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의 비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동아시아 전략과 한반도 정책의 변화의 내용과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9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 현재까지 동아시 아태평양 차관보를 비롯해서 여러 중요 인사들이 아직 새롭게 선임되지 않은 채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백악관 핵심직위(예, 국가안보보 좌관)의 인사들이 단명한 채 교체되기도 했고, 전략의 분석을 위해 이용 가능한 정부 자료도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반도 정책을 분석하고 주요 특징을 제시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 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본 연구는 최근까지 공개된 미국 정 부의 자료,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의 각종 연설과 인터 뷰 내용, 그리고 학자·전문가들의 선행 연구 등을 활용하여 트럼프 행정 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반도 정책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국방예산을 연 10% 이상씩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면서 군사력 현대화에 매진했으며(1989~2013년),59) 동아시아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빠르게 증가시켜나갔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1년 말 미국은 대외정책의 주된 초점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돌리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재 균형으로 개명된 이 전략의 주된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면서 미국 주도의 질서 혹은 패권을 구축하고 방어 하는 것이다.60) 2011년 클린턴 국무장관 그리고 2013년 톰 도닐런 (Tom Donilon) 국가안보보좌관의 재균형 전략에 대한 설명에서 공히 강조되는 핵심적 목표는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리더십(leadership) 확보였다.61)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재균형의 주된 수단은 우선 군사·안보 측면에
58) 미국의 재정악화는 2013년 연방정부예산삭감조치(sequester) 발효로 이어졌고, 또한 2013년 10월 2주 동안의 연방정부 폐쇄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한국정치학회보, 제48권 5호 (2014), pp. 229~247.
59) 박창희, “중국의 군사력 증강 평가와 우리의 대응방향,” 전략연구, 제57호 (2013), pp. 237~270; 황재호, “시진핑 시대 중국의 군사력 평가와 전망,” 전략연구, 제62호 (2014), pp. 5~33.
60)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재균형의 목표가 중국 봉쇄가 아니라고 밝혀왔다. The White House, “Remarks by Tom Donilon, National Security Advisor to the President: The United States and the Asia-Pacific in 2013,” (March 11, 2013).
그러나, 오바마는 스스로 TPP 체결의 중요한 목표가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견제에 있 음을 숨기지 않았으며, 다수 분석가들도 재균형의 핵심적 목표가 대중국 견제에 있다 는 점에 동의한다. The White House, “Statement by the President Barack Obama on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October 5, 2015); 박건영, “오바마의 주판과 긴 파장?: 재균형과 한반도에 대한 함의,” 한국과 국제정치, 제29권 3호 (2013), pp.
1~47; 이호철, “중국의 부상과 지정학의 귀환,” 한국과 국제정치, 제33권 1호 (2017), pp. 39~61.
61) 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November 2011);
The White House, “Remarks by Tom Donilon, National Security Advisor to the President: The United States and the Asia-Pacific in 2013.” (March 11, 2013)
<http://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2013/03/11/rema rks-tom-donilon-national-security-advisor-president-united-states-an>.
서 미일동맹,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안보협력, 미일호 삼각안보협력 등 을 포함한 동맹체제의 강화, 여타 국가들과의 파트너십(partnership) 강화,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전력 재배치이다. 경제 측면에서 재균형의 핵심적 방편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체결이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 주도의 다자적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다. 또한 재균형 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의 확산을 추구하고 지역 다자제도 에 대한 관여의 증진을 통해 지역적 리더십의 제고를 도모한다.62) 이와 같은 재균형 전략의 방편들에 있어서, 특히 동맹체제의 강화와 자유무역 질서의 구축은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전략의 전통적 기제라는 점에서 중 요하다.63)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부분 기간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을 역 임한 수전 라이스(Susan Rice)는 2016년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된 직후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의 강화, 파트너십 증진, 그리 고 TPP를 통한 자유무역질서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재균형 전략 의 지속 추진을 통해 미국의 지역적 리더십을 구축하고 방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64)
이러한 재균형 전략의 목표와 방편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아 시아 정책에서는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심지어 어떤 측
62)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다음 참조. 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2011; The White House, “Remarks by Barack Obama to the Australian Parliament,” (November 17, 2011) <http://www.obamawhitehouse.archives.gov/the-press-office/2011/
11/17/remarks-president-obama-australian-parliament>; U.S. Department of Defense, “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January 5, 2012) <http://archive.defense.gov/news/Defense- Strategic_Guidance.pdf>; Kurt Campbell and Brian Andrews, “Explaining the US ‘Pivot’ to Asia,” Americas, no. 1 (2013), pp. 1~9.
63) G. John Ikenberry, Liberal Leviathan: The Origins, Crisis, and Transformation of the American World Order.
64) Susan Rice, “American Leadership in the Asia-pacific Must Continue,” The National Interest, November 12, 2016.
면에서는 분명하게 퇴조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지역질서 유지·관리에 대한 책임보다 미국인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 확 보 여부에 정책적 판단의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 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리더십 확보 자체에 상대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 지 않으며, 자유주의 질서의 구축과 확장에도 큰 관심이 없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사에서 과거의 동맹정책과 무역정책이 미국 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비판하면서 향후 미국의 모든 정책의 목표는 오직 미국인들 자신의 이익 증대임을 천명했다.65) 틸러슨은 5월 3일 국무부 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어떻게 구체적인 외교정책으로 만들지에 대해 연 설하면서 재균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66) 그러나 여기서 재균형의 의미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확보 혹은 지역패권 구축의 의미와는 큰 상관이 없다. 미국의 기존 대외관계 - 동맹관계, 파트너십 등 - 에서 이익과 책임의 불균형이 매우 크며, 그러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틸러 슨이 재균형이라는 표현을 통해 강조한 바이다. 미국이 많은 책임을 지면 서도 상대적인 손실을 가지는, 즉 불균형을 유발하는 대외전략을 더 이상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틸러슨의 5월 3일 국무부 연설 그리고 동 아태 차관보 대행 수잔 쏜튼(Susan Thornton)의 7월 27일 미국 하원의 회 청문회 증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더십 증진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와 같은 상위의 핵심 목표가 아닌 주로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 East Asian Nations: 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관계 강화 및 다자제도 관여 측면에서의 과제로서 간략히 언급된다.67) 자유와 인권 등
65) The White House, “Remarks of President Donald J. Trump-The Inaugural Address,” <http://www.whitehouse.gov/briefings-statements/the-inaugural- address/>.
66) U.S. Department of State, “Remarks to U.S. Department of State Employees,”
(March 3, 2017) <http://www.state.gov/secretary/remarks/2047/05/270620.
htm>.
67) U.S. Department of State, “Statement of Susan Thornton before the House
의 가치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있어 대외정책의 주된 판단 기준이 아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범 소탕 작전에 대해 오바마가 인권탄압 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던 반면, 트럼프는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는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를 야기하며, 여러 측면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기와 다른 양상의 정책 추진으로 발현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북핵문제의 해결이 동아시아 전략 에서 최우선적 과제로 간주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대응 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TPP 폐기가 대표하듯이 트 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적 재균형을 철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에서는 안보 및 경제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오바마 행정부와 비교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을 구체적으로 분석 하고자 한다.
가. 안보
오바마 행정부가 재균형 전략을 추진한 중요한 배경은 중국의 부상이 다. 따라서 안보 측면에서 재균형의 핵심적 목표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지역적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면서 미국 주도의 안보질서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68) 오바마 행정부는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아시아 지 역에서 평화, 안정, 그리고 미국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 요한 도전 요인으로 간주했으며, 특히 중국의 군사력 증강의 전략적 불투 명성을 지역적 불안정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인식했다.69) 이러한 이유로
Foreign Affairs Committee Subcommittee on Asia and the Pacific,” (July 27, 2017) <http://docs.house.gov/meetings/FA/FA05/20170727/106335/HHRG- 115-FA05-Wstate-ThorntonS-20170727.pdf>.
68) 박건영, “오바마의 주판과 긴 파장?: 재균형과 한반도에 대한 함의.”
69) U.S. Department of Defense, “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January 3, 2012) <http://archive.defense.gov/news/
Defense_Strategic_Guidance.pdf>.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및 인공섬 건설과 같은 행동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대응은 항행의 자유 수호를 넘어서 미국의 지역패권 방어라는 의 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팽창 이외에 북한의 핵개 발도 지역 안정을 해치는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기는 했지만, 정책적 우선 순위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는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체제 붕괴를 기다리는 전 략 또는 심지어 북한 무시전략으로도 해석되었다.70)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 패권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안보 측면에서 자체 군사력을 강화하는 내적 균형 (internal balancing)보다는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 즉 동맹 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재균형 계획은 애초에 동맹의 강화뿐만 아니라 미군 전력의 재배치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연방정부 재정 위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전력 증강을 어렵게 만들었다.71) 결과적으로 안보 재균형은 사실상 동맹 강화를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미일동맹이 핵심적인 방편이었다. 2013년 10월 미일연례안보협의회의와 2014년 4월 오바마의 일본 방문 시 미국은 일본의 보통국가화 전략을 지지했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보 및 무력증강을 승인했으며, 일본과 중국이 분쟁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를 미일동맹의 방위선에 포함 시켰다.72) 일본은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공 세적으로 주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
70) Jong Kun Choi, “The Perils of Strategic Patience with North Korea,” The Washington Quarterly (Winter 2016); 이정철, “오바마 독트린과 미국의 대북 정책 프레임,” 한국정치연구, 제25권 1호 (2016), pp. 221~245.
71)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Deputy Secretary of Defense Robert Work on the Asia-Pacific Rebalanc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September 30, 2014) <http://www.cfr.org/event/deputy-secretary-defense-robert-work-asia- pacific-rebalance-o>.
72) 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pp. 229~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