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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

중에서 미국은 오직 4개의 항목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8개의 항목 은 일본과 동등하고, 12개의 항목에 대해서는 미국이 우위를 내주고 있 다고 진단하고 있다.56)

이런 인식은 민간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인 들도 구성된 비영리단체인 미국경쟁력위원회(Council of Competitiveness)가 1992년에 출간한 한 보고서는 미래 경제 성장에 중 요하다고 여겨지는 산업 중 1/3 정도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매우 약해지 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57) 요컨대, 미국 내에서는 일본과의 관계를 제 로섬 관계로 설정하는 인식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제로섬적 인식은 전후 질서를 가능케 했던 냉전질서가 점차 와해됨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1980년 중반을 거쳐 후반에 이르 는 시점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소련의 힘이 상당히 쇠퇴하고 있었으며, 냉전 질서의 종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경제나 기술정책의 측면에서 동맹국들에게 상당히 관대했던 미국의 안보전략이 소련과의 경 쟁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냉전질서의 와해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즉 미 국의 관심사는 이제 소련과의 이데올로기 경쟁이나 전략적 경쟁에서 일 본과 같은 국가들의 경제 및 기술적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제 미 국도 일본과의 관계를 상대적 이득(relative-sum)의 관점에서 제로섬적 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갖춰지고 있었다.58)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을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 다. 이들은 쇠퇴론은 곧 허구이며,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 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이 보기에 첨단기술 산업에서 일본과 같은 국가들 이 성장하는 것은 곧 세계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므로 경제적으로 모두가 이득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의 성장은 서방 동맹국들의 번영을 의 미하므로 지정학적인 차원에서도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이 보기에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1등 국가였던 것이다.59)

56) U.S. Defense Science Board. 1987. Report of the Defense Science Board Task Force on Defense Semiconductor Dependency. (Washington D.C.: Department of Defense, Office of the Under Secretary of Defense for Acquisition), p. 8.

57) Council on Competitiveness. 1992. Gaining New Ground: Technology Priorities for America’s Future. (Washington D.C.: Council on Competitiveness), pp. 7-11.

58) Luttwak, Edward N. 1992, pp. 116-117. ; Mastanduno, Michael. 1991, p. 82.

요컨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도부문을 장악했던 미국의 기술 적 우위는 70년대부터 시작하여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상실되고 있 었다. 일본은 패권국 미국이 구축한 우호적 환경이 허용하는 공간 안에 서 자체적인 추격전략을 펼쳐 첨단기술 산업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 여 70년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 결과 선도부 문에서 미국과 일본의 상대적 격차가 점점 좁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인 지위 변화 자체가 미국에게 객관적인 차워에서 위협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추격이 거셌지만, 미국은 이전만 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선도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측 면에서 물질적 조건의 변화 그 자체 보다는 그것이 유발하는 미래에 대 한 불확실성과 이것을 해석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상대적 지위가 변하는 것은 곧 지금껏 그래왔듯이 미래에도 미 국이 패권국으로 군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미국 내 주요 행위자들이 경제·안보 이익을 재설정하 고, 문제의 상황을 새로 설명하는 이념적 변화를 유발하는 구조적 유인 으로 작용하였다.

다음에 이어지는 제 Ⅲ장은 이러한 구조적 차원의 변화가 어떻 게 미국의 국내 행위자들의 이념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보고, 제 Ⅳ장은 경제·안보 이익의 변화와 더불어 미국의 정책과 제도들이 변화해가는 과 정을 논하도록 한다.

59) 이들은 기존처럼 자유무역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보 았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연구를 참조. Bhagwati, Jagdish. 1991. The World Trading System at Risk. (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