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통일 거버넌스 ’ 효율화 방안
1. 새로운 통일 패러다임
가. 경제논리 중심의 새로운 통일정책 패러다임
기존의 통일 방안은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된다는 민족주의적ㆍ정서적 측면이 많다. 이를 비판하는 집단은 같은 민족이라도 이념이 다르고 북한이 남한을 적화통일하고자 하고 있는데 화해 협력이 가 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주의적 통일 개념은 국론을 양분시키고 있으며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이를 반대하 는 주장이나 모두 근시안적이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통일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세계질서는 이미 냉전시대를 종 식하고 경제논리 중심으로 이행하였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남북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하에서 경제논리 중심의 남북관 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통일문제를 통일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우리 민 족의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통일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고 경제발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통일은 이제 북한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통일하여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남한이 잘살기 위해서는 통일이 돌파구라는 개념이 설정되
어야 한다. 남한이 살기 위해서는 북한을 활용하는 방향의 대북정책이 모 색되어야 한다. 그것은 곧 북한과 경제적으로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발 전시켜 나가는 방향의 정책이어야 한다.
최근 북한이 경제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고, 남한경제에의 의존성이 증가 하고 있다. 이 추세를 활용하여 남북이 경제적으로 공존공영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논리 중심의 통일패러다임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북아 시대’가 우리의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인데 이에 상응하는 통일정책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수출주도 산업화전략이 여전히 우리의 핵심 경제발전 전략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필수 적인 것의 하나가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수출시장 개척이다. 그런 점에서 연해주와 시베리아지역은 새로운 전략적 지역이다. 연해주는 풍부한 천연 자원을 바탕으로 구매력이 큰 나라이다. 일본의 중고 자동차, 중국의 농산 물, 유럽의 고급소비재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중고 버스를 수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운 땅으로 부각되 고 있는 연해주와 시베리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통하지 않고는 별 실효성이 없다.
둘째, 대륙의 섬으로 남아 있는 남한은 대륙으로 이어져야 한다. 남한은 분단으로 북한과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섬이다. 일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북한을 통과해서 연해주, 러시아, 중국에 통할 수 있다. 섬 에서 탈피하여야 한국의 경제가 한 단계 고도화될 수 있다. TKR-TSR 연 결이 우리 경제의 활로에 필수적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위해서도 남북한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연해주는 또한 동북아 수송 체계와 에너지 공급체계에서 중요한 통과지 및 결절지이다.77
북한을 포용하여 개방시키고 우리가 동북아로 가는 다리가 되게 하여야 한다. 이념논쟁, 이념갈등, 체제경쟁으로 우리가 반도의 섬으로 남아 있게
77김원배, 박영철, 김경석, 이성수 외, 러시아 연해주에서의 자원ㆍ인프라 개발을 위한 한ㆍ러 합력방안 (국토연구원, 국토연 2003-6), p. 151.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섬인 줄도 모르고 일본을 섬나라라고 비아냥거리 는 경향이 있다.
셋째, 북한의 저임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남북관계가 필요하다. 5년 이후 한국 경제의 경쟁력에 대한 대안이 지금부터라도 준비되어야 한다.
5년 이후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어디서 찾느냐가 당면한 전략적 과제이다.
북한의 저임 인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북한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을 열어서 경제 협력의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해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의 구매력을 창조하여 우리의 상품을 수출하여야 한다. 현재 북한은 구매력이 없다. 우리가 북한을 포용하여 개혁ㆍ개방시키면 5년 이 내에 우리의 상품시장으로 개발할 수 있다. 단순히 상품시장뿐 아니라 경 제협력의 파트너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전략을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이 새로운 통일의 패러다임 으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나.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중심의 통일정책
남북한을 통일해야 하는 이유로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되 야 한다는 민족감상주의적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통일교육지침서」에 나타난 기존의 ‘통일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주장되 었다.
- 통일은 우리 민족 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상태를 말한다.
- 정치ㆍ경제ㆍ문화ㆍ사회 등 모든 면에서의 발전된 통합을 의미한다 (지리적 통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 통일은 지속적인 발전과정이다.
- 통일은 남북이 평화정착 노력을 통해 이루어가는 점진적ㆍ단계적인
과정이다.
또한 「통일교육지침서」에 나타난 ‘통일의 당위성’은 다음과 같이 주장되 었다.
- 분단으로 굴절된 한민족의 역사적 정통성 회복 - 이산가족의 고통해소 및 민족경제의 발전
- 단일 민족공동체로서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제고 - 한반도의 전쟁위협 해소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
통일의 의미와 통일의 당위성이 모두 민족주의적 정서를 중심으로 구성 된 것을 볼 수 있다. 민족주의적 정서를 중심으로 구성된 통일의 의미와 통일의 당위성은 우리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뭉치지 못하고 국론을 양분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국민을 통일의 의미와 통일의 당위성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은 경제논리로 통일을 재개념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통일정책의 중심 개념으로 부각시킬 필 요가 있다. 통일정책과 통일방안에는 통일을 해야 하는 목적과 이유가 분 명하지 않다. 통일을 단순히 북한을 붕괴시켜 남한에 복속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든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이미지가 더 크다.
통일정책과 통일방안에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통일의 목적이 경제논 리 중심으로 더욱 분명하고 간결하게 부각되어야 한다.
다. 통일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통일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북한 바로알기 중심으로 통일교육이 이루어져왔다. 통일교육원에서 발간하는 통일교육용 교재는 크게 「통일문 제 이해」와 「북한 이해」이다. 북한에 대한 이해가 통일교육의 절반을 차지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실태에 대한 교육은 자칫 반공교육이나 북한에 대한 혐오감을 불 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는 경향이 많다.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정치사 회적으로 왜곡되어 있는 북한과 통일을 하면 우리에게 이익보다는 혼란과 손해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는 부작용이 없지 않다. 통일교육 이 오히려 통일반대 교육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통일교육은 이제 왜 통일을 해야 하며, 통일을 했을 경우 어떤 이익이 있으며, 통일을 하지 못하고 분단이 지속될 경우 우리가 지불해야 될 분단 의 비용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북한 바로 알기 교육에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중심으로 통 일교육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중심으로 통일교 육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통일지향적인 태도로 정치지향을 바꾸게 된다.
당파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소모적 국론분열이 해소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경제논리로 발전되었을 경우의 이익을 교육하기 위하여 다 음과 같은 내용을 주요 통일교육의 내용으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경제적 이익
- 외교분야에 미치는 이익 - 국가안보에 미치는 이익 - 북한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