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일동맹 강화와 안보 역할 확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트럼프가 언급했던 일련의 발언은 일본에게 미일동맹에 대한 심각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트럼프는 일본이 미군 주둔비를 증가하지 않으면 주일미군을 철수시키고, 일본이 핵무기 를 가지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TPP 탈퇴를 예고하였 다. 이처럼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당시 미일동맹에 대한 과소평가와 함께 대일 비판 발언을 하였는데 일본 정부에서는 트럼프가 과연 미일동맹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일본 내에서의 평가는 불확실, 예측불 가, 경험 부족 등 비관적·비판적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일본 전문가들 은 트럼프의 외교 경험 부족, 관료에 대한 불신 등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 가 일본의 민주당 정권과 유사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일본의 초기 대응은 ‘신중한 낙관주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아베 수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구축해서 트럼프의 반일적인 견해를 극복할 수 있고, 일본 관료들이 사실과 데이터를 가지고 트럼프에게 미일동맹의 가 치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아베 정부는 안보 면에서 미국의 분담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미일동맹의 재구축을 위해 노력하였다. 일본은 미일동맹이 어느 한 쪽만 향유하는 구조가 아니며, 미군 주둔경비에 대해서도 미일 간에 적절한 분담을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은 지난 60년 이상 지속된 주일미군으로 대표되는 미일동맹의 근간에 변화가 초래되어서 는 안 된다고 인식하면서 트럼프 측에 ‘미일동맹’의 의의 및 중요성을 끊 임없이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일본은 미일동맹이 일본의 최대 위협이라 고 간주되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야 하고, 미국이 중국과 손을 잡고 일 본을 버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안보 불안을 해소시키려고 노력하 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주일미군 철수’도 언급하였던 트럼프가 대통 령에 취임한 이후 2017년 2월에 처음으로 매티스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 문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일동맹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매티스 방일을 통해 오히려 “(미일동맹의) 억지력 및 대응력을 한층 강화 한다”라는 미일동맹 강화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매티스는 “(미 일이) 100%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음을 함께 한다”라고 표명하였다.218) 먼저 주일미군 경비 부담 문제에서 매티스는 일본의 미군경비부담이
“세계의 모범이 된다”라고 절찬했다. 사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전에
‘100% 부담’을 언급하면서 주일미군 주둔경비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 만 일본 여론의 압도적 다수가 부담 증가에 반대하고 일본 국회 내에서도 야당 측으로부터 우려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해서 미국은 미군경비부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에 일본 정부도 차기중기방위 력정비계획(2019~2023년)을 둘러싼 논의를 통해 일본의 군비를 확충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GDP 1% 미만으로 억제되고 있는 일본의 방위비를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정부는 군 사적 대응능력의 향상을 명분으로 독자적 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으며 방위비 증액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측면에서 GDP 2% 수준 을 목표로 방위비 증액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본 정부의 재 정 상황과 주변국의 우려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다.219) 2017년 2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임을 재확인하면서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아베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일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
218) 중앙일보, 2017.02.04.
219) 권태환,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일본의 대응,” 정세와 정책, 2017년 10월호, p. 11.
화와 안정, 자유를 보장하는 초석(cornerstone)’이라는 인식을 공유하 고, 이를 전제로 미일동맹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2015년 개정된 미일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미국은 지역 내 미군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일본은 동맹으로서 보다 더 확대된 역할과 책임을 다 하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아베-트럼프 정상회담의 성공은 미일관계를 합리적인(reasonable) 궤도에 올려놓고 미일관계의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미일 정상회담은 정상 간 신뢰 관계를 대내외에 천명 하였는데 트럼프가 아베를 별장에 초청하고 함께 골프를 친 것은 아베를 중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2013년 아베-오바마 회담을 돌이켜보면 당 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시하였다.
무엇보다 정상회담 내용이 중요한데 특히 주일미군 주둔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에 실질적인 미일동맹의 상징인
‘센카쿠열도에 대한 미일안보조약 적용대상 확인’이 중요하다. 물론 “센 카쿠 충돌 시 미국이 정말로 일본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센카쿠 충돌 시 미군이 움직일 수도 있다”라고 중국이 믿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 수뇌부의 ‘센카쿠는 미일안보의 적용 범위’라는 표현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최대 억지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베 정부의 최대 성공이라고 평가 가능하다.
이처럼 아베는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표시하면서 미일관계, 특히 외 교안보 현안에서 제기되었던 불안요소를 거의 모두 상호 이해에 도달시 켰다. 사실 일본은 다른 국가 이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불안을 안고 있 었다.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트럼프는 대일 비판 발언을 여러 차례 하였 고, 더욱이 일본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를 생각한다면 일본의 불안 은 당연한 것이었다. 일본의 안보 정책의 근간에는 말할 것도 없이 ‘미일 동맹’이 있으며 미일동맹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일동맹이 흔들리는 경우 일본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에 대해 일
본 내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 특히 정말로 일본은 미국에 의존하고 안 보를 맡겨도 좋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트럼 프에 대한 불신 속에 보수, 진보 양측에서 ‘자주방위’라는 의견도 나왔다.
물론 진보와 보수의 ‘자주방위’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하지만 ‘대미 불신’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각종 국내 여론이 아닌 현 실적인 선택이라고 한다면 일본으로서는 역시 미국밖에 없었다.
아베 정부는 2012년 재집권 이후 ‘적극적 평화주의’ 기치 아래 미일동 맹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역할을 보다 적 극적으로 분담한다는 차원뿐만 아니라 미일동맹의 글로벌화를 모색할 정도로 미일동맹 강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아베 수상은 취임초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는 말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국제사회 에서 결실 있는 공헌을 할 것을 공언하였다. 그리고 ‘지구본 외교’를 표방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에 힘쓰면서 이를 위한 글로벌, 지역적 차원에서 미일동맹의 확대 및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내 역할에 대한 구체적 인 정책이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일본은 지속적으로 지역 내 역할 확대 및 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의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 양국은 센카쿠열도가 미일안보조 약 제5조의 적용범위임을 상호 확인하였고,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군 사훈련에 미일이 합동으로 참가하고 있다.
사실 최근 북한 위협이 일본에게 ‘새로운 단계의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최대 위협은 중국이며, 일본은 새로 운 미일동맹 차원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오 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추진된 이후 일본은 미국으로부 터 대중국 견제를 비롯한 보다 많은 군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과 중국 해군의 현대화 추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해상교통로 확보 차원에서 커다란 위협 요인 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2010년 이후 중국과 센카쿠열도를 둘러 싼 갈등을 겪으면서 언제든 해상에서 우발적인 군사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중일 충돌 시 미국이 개입할지 여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 경제 분야 협력 강화와 과제
트럼프는 취임과 함께 미일관계의 ‘경제’ 분야에서 연이은 ‘일본 때리 기(Japan Bashing)’를 시도하였다. 취임 직후에 TPP 탈퇴를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였고, 미일 간 자동차 무역 문제를 제기하였고, ‘엔저’ 정책 으로 대표되는 아베 정부의 통화정책을 지적하였다. 즉 아베 정부의 엔저 유도를 통한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반대로 미국에게 무역 적자 확대로 나 타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다자 간 무역 협상이 아닌 미일 양자 간 무역 협정에 집중하면서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계속하겠다 는 트럼프의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아베는 아베 정부가 내세우는 성장전략, 즉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TPP 실현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7년 1월 20일 시정연설을 통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트럼프 정부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표명하였다. 그러면서 2월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 국 내 시장 및 고용 창출의 경제협력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미일 정상 은 무역과 투자, 고용 확대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경제대화’를 설치하기 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비록 미국의 TPP 탈퇴가 있었지만 미일 정상회담 에서 경제 문제를 사실상 보류하면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수상이 참여 하는 미일 고위급 ‘경제대화’를 통해 여러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경 제적 측면에서 미일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7년 4월 18일 아소 부수상과 펜스 부통령이 도쿄에서 제1차 미일 경제대화를 가졌다. 무역과 투자의 룰, 경제·구조 정책의 협력, 분야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