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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이 보여 온 핵개발에 대한 집념,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북한정권의 발언 등을 종합할 때 북한은 미사일에 실을 수 있도록 소형화·경량화 된 핵무기 를 제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조만간 핵미사일을142실전배치한다는 전제하에 체계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대응은 기본적으로 ‘억제’일 수밖에 없다. 이는 물론 핵사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불변의 믿음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의(廣義)의 억제개념을 좀 더 세분해보면 다시 ‘적극적 억제’와 ‘소극적 억제’로 구분하는 것이 가 능하다. 여기에서 적극적 억제란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강력한 응 징보복을 가하는 태세를 갖춤으로써 핵사용을 엄두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소극적 억제는 일단 핵이 사용되었을 때 요격을 통해 방어하 고 요격에 실패하면 방호를 통해 아군의 피해를 줄여 북한으로 하여금 핵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개념이다. 소극적 억제에는 날 아오는 상대국의 공격미사일을 직접 맞추어 떨어뜨리는 ‘요격’이라는 방법과 일단 요격이 실패하여 핵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는 경우 피해 를 줄이기 위한 제반조치를 취하는 ‘방호’가 포함된다.
적극적 억제와 소극적 억제는 모두 북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의 국가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군사적 조치이다. 적극적 억제가 먼저인가, 소극적 억제가 먼저인가라는 논쟁에는 ‘닭과 계란’의 논쟁처럼 두 개의 정설이 병존한다. 적극적 억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142_국방부가 사용하는 ‘핵·미사일’이라는 표현은 핵무기 위협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두 가지 위협을 의미한다. 본고에서 사용하는 ‘핵미사일’이라는 표현은 핵무기를 탑재 한 미사일을 뜻한다.
억제가 실패하여 실제로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오는 경우 속수무책 이 되기 때문에 방어라는 소극적 억제를 보완책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일단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대로 방어라는 소극적 억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치이지만 핵공격에 대한 방어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 억제를 통해 북한이 핵사용 자체를 엄두내지 못하게 해 야 한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로 정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 억 제와 소극적 억제 간의 선후(先後)나 경중(輕重)을 따지는 것은 생산 적이지 않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함에 있어 양쪽 모두가 미흡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 일 실전배치를 앞두고 양쪽 모두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게 있어 적극적 억제의 요체는 동맹국 미국이 제공 하는 핵우산 또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였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의 막강한 핵무기로 응징·보복하여 북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위협을 통해 핵무기 사용을 억제한다는 개 념이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화되고 미중 간 그리고 미러 간 신 냉전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오늘날 핵우산의 신뢰성은 훼손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연 한국을 위해 미 본 토에 대한 피격 위험을 무릅쓰고 보복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겠는 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143 억제의 신뢰성을 보강하기 위해 한 미 양국은 맞춤형 억제 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과 북한 핵 무기에 대한 선제타격을 위한 킬 체인(Kill-Chain)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이 역시 구체성과 실현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 점증하
143_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은 프랑스를 위시한 타국가의 핵개발 시에도 제기되어왔다. 이호재, 핵의 세계와 한국핵정책 (서울: 법문사, 1981), pp. 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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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하기에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방어에 있어서도 비관적이다. 미국이 방대한 정보자산을 이용하여 적국의 공격미사일을 부스트 단계(Boost Stage)에서부터 감시·추적 하여 상승 단계(Ascent Stage)와 중간경로 단계(Midcourse Stage), 그리고 종말 단계(Terminal Stage)에서 중복적으로 요격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종말 단계 요격을 위 한 단거리 미사일에 의존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해오면서 중국의 반발 가능성과 재정적 부담 및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미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을 제한해왔다. 또한, 한국은 방호에 있어서는 실질적 투자 자체를 회피해왔다. 영세중립국임에도 국민 대부분이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철저한 핵 민방위 조치를 강 구하고 있는 스위스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논 의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추세 하에서 핵 민방위를 위한 논의와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요격·방호체제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에 대비하기가 대단히 미흡하며, 중간경로 단계 요 격을 위해 미국의 사드(THAAD) 미사일과 SM-3 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국민적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요컨대, 한국은 방어 부문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서 본고에서는 “기본적으로 방어 노력을 강화하되 강 력한 억제체제가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소극적 억제 에서 적극적 억제 순, 즉 핵 방어→ 핵 방호→ 적극적 억제 순으로 북 한 핵미사일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