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공급량 확대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북제재로 인해 수입마저 여의치 않자 설비투자 를 재개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정권은 국산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 이고 있다. 2013년부터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와 더불어 북한 내 에서 소비되는 중국산 경공업 제품을 국산품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 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산화에 대한 강조에서 점차 북한의 전통적인 모토인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논조가 다 소 바뀌고 있는데,33) 이러한 변화는 2016년 초 ‘자강력 제일주의’를
32) 위의 책, p. 45.
33) 위의 책, p. 60.
내세우면서부터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무래도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국제적 고립이 가속화되는 환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산화 정책은 과학기술 중시 정책과 결합되어 추진되고 있다. “자 강력 제일주의의 기치 아래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건설을 다그쳐 나 가려는 것이 조선노동당의 정책”34)이다. 이에 따라 탄소하나(CO)화 학공업을 발전해 원유 대신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활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등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기반으로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국산화 정책은 일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가공 식품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는 북한 제품이 중국 제품 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국산 장비를 이용한 설비 현대화, 기계‧장비류 개발 등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5)
하지만 설비의 국산화는 북한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 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북한과 같은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국산화보다 저임금의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경공업 제품 수출에 주력함으로써 빠른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발전 패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36) 이러한 정책이 북한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다. 시장화의 진전
(1) 시장화의 확대 양상김정은 시대 시장화는 더욱 진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식시장
34) “국산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선신보, 2016.3.7.
35) 이석기‧변학문‧나혜선 공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산업 및 산업정책, p. 71.
36) 홍제환, 김정은 정권 5년의 북한경제, p.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