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태세는 그들이 정한 로드맵을 따라서 지속적으로 발전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핵 위력
(yield)의 증강이다. 표준 핵무기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핵탄두의 위력이 약 20kt 규모이다. 이것에 비 하면 현재까지 세 차례의 핵실험에서 확인된 북한의 핵탄두 또는 핵장 치의 위력은 아직 표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소형화를 완성 했다고 하는 북한의 주장을 유추해 보면 위력을 작게 하는 것이 그들 의 소형화 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핵보유국이 개발한 수준 을 고려하더라도 북한 핵무기의 위력은 더욱 증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실험을 무한정 할 수 없는 북한의 현 사정을 고려하면, 핵물질의 양을 늘려서 위력을 증대시키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의 양의 제한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북한은 5MWe 흑연감속로를 가동하여 얻은 플루토늄을
현재 40kg 전후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24 제3차 핵실험까지 플루토늄 기반 핵실험을 했다고 가정하더라 도 그 수치의 변화는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핵개발 국가의 핵 능력 수
24_“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에 관한 국외 전문가 평가 중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평가
는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박사와 해커(Siegfried S. Hecker)박사의 평가를 꼽을 수 있다. … 올브라이트 박사는 핵실험을 마친 북한이 현재 핵무기 5~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인 총 28~50kg의 플루토늄을 보유, … 해커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 약 6~8개를 제조할 수 있는 총 40~50kg의 분리된 플루토늄을 보유했다고 평가 …,” 함형필, NUCLEAR DILEMMA-김정일체제의 핵전략 딜레마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09), p. 81 참조. 2007년 제1차 핵실험 이후 평가에서 대략 최대치
50kg에서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두 차례 더 핵실험을 실시한 지금 약
40kg 전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IRT-2000 연구용 원자로에서의 추출량과 제2, 3차 핵실험에서의 사용량을 추정하
여 현재 보유량을 계산하기도 하였으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준이 중급일 경우 대략 플루토늄 6kg 정도로 1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의 핵 능력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초급이나 중급이나 제 한된 보유 핵물질을 가지고 제조할 수 있는 핵무기의 수량은 10기를 넘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 핵 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또다시 핵물질 의 양을 늘려 핵실험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그렇게 해서 핵 위력이 증강되었다고 한들 결과적으로 핵탄두 1기 제조에 들어가는 핵물질 양이 증가되어 보유 핵탄두 수량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2009년에 선언한 우라늄 농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고 가정해 보 자. 영변에서 보여준 것처럼 약 2,000기의 원심분리기를 은닉시설에서 가동했다고 했을 때,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의 양 은 약 30kg으로 예상된다. 플루토늄에 비해서는 가동기간이 늘어갈수 록 생산량이 증가하는 고농축우라늄이 핵실험을 통한 핵 위력의 증강 을 도모하기에 유리할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전에 실 시한 세 차례의 핵실험의 의미는 없다고 보아야 하며,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으로 제조할 수 있는 핵탄두의 위력은 10kt 이하에 머물러야 만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명한 북한의 핵과학자라면 지금까지 수행한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서 핵 위력을 증강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불행히도 그러 한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핵개발 국가에서 북한과 동일 한 고민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한 국가들이 선택한 결과도 결 국엔 거의 동일하였는데 바로 증폭핵무기가 그것이다.25
25_핵무기 구조의 변경을 최소화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별도의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쉽게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원리가 매우 간단하고 메커니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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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증폭핵무기의 원리 및 삼중수소26의 필요성증폭(boost)27이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핵 위력을 끌어올 리거나 증대시킴으로써 기존의 핵 위력 보다 2~5배 정도로 크게 하는 효과가 증폭핵무기에는 있다.28 생각보다 증폭의 원리는 간단하다. 핵 분열탄의 연쇄반응은 기폭장치의 폭발로 인해 발생된 중성자가 핵물 질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에 충돌하여 핵분열이 연속하여 발생 되는 것이다. 핵분열 연쇄반응에서는 최초 핵분열에서 생성된 중성자 가 아직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은 핵물질에 충돌하고, 여기서 또다시 중 성자가 생성되므로 이러한 핵분열 과정이 연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어 나게 된다. 그런데 핵분열로 인해 발생된 에너지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가스를 핵분열 물질(pit) 안에 넣어주는 것만으로 핵폭발 시 중성자의 발생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생성된 중성 자가 핵분열의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보통은 2~5배의 위력 증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26_삼중수소는 중수로와 같은 원자로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도 월성에서 중수로를 가 동 중에 있기 때문에 부산물로서 막대한 양의 삼중수소를 생산·저장하고 있다. 이 경우 삼중수소 생성 메커니즘은 냉각재로 사용되는 중수소가 중성자 1개를 받아들여 삼중수소가 되는 것이다. 이 방식 이외에도 리튬6이라는 물질에 중성자가 조사될 경우 삼중수소가 생성된다. 1950년대 영국이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삼중수소 생산 을 위해 윈드스케일(Windscale) 흑연감속로를 일부 개조하여 가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원자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고가 삼중수소 생산을 위한 개조에 의해서 발생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7_사전적 의미는 ① 뒤나 밑에서 밀어 올리다, ② 격려하다, 밀어주다, 후원하다, ③ 끌어올리다, ④ 사기나 기력을 높이다, ⑤ 전압을 올리다 등이다. 엣센스영한사전
참조.
28_“이러한 증폭핵무기의 효과는 핵물질의 순도가 낮은 플루토늄탄에서 발생될 수 있는
자발 핵분열(Spontaneous Fission)에 의한 핵폭발 위력의 극단적인 감소(fizzle
effect) 현상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핵융합반응을 이용하지만, 여기서 발생
되는 에너지의 증가량이 1%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핵융합반응의 주목적이 핵분 열 반응 증강이라는 점에서 수소폭탄과 같은 핵융합무기와 구별된다,” 이상민, “북한 의 증폭핵무기 개발 가능성 고찰,” 동북아안보정세분석(NASA)-2014 (서울: 한 국국방연구원, 2014) 참조.
핵탄두를 폭파시켜버리기 때문에 핵탄두의 핵물질이 전부 반응하기도 전에 연쇄반응이 종료되고 만다. 그래서 사용된 핵분열 물질 양에 비 해 핵분열탄의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다. 증폭핵무기의 원리는 소규모의 핵융합을 통해 다량의 중성자를 일시에 공급하여 핵분열 연 쇄반응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소규모의 핵융합이라고 하는 증폭핵무기의 원리는 수소폭탄의 핵융 합과는 구별되어져야 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또는 중수소와 리튬629 사이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성자만을 이용하는 것이 증폭핵 무기인 반면, 동일한 핵융합 물질의 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핵 융합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수소폭탄이다. 당연히 사용되어지는 핵 융합 물질의 양도 많은 차이가 있다. 수소폭탄에는 수십 킬로그램 이 상의 핵융합물질이 필요하다고 하면, 증폭핵무기에 필요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양은 수십 그램 정도이다.30
증폭핵무기의 특징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위력의 증가를 도 모하면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핵물질의 양을 증대시키면 핵 위력이 증대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문제는 핵물질의 양이 증대된 만큼 이것을 임계 질량만큼 압축시켜주는 기폭
29_리튬의 동위원소 중 한 가지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물질이다.
30_초기의 핵융합은 핵분열무기의 효율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이러한 종류 의 핵무기는 폭탄의 핵분열 물질 중심에 수십에서 수백 그램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채운 것이다. 초기의 핵분열로 핵융합을 야기할 수 있는 1억도 이상의 고온에 도달하 면 핵융합이 시작되는데, 이때 부산물로 생성된 다량의 중성자가 주위의 핵분열 물질 과 다시 더 많은 핵분열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로, 순수 핵분열 무기보다 2배 정도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거의 모든 핵분열무기는 이러한 증폭핵무 기 형태로 생산된다. 이 무기의 또 다른 이점은 핵무기를 소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융합에 쓰이는 삼중수소는 생산에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매년 약 5.5%가 붕괴되는 물질이지만, 증폭에는 소량(수 그램)만이 필요하므로 전체적으로는 효율적 인 방법이다. 국방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이해 (서울: 국방부, 200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