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양보관계 연결어미의 통사적, 의미적, 화용적 분석
2.2. 의미적 분석
2.2.2. 변별의미
본 연구에서는 ‘-아/어도’, ‘-더라도’, ‘-(으)ㄴ/는데도’, ‘-(으)ㄹ지라도’ 네 가지 양보관계 연결어미 간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양보’라 는 용어 대신 ‘사실성’, ‘연결성26)’, ‘반전성’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이들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양보관계 연결어미 가운데 ‘- 아/어도’의 선행절의 명제에 따라 사실 명제와 비사실 명제로 나누어 그들 의 변별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본고에서 양보관계 연결어미들의 의미를 설 명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자질들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사실성: 양보관계 연결어미의 선행절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보는 성질 2) 연결성: 후행절의 사태가 선행절에 잇따라 일어나는 성질
3) 반전성: 선행절 사태를 통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후행절에 이어지는 성질
2.2.2.1. 사실성
사실성은 양보관계 연결어미의 선행절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순욱(2017)에서 양보문의 사실성을 고찰했을 때에도 양보를 ‘사 실적 양보(factual concessive)’와 ‘조건적 양보(conditional concessive)’로 나 누어 살펴보았다. 장요한(2009: 496)에서는 양보문은 사실성(factuality), 비사
26) 구재희·장채린(2014)에서 ‘-아/어도, -더라도, -고도, -(으)ㄴ는데도’의 의미를 변별할 때 ‘양보’라는 용어 대신 ‘반전, 무관, 사실, 가정, 계기’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다. 본고에서 도 각 연결어미 간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밝히기 위해 구재희 장채린(2014)의 논점을 참고 하였다.
실성(non-factuality), 반사실성(counter-factuality)으로 구분하여 나눌 수 있다 고 언급하였다27). ‘-아/어도’의 경우에는 선행절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때, 즉 사실성이 있는 경우에 쓰인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서태룡, 1988; 윤평현, 1989, 2005; 최재희, 1989). 박경남(2012: 21-22)에서 는 ‘-아도/어도’가 이끄는 접속문은 사실적, 비사실적, 반사실적 표현이 모 두 가능하며 ‘-더라도’가 이끄는 접속문은 비사실적 사건과 반사실적 사건 으로 표현이 가능하지만 사실적 사건은 표현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은경 (1990: 77)에서는 ‘-더라도’를 비사실성의 예시로 드는데 박재연(2009: 135) 에서는 이은경(1990)과는 달리 ‘-더라도’가 사실 사태에서 사용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공혜남(2012: 55)에서는 ‘-아/어도’는 화자가 선행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 사용하고, ‘-더라도’는 일어날 가능이 거의 없거나 희박하다고 생각할 때 사용하고, ‘-(으)ㄹ지라 도’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를 강조하고 싶을 때 선행절에 올 수 있는 조 건 중 가장 강한 조건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아래와 같은 예문을 통해 각 양보관계 연결어미의 선행절의 사실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 ⒜. 비가 와도 바람은 불지 않는다. [+사실성]
⒝. 이 바지가 아무리 비싸도 꼭 살 거야. [±사실성]
⒞. 나는 죽어도 그 일을 말하지 않겠다. [-사실성]
⒟. 그는 병원에 갔어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성]
⒠. 하늘이 무너져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사실성]
나. ⒜. 자매들이라 하더라도 커지면 다 흩어져서 살게 된다. [+사실성]
⒝.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지 마. [±사실성]
⒞. 이별했더라도 사랑했던 순간들은 보배로우니 시간이 지나면 추 억이 될 것이다. [-사실성]
⒟. 고장이 나더라도 우리는 고칠 수 없다. [-사실성]
다. ⒜. 추운 겨울인데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성]
27) 장요한(2009:496)에서는 “비사실적 해석(비사실성)은 사건에 대해 참과 거짓이 부여되지 않은 의미 특성을 말하고 반사실적 해석(반사실성)은 사건에 대해 거짓이 부여된 의미적 특성”을 말한다고 한다.
⒝. 매일 연습하는데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사실성]
라. ⒜. 승규는 체격은 작을지라도 꿈이 큰 소년이었다. [+사실성]
⒝. 먼저처럼 이름 없이 살아갈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마. [-사실성]
⒞. 굶어 죽을지라도 남들에게 부정한 돈을 받을 수 없다. [-사실성]
위와 같은 예문은 (a)부터는 사실성이 점점 떨어지는 예문이다. ‘가’의 (a)의 경우는 ‘비가 온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후행절과 대립이 된 다. (b)의 경우에는 바지가 비쌀 수도 있고 안 비쌀 수도 있다. 즉, 아직 모르는 일이다. ⒞의 경우는 ‘나는 죽는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며 자기의 강한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나중에 죽을 수 있다. (d)의
경우는 ‘병원에 갔다’는 과거의 사실에 대한 가정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서 이때에는 사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의 경우는 극단의 사실을 가 정하는 것이다. 즉 ‘-아/어도’는 사실성의 범위가 비교적 넓고 사실부터 극 한 불가능한 일까지 모두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더라도, -(으) ㄴ/는데도, -(으)ㄹ지라도’를 살펴볼 것이다.
‘나’의 ⒜의 경우는 ‘자매들이 있다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며 사실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의 경우에는 ‘화가 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 도 있다. ⒞의 경우는 과거의 사건인 ‘이별’에 대한 가정이다. ⒟의 경우는
‘고장이 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다. ‘다’의 ⒜와 ⒝의 경우는 ‘추운 겨
울’과 ‘매일 연습한다’는 것과 같이 현실의 사건이나 상황을 말하는 것이
다. ‘라’의 ⒜의 경우는 ‘승규의 체격이 작다’는 사실을 말하며 ⒝의 경우 는 ‘먼지처럼 이름 없이 산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다. ⒞의 경우는 ‘굶어 죽는다’는 극한 가정을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예문을 통해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째, ‘-아/어도’의 ‘사실성’ 범위가 제일 크고 일반적인 사건, 과거의 사건,
극한적인 사건에서 모두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더라도’는 ‘-아/어도’와의 통사적 및 의미적 특성에서 상당한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둘 다 ‘일반적인 사건, 과거의 사건’에서 쓰일 수 있다. ‘-더라도’는 ‘-아/어도’와 바꿔 쓸 수 있으며, ‘-더라도’가 ‘-아/어도’에 비해 가정의 의미를 더 강하게 가진 다. 선행절 명제 실현 가능성은 ‘-더라도’에 비해 ‘-아/어도’가 더 높다.
2.2.2.2. 연결성
연결성은 후행절의 사태가 선행절에 잇따라 일어나는 성질을 말한다. 양 보관계 연결어미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정도의 차이가 나다. 먼저 아래와 같은 예문을 통해 각 양보관계 연결어미의 연결성의 자질을 살펴 볼 것이다.
가. ⒜. 내 배가 고픈 걸 보아도 열두 시가 된 것 같은데요. [+연결성]
⒝. 일주일이 지나도 택배는 오지 않았다. [+연결성]
⒞. 그는 병원에 갔어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연결성]
⒟. 우리 반 일등인 학생이 풀어도 이 문제는 풀 수 없다. [±연결성]
⒠. 하늘이 무너져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연결성]
나. ⒜.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소리 지르지 마십시오. [-연결성]
⒝.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은혜 잊지 않겠다. [-연결성]
다. ⒜. 너 정말 안 갈 거야? 선생님께서 부르시는데도? [+연결성]
⒝. 그들은 결혼한 지 5년에 가까워졌는데도 아기가 없었다. [+연결성]
⒞. 자고 싶지 않은데도 또 잠이든 모양이다. [+연결성]
라. ⒜. 이름 없이 살아갈지라도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연결성]
⒝. 굶어 죽을지라도 부정한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연결성]
위의 예문은 (a)부터 연결성이 점점 떨어지는 예문이다. ‘가’의 (a)의 경
우는 ‘배가 고프다’를 근거로 하여 후행절이 나온다. (b)의 경우에는 일주
일이 지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후행절의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c)의 경우는 ‘그는 병원에 갔다’는 과거에 대해 가정하는 것이며 후행절의 사실 을 말한다. (d)와 (e)의 선행절은 모두 가정하는 것이며 (e)의 선행절은 극 단적인 일을 가정하는 것이라서 (d)보다 후행절과의 연결성이 더 떨어진 다. 위와 같은 예문을 보면 ‘-아/어도’의 선·후행절의 연결성의 범위가 비 교적 넓고 연결성이 있는 것부터 연결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까지 두루 쓰 일 수 있다. 다음에는 ‘나, 다, 라’의 예문을 통해 ‘-더라도, -(으)ㄴ/는데도,
-(으)ㄹ지라도’를 살펴보겠다.
‘나’의 (a)와 (b)의 경우는 ‘-더라도’가 연결성이 없는 문장에서 쓰이면 어색하다. ‘다’의 (a)와 (b), (c)의 경우는 모두 연결성이 있는 문장에서 쓰 인다. 이선영(2011)에서도 ‘-(으)ㄴ/는데도’는 선행절의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가 후행절에서 이루어질 때 쓰이며 선행절과 후 행절의 내용이 연결성이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라’의 ⒜와 ⒝의 의 경우를 보면 ‘먼지처럼 이름 없이 살다’와 ‘굶어 죽다’는 것은 비교적 극 한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고 후행절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위와 같은 예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아/어도’의 ‘연결성’ 범위가 제일 크고 일반적인 사건, 과거의 사건, 극한
적인 사건에서 모두 쓰일 수 있다. 그리고 ‘-더라도’는 보통 연결성이 없는 문장에서 쓰이며 사용 범위는 ‘-아/어도’보다 좁다. ‘-(으)ㄴ/는데도’는 보통 연결성이 있는 문장에서 사용되며 연결성 정도는 ‘-아/어도’보다 높으며
‘-(으)ㄹ지라도’는 보통 ‘연결성’이 비교적 약한 문장에서 쓰인다.
2.2.2.3. 반전성
반전성은 선행절 사태를 통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 과가 후행절에 이어지는 성질이다. 먼저 아래와 같은 예문을 통해 먼저 ‘- 아/어도’의 반전성의 자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 ⒜. 비가 와도 바람은 불지 않는다. [+일반적 반전성]
⒝. 나는 죽어도 그 일을 말하지 않겠다. [+극한 반전성]
⒞. 하늘이 무너져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극한 반전성]
나. ⒜. 자매들이라 하더라도 커지면 다 흩어져서 살게 된다. [+일반적 반전성]
⒝. 고장이 나더라도 우리는 고칠 수 없다. [+일반적 반전성]
다. ⒜. 추운 겨울인데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적 반전성]
⒝. 매일 연습하는데도 실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일반적 반전성]
라. ⒜. 승규는 체격은 작을지라도 꿈이 큰 소년이었다. [+일반적 반전성]
⒝. 먼저처럼 이름 없이 살아갈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마. [+극한 반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