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가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지로 떠올랐 다. 주된 요인은 북핵문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는 물론 지구 적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가장 우선적인 정책과제 중 하나로 인식 한다.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정책도 북핵문제와 밀접하게 관 련된다. 또한 한미관계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FTA 재협상 또는 폐기 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요 관심사이다. 여기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과 대한정책을 오바마 행정부 시기와 비교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가. 대북정책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로 대표된다. 2009년 12월 스테판 보스워스(Stephen 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사실상 공식화된 전략적 인내는 북 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다린 다는 것이다.99) 즉, 제재와 압박을 통해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선제적 의 지 표명과 관련 조치를 유도하고 대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2기 행정부 말까지 지속되었으나, 항상 일관성을 가지고 전개된 것은 아 니었다. 2011년 미국은 북한과 세 차례의 양자회담을 진행하였고, 2012 년 2월 29일 양국은 2005년에 발표했던 9·19 공동성명의 이행에 합의 하였다. 그러나 이 합의는 같은 해 4월 북한의 위성발사 실험으로 파기되
99) 김상기, “오바마 2기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전략,” 한반도포커스, 제26호 (2013), pp. 8~10.
었고, 그 이후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정부 간 공식적 대화는 부재했다.
2016년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이후 미국은 제재의 수위를 높였지만 북 한의 입장 변화는 없었고, 대화·협상은 재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전략적 인내는 북핵문제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우선순위 에 있지 않았음을 반영하며, 북한에 대한 무시 또는 북한 붕괴를 기다리 는 정책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100) 오바마 1기 행정부 국가안보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제프리 베이더(Jeffrey Bader)는 “우리들(백악 관 인사들) 중 다수는 장기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북핵문제 해법은 북 한의 붕괴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라고 믿었다”고 하였다.101) 또한 오 바마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직접 거론한 경우가 드물었으며, 2015년 유 튜브(YouTube) 인터뷰에서는 북한을 가장 고립되고 많은 제재를 받는 국가로 묘사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이 체제가 붕괴하는 것 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102) 전략적 인내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 의 핵·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 되었고,103) 점증하는 북핵 위협은 미국 이 재균형 전략의 핵심적 방편들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활용되기도 하였 다. 사드의 한국 배치 그리고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임과 동시에, 또는 아마도 더 중요하게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균형정책의 일환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에게 있어서 북핵문제보다 더 우 선적인 관심사는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 팽창을 차단하기 위한 재균형의 추진이었다.
100) Jong Kun Choi, “The Perils of Strategic Patience with North Korea.”
101) Jeffrey Bader, Obama and China’s Rise: An Insider’s Account of America’s Asia Strategy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11), p. 92.
102) YouTube, “The YouTube Interview with President Obama,” (January 22,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GbR6iQ62v9k> (검색일: 2017.09.18.).
103) 오바마 2기 행정부 시기 동안(2013~2016년)에만 북한은 세 번의 핵실험과 59회의 탄 도미사일 실험을 단행하였고, 그 실험들은 오바마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으로 갈 수록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홍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주요 활동 분석,” 통일 연구원 KINU INSIGHT, no. 1 (2017), p. 33.
오바마 행정부와 대비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 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이다. 트럼프 행정부 는 출범 직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실패로 규정하고, 대북정책 의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명명된 대북정책을 공표했다. 이 정책의 요지는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의 행동 혹은 입장이 변화하는 적절한 조건에서 대화·협상을 추진하며,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104) 최대의 압박과 관여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선제적인 입장 변화를 유도한다는 정책의 기본 골격 측면에서 사실상 전략적 인내와 유사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문제 에 관한 인식과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특징들을 함께 드러낸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 또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에서 드러난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와 행동을 보이기보다는 북한체제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도 있다는 인식을 가졌던 반면, 트럼프에게 있어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최우선적 과제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에 중차대한 위협이 됨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고, 북한이 핵무기 또 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는 경우에 즉각적으로 트위터(Twitter)를 통해 비판의 메시지를 표출하고는 한다. 트럼프 행정부 CIA 국장 마이크 폼페 오(Mike Pompeo)는 지난 6월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거의 매일 (자신에게) 북한 동향 및 미국의 대응책에 대해서 묻는다”고 밝히면 서 트럼프에게 있어서 북핵문제는 매우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임을 강조 했다.105)
104) 김상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과제,”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7-12, 2017.05.24.)
105)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 트럼프 행정부 CIA 국장 인터뷰(2017.06.24., 미국 뉴욕), <http://www.hughhewitt.com/transcript-interview-cim-director-mike-
북핵문제는 더 이상 미국의 대중국정책 혹은 재균형 전략의 하위 차원 에서 다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그 자체로 최우선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 다. 2017년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하기 이 전에도 이미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갖추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었다.106) 오바마는 트럼프에게 정권을 이양하면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 할 최대의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전 략 추진과 더불어 북핵문제 해결이 미국의 최우선 대외정책 과제로 부상 하게 된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의 강도 및 범위 측면에서도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서 뚜렷하게 강화되고 확대되었다. 오바마 행 정부는 주로 경제 제재에 치중했고 또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세 컨더리 보이콧, secondary boycott)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트럼프 행 정부는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 외교 방면으로 제재와 압박의 범위를 확대 하고 있으며, 경제 제재의 강도도 높여왔다.107)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 으로 군사적 공격이 아닌 평화적 방식의 문제 해결을 선호한다고 표명해 왔다.108) 그러나 임기 초반부터 10월 현재까지 선제타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option)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으며, 항공모 함과 각종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추진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piompeo> (검색일: 2017.09.18.).
106)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존 쉴링(John Schilling)은 2016년 4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North 기고에서 북한이 2020년이면 ICBM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John Schilling, “North Korea’s Large Rocket Engine Test: A Significant Step Forward for Pyongyang’s ICBM Program,” 38 North, (April 11, 2016), <http://
www.38north.org/2016/04/schilling041116/>.
107) 김상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과제.”
108) Rex Tillerson and Jim Mattis, “We’re Holding Pyongyang to Account,” The Wall Street Journal, August 13, 2017.
압박의 수준도 높여왔다.
특히 지난 7월 북한의 ICBM 발사 실험 이후인 8월 8일 트럼프는 “북한 이 미국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곧 북한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109) 이 발언은 북한의 괌(Guam) 포 위 타격 검토 발표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8월 위기설로 비화되기도 하였 다. 9월 15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실험 이후에도 미국 의 유엔 대사 니키 헤일리(Nikki Haley)는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공허한 위협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지속한다 면, 그리고 미국이 자신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북한은 파괴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110) 미국의 이러한 압박은 9월 19일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 중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통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111)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대북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실험을 규탄하 면서 2017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의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 (2356호, 2371호, 2375호) 채택을 주도했다. 이 결의안들은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기관 및 개인 제재 범위 확대, 북한산 석탄 및 철광 석 수출 전면 금지, 북한으로 공급되는 정유제품 200만 배럴 제한, 북한 산 섬유제품 수출 금지, 북한 해외 노동자 신규 허가 금지 등 기존보다 강화된 제재 조치들을 포함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 강화 및 이행을 위해 북한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 고 압박을 가해왔다.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109)The New York Times, August 8, 2017.
110)CNN, September 17, 2017.
111) The White House, “Remarks by President Trump to the 72nd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September 19, 2017), <https://www.
whitehouse.gov/briefings-statements/remarks-president-trump-72nd-session- united-nations-general-assemb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