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우자 폭력과 문제음주
그동안 배우자 폭력과 음주문제의 영향 관계에 대한 탐색은 주로 폭력을 행사 한 남성을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피해여성의 음주문제에 관한 연구자들의 논의 는 상대적으로 저조하였다(장수미, 2008).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경험과 여성의 문제음주 관계에 관한 이론적 모델을 살펴보면 남성의 음주가 폭력피해에 선행한다는 주장과 폭력을 원인으로 여성 의 음주문제가 발생된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들을 찾아볼 수 있다(조자영·이경 민, 2015). 음주가 폭력피해를 발생시킨다는 모델은 남성을 가해자로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여 폭력 피해경험이 여성 문제음주의 원인이 된다는 스트레스- 대처 이론(stress-coping theory)과 자가처방가설(self-prescription hypothesis)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스트레스-대처이론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의 대처를 위 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를 한 후 적극적 대처 또는 정서적 대처를 통하여 스 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피해여성이 음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폭력피해로 인한 신체 적 증상 또는 정서적 고통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반복된 음주는 의존으로 이어지고(Cunradi et al., 2002) 여성의 사고능력을 둔화시켜 재 폭력 피해가
예측된다고 주장하였다(Cattaneo et al., 2007). 특히, 배우자에 의한 폭력 피해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신의 두려움과 고통, 외상을 대처하기 위해 적정수준 이상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Clark & Foy, 2000; Harrison
& Willis, 2000; Lipsky et al., 2005).
18세 이상의 여성 2,729명의 분석한 자료에서는 폭력피해 이후 전체의 57%에 해당하는 여성이 약물을 사용하였다고 결과를 발표하였다(Gatz et al., 2005). 우리 나라의 연구에서도 장수미(2008)는 145명의 배우자폭력 피해여성 중 26.2%가 문제음주자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으며 김진엽 외(2010)의 연구에서도 124명의 배우자폭력 피해여성 중 15.7%가 위험음주자라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반면, 남성의 음주가 배우자에 대한 언어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 는 임구원(2013), 송진영·심정수(2014), 송진영(2015)의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조미숙(2012)은 배우자폭력 가해자 중 51.4%가 알코올중독이라는 결과를 얻었으며 이는 배우자 폭력과 음주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윤명숙(2012)는 남성의 문제음주가 증가할수록 배우자 폭력 이 증가하며 배우자 폭력을 매개로 여성의 음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남성의 음주가 폭력 발생의 예측요인으로 제시한 연 구가 있고 선행요인인 배우자 폭력으로 인하여 여성의 음주문제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를 제시한 연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배우자폭력과 음주문제의 관계 를 선행조건이나 인과관계로 파악하기보다 두 요인의 상호적 관계(reciprocal relationship)로 강조되기도 한다(Campbell, 2004).
다시 말하면, 배우자의 폭력과 음주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으며 두 요인 사이에는 높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 문제음주의 대처요인
본 연구에서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배우자의 언어폭력으로 인한 스트레 스를 대처하기 위한 자원으로 작용한다.
음주와 자아존중감의 관계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으며(김정숙·임영미, 2005; 권현수, 2009),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정선영, 2003; 이각원, 2004; 문영희, 2007; 권현수·성희자, 2010).
불안, 우울, 슬픔,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와 음주는 밀접한 관련이 있 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김옥수·김계하, 2001; Moscato et al., 1997;
Albright, 1999), 이숙현·한창근(2019)은 자아존중감은 다양한 부정적 정서로 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자원이 된다고 하였다. 음주문제와 자아존중감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이유는 낮은 자아존중감이 음주문제의 위험인자(risk factor)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며(Jessor et al., 2006), 낮은 자아존중감이 위기 상황에서 발생 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방해하여 문제음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 장이 있기 때문이다(Geisner et al., 2004; Weitzman, 2004; Dawson et al., 2005; Pedrelli et al., 2011).
문제음주가 증가할수록 자아존중감이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으며(정선영, 2003; 배지현·박현식, 2006; Lipton, 1994) 자아존중감이 낮아질수록 배우자에 대 한 폭력이 증가한다는 연구(김승용, 2002; 권태연·강상경, 2007; Bellavial &
Murray, 2003)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남성의 문제음주와 배우자폭력 간에 자 아존중감이 이들 두 변인 사이를 매개하여 배우자에 대한 언어폭력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보고도 있다(송진영, 2015).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에서 문제중심적 대처가 가능하며(Raindran et al., 1977), 감정의 혼란에서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지니 게 된다고 한다.
앞에서 제시된 선행연구의 보고내용을 살펴보면 자아존중감이 높은 경우 스트 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한 음주선택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되며 배우자의 폭력에 대한 대처방법의 선택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문제중심적 대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삶의 만족도와 음주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남성은 문제음주를 삶의 방식 으로서 사회와 상호작용으로 바라보며 여성은 삶에서 발생하는 폭력경험, 사별, 이혼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보고가 있어 주 목된다(Robbins, 1989). 이러한 보고를 통하여 남성과 여성이 술을 마시는 이유 에 차이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윤명숙 외(2013)는 결혼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배우자의 음주문 제가 증가할수록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경험이 증가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여성의 삶의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보고하였다.
권현수(2009)는 노인의 문제음주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에서 빈곤노인의 경 우에 우울이 매개효과를 갖는다는 결과를 제시하며, 노인의 삶의 만족도와 관련 한 문제음주 대책에서 사회경제적 상황의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송진영(2014)의 연구에서도 지지되고 있으며 중년여성의 우울과 자아존 중감이 문제음주와 생활만족도 사이를 매개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문제음주가 삶의 만족도를 낮춘다는 연구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문제음주 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찾아볼 수 있으며(이현경 외, 2012), 문제음주와 생 활만족도가 양방향의 영향관계에 있다고 밝힌 연구도 찾아볼 수 있다(Foster et al., 2002).
반면, 중년층의 문제음주에 관한 연구한 김지훈 외(2013)의 보고에 따르면 문 제음주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삶의 만족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연구는 남성의 경우에만 우울을 매개로 문제음주가 삶 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문제음주가 직접적으로 삶의 만족 도에 영향을 주기보다 문제음주가 우울에 영향을 미치고 그 우울이 다시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으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울을 중재함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문제음주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에서 인과관계 달리한 경우에도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앞에서 제시한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3) 문제음주의 위협요인
여성의 음주에는 가정폭력 또는 부부갈등이나 시댁과의 갈등과 같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거나 상실의 경험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있다 (Straussner, 1985).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으로 인한 긴장감이나 우울 같은 부정적 정서가 알코올 사용을 자극하면 이에 대한 대처로 알코올 사용이 감소 될 수도 있으나 반면에 알코올 사용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하였다(이자영, 2018).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직시하지 못할 때 음주 가능성이 높아지며 가정이나 직장에서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어려운 상황이 주된 음주 욕구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였다(한귀원, 1996).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 우울이며 사람들은 우울
한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되지만 문제음주자들의 경우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우울해진다고 하였다(이봉재, 2007).
음주와 우울에 관한 기존의 연구를 살펴보면 정신 건강문제와 우울증이 있는 대학생이 그렇지 않은 대학생보다 음주문제와 알코올 남용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 다(김옥수·김계하, 2001; 정슬기, 2007; Hussong et al., 2001; Weitzman, 2004). 정슬기(2008)는 우울과 성장기 스트레스 유발사건 경험이 음주문제에 영 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보고하였으며, 김문두(2004)는 여성의 우울이 알코올 의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하였다. 최보라 외(2010)도 기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음주 문제와 우울이 정(+)의 관계에 있다는 결과를 보고 하였다. 신원우(2017)는 우울 수준이 높을수록 여성의 문제음주 가능성이 더 높 게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하였다.
반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중심으로 연구한 김지훈 외(2013)의 연구에서는 문제음주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에게서만 확인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이외에 음주와 우울이 상관이 없다는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김계하(2004)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비혼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우울이 음주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황윤영·주민선(2007)의 연구에서도 음주는 우울과 유의한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처럼 음주와 우울과의 관계에서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지만 우울과 음주는 관련이 있다고 연구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