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사-안보분야에서의 미국의 역할
탈냉전기 세계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을 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미국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 기 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마 련되어야 한다. 북한은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시설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미사일협상에서는 북한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통 제지침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고 미사일 개발·수출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및 수출 중단에 합의한 후에도 미국은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재래식 군비통제에 관한 협상은 남북한 과 미국 3자가 합의점을 찾기 용이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부터 단계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상징적인 수준을 넘어선 군비통제 문제는 남북한 이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이후에나 그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게 될 것 으로 보인다.
재래식 군축협상은 남북한의 전력구조를 공격형에서 방어형으로 전환시키
기 위해 전차 등 공격형 무기의 감축 논의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병력감축은 상호 동수보유원칙에 입각하여 상비병력과 예비병력 및 유사 군 조직을 동시에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이 군축협상에 합 의하며 미국은 남북한의 병력감축 및 군수산업의 민수산업으로 전환에 재정· 기술적 지원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일본·러시아 등과 남북한의 합의 이행실태를 감시하기 위한 공동검증단을 구성·운영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하고 남북관계가 남북연합 단계에 진 입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과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여 국교정상화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미·북간 국교가 수립되면 한국군이 한국방위의 주된 책임을 맡게 되고 주한미군은 일정수준 감축되어 보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한·미 군사협력은 한반도 위기관리에 중점이 주어질 것이다. 유사시에는 미 본토에서 신속증원전력이 한반도에 배치되어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재구축 할 것인 바, 이러한 형태의 협력체제는 증원대기 안보동맹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연합이 성숙되면 한반도에서 미군의 역할은 더욱 감소하여 주한미군은 주로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위한 신속대응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휴전선에서 유엔군이 철수하면 평화체제의 국제적 보장문제가 대두된다. 평화체제의 보장문제는 남북한이 당사자가 되어 체결한 평화조약을 한국전쟁에 참가한 미국과 중국이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일본과 러시아가 이를 다시 보장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국제적으로 보장받을 경우 중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와 국경을 접 하고 있는 국가들이 남북한에 대해 영토문제를 둘러싼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도 있다. 즉, 남북한은 일본과 독도문제 및 영해문제로 인해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중국과는 백두산과 압록강 지역의 경계선 확정문제 및 연변지역의 조선족의 지위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한반도에 대해 영토적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미국은 중립적 입장에서 중재역할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다.
2. 경제분야에서의 미국의 역할
북한이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재조정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임하게 되면 북·미관계는 국교정상화를 향해 개선되어 갈 것이다. 즉, 북한이 IAEA 핵사찰 수용, 미사일 개발·수출 중단, 남북한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실시, 일본 적군파 요원 국외추방 등 북·미협상의 주요 현안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게 되면,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제3단계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일반적으로 대사관이 담당하는 모든 기능을 포괄적으로 수행하며 민간차원에서의 교역활동을 조정‧증진시키 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미국은 또한 북한을 국제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 하고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금융기관 가입 및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
할 것이다.
북한과 국교가 수립되면 미 국무부·재무부·상무부·교통부 등은 대북 경제제 재 조치를 완전히 해소하고 북한에 대해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는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다. 북·미 무협협정이 체결되면 미국 무역대표(USTR)는 북한에 대해 시장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북한의 각종 제도와 관행의 개선, 관세인하,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 경제관료들을 미국 에 초청하여 경제정책 수립 및 시장경제체제의 특성 등을 학습할 수 있는 기 회를 확대할 것이다. 미국은 또한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넘어 경제 개발원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북·미간 항공·해운 직항로가 개설되고 북한 상품에 대한 관세율이 낮아지면
북·미간 교역은 급격히 증대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북한지역의 농업개발,
통신망 구축, 전력사업, 대규모 기반시설 구축 사업 등에 신규 투자를 확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통신, 금융서비스, 자동차 교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북한 시장접근에 장애가 되는 모든 장벽의 철폐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국제자본시 장에서의 차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은 WTO에 가입하기 위해 국내경제·무역체계를 국제수
준에 맞춤으로써 개혁·개방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남북연합이 성숙되어 북한 경제가 가격자유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의 조 치를 취하며 자유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려고 하면 미국은 경제전문가들의 직 접적 파견 또는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북한의 경제체제 전환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미국은 대북 경제원조를 확대하여 경제원조 프로젝트에 새로운 미국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 할 것이다. 한편, 미국 기 업들은 북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계획에 참여하여 북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정립되면 미국 기업들은 직접투자를 확대하며 우선 북한 시장확보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지역국 가들 사이에 자유무역이 확대되어 가면 북한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은 북한을 생산거점으로 하여 중국·러시아에 대한 투자 진출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 히 천연자원과 인적 자원이 풍부한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부 지방과의 연계를 목표로 대북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두만강 개발사업 등 동북아지역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형 개발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복원되어 한반도 가 중국횡단철도·몽골횡단철도·만주횡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 등 4개의 대륙 철도망과 연계되면 대륙간 철도운영을 위한 국제 콘소시움에도 참여하여 지 분을 확보하려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남한은 물론 일본·중국·러시아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며 동북아지역 전반에 걸쳐 기업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하에 추진되는 두만강지역개발사업
(TRADP) 등 대규모 사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추진되
고 있는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사업에서 미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 다. 아울러 동북아지역의 물류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동북아지역 다자간 경제협력기구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화시키려 할 것이다.
3. 사회문화분야에서의 미국의 역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 변화를 유도하기 위
한 사회·문화영역의 접촉을 적극 확대할 것이다. 북·미 국교수립과 동시에 문 화협정, 과학기술협력협정 등을 체결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는 북한 행정관료들을 초청하여 행정업무의 효율성 증진 및 주민들에 봉사하는 행정체제를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기술 인력 양성, 기술자문, 연구소 설립지원 등을 실시할 것이다. 미국 대학 등 교 육기관들은 북한의 우수한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초청하여 선진문물을 전수하 게 될 것이다.
남북연합이 성숙되고 북한이 경제체제를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면 미국은 북 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적합한 다원주의적인 가치관을 갖추도록 민 간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미국의 종교단체들은 북한지역에 대한 선교 활동을 강화할 것이며, 기업인·학자·예술인·스포츠팀들도 상호 교환 방문 및 각종 행사를 통하여 북한주민들의 접촉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미국 언론인들 은 북한 언론인과 유대를 강화하며 뉴스 및 프로그램 등을 교환하며 북한에 언론자유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미국의 노동단체들도 북한 노동조합 과 접촉을 확대하여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윤리관에 익숙해지도록 지원할 것이다.
북한 사회가 다원화되고 정당설립의 자유가 보장되어 북한체제가 다당제 정치체제로 전환되면 미국은 북한과 정부차원의 친선·우호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 외교부와 외무장관회담 및 실무정책협의회를 정례 화하고 양국의 외교 현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은 북한 최고지도층과 양자간 또는 APEC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정상회담을 개최하 여 우의를 돈독히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북한 의 회 지도자들과 교류를 확대하며 북한에 의회정치제도가 정착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 지역에 공명선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선거 감시단을 파 견하여 부정선거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