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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이상 적대적 분단이 지속되면서 남과 북은 서로 다른 기억, 서사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분단의 희생자라고 인식하 고 있다. 더 큰 문제는 70년 동안 상대와의 접촉은 철저히 통제되어
상대의 기억, 서사, 세계관이 무엇이지 경험할 기회가 없었으며 오
직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교육에만 노출되어 왔다는 것이다.99) 또한 북한의 지속
적인 핵개발 속에서 연평도 사건과 천안함 폭침, 판문점목
침 지뢰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은 전후 세대에게 북한에 대한
분노를 넘어 혐오
감을 안겨 주었다. 남과 북은 공식적으로 전쟁 중
이라는 점에서 화해의 출발로 여겨
지는 폭력적 갈등의 종식조차 이루
지 못한 상황이다. 고착화된 갈등 이 론은 이러한 분단된 한반도에
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적 지향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고
착화된 갈등의 심리, 분단의 심리 전환을 위한 과제, 즉 화해의
98) John Paul Lederach, The Journey toward Reconciliation (Scottdale, P.A.:
Herald Press, 1999), pp. 65~77.
99) 차승주, “평화ㆍ통일교육의 핵심 내용으로서 ‘화해’에 대한 시론적 고찰,” 뺷평화학 연구뺸, vol. 20, no. 3 (2019), p. 41.
과제는 갈등에 대한 집단적 기
억
, 사회적 신념, 집단적 정서의 변화 로 요약된다.100) 먼저 집단의 목표에 대한 사회적인 신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갈등 발발과 지속의 기저가 되는 목표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믿음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갈등에 연루된 집단들은 자신 만의 목표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것이 갈등의 인식론적 근거를 제공 하게 된다. 이러한 목표에 최상위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신념이 변해야 화해를 실현할 수 있다-요는 이러한 신념을 무
너뜨리거나 적 어도 목표에 표
현된 사회적 열망을 무기한 지연시키는 것이다. 그 자리에 목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신념이 형성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념은 갈등 해결 협정을 그 뼈대로 하고 과거 적이었던 상대방과의 평화 관계를 지속 하는 데 중점을 둔 새로운 사회 목표를 제시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 이러한 신념을 통해 새로운 상징과 신화를 포함하여 새로운 목표
에 대한 합리화와 정당화를 제공해야 한다.동시에 상대 집단의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한다. 갈등 시기에는 반 대 집단의 도리를 벗어난 행위와 갈등의 발발, 지속의 이유를 설명 하고, 그에 맞서는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반대 집단의 권위를 실
추
시키게 된다. 화해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해, 라이벌 집단에 대
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그 구성원을 정당화하고 개인화
(personalize)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화는 상대 집단의 구성원에
수년 간 거부해온 인류애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상대방을 수용 가능한 집단에 소속된 것으로 보고 이를 통해 평화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바람직하다고 인식하도록
한다. 개인화(personalization)는라
이벌 집단의 구성원을 신뢰받을 자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합당한
100) Daniel Bar‐Tal, “From Intractable Conflict through Conflict Resolution to Reconciliation: Psychological Analysis,” pp. 357~360.
필요와 목표를 지닌 개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신
념
은 긍정 및 부정적인 특징을 구성하는 균형잡힌
편견과 여
러 구성 요소
를 인정하는 집단을 구분하여 인지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마 지막으로, 상대 집단의 구성원 역시 갈등 과정에서 고통 받았
기 때문
에 이들집
단을 갈등의 피해자로 보는 것을 허락해야 한다.고
착화된 갈등 심리의 전환은 자신의 집
단에 대한 사회적 신념의 변화도 필요로 한다.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집단은 스스로를 우월함 과 자화자찬을 포함한 편파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부정적 인 시각을 부 각시 키
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
러나 화해 프로 세스에서는 집단이 갈등 발발에 관여
하였거나 비도 덕적인 행동을 포함한 폭력에의 기여, 평화로운 해결안을 거부한 것
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적 신념에서는 특 히 과거 행위에 대한 부분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 비판적인 시각으 로 자신의집
단을 제시하게 된다.또한 갈등에 휘말렸던 두 집단 간의 관계와 관련하여 새로운 사회 적인 신념을 형성하도
록
요구한다. 갈등 과정에서, 사회적인 신념은 대립과 반감을 지지한다. 화해를 촉진하기 위해, 이러한 신념은 협 력과 우호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동등한 관계와 서로의 필요, 목표, 일반적인 안녕
에 대한 상호 감도를 강조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신념은 과 거와도 관련한다. 앞
서 논의한 바와 같이, 새로운 신념은집
단적인 기억을 수정하고 과거에 대한 관점을 라이벌이었
던 집단 의 관점과 맞춰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바탕으로 과거
관계를 정의해야 한다.
하지만 화해에 대한 명
확한 정의와 화해의 과정에 대한 합의가 없
다는 점에서 한반도 화해에 접근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큰
도전은 한반도에 적용될 수 있는 화해의 정의와 과정에 대한 합의 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갈등의 일
반성과 독특성 을 구분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화해에 성공했다고 평가받 는 사례라고 할지라도 한반도 화해에 적용
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않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 화해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불
러일으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 Truth
and ReconciliationCommittee)는 국가 내 갈등(Intra-state
conflict), 인종 갈등, 피해자와 가해자
가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며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한 갈등에 대한 국가적 노력의 결
과였다.한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또 하나의 화해 사례인 북아일랜
드 사례는
국가 내 갈등, 종교갈등, 물리적 폭력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
분이 모호한 사례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경우 국가 간
갈등(Inter-state conflict)이며, 영토에 대한 갈등, 그리고 피해자 와 가해자의 구분이 모호한 사례이다. 전술한 사례들의 화해 방식들 이 남북의 화해에 적용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술
한 갈등들이 한반도의 갈등에 적용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는영
역을 구분할 때 가능하다. 남북갈등은 국가 간 갈등인가? 국가 내 갈등인가? 남북갈등은 근본적 원인은 무 엇인가 ? 남북갈등에서 피해 자
와 가해자는 구분되는가? 국제사회는 한반도 갈등의 가해자와 피 해자는 누
구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
다
른 한편으로는 화해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접근에 대한 체계적
인 분석이 필요하다. 화해 개 념
의 모호함은 역설적으로 화해 개념
이 매우 풍부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화해의 다양한 정의들, 화해의 조건
, 화해의 순서, 화해의 주체 등 화해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비판
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한반도에 적용가능한 화해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반도의 화해를 위해서는 남북의 갈등, 남남의 갈등,북북의 갈등에 대한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본 연구에서는 고
착화된 갈등 이 론의 틀
에서 남북갈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심리를 조망하고 있다.본 연구는 고
착
화된 갈등 이론과 화해 이론을 바탕으로 한반도 화 해를 위한 다양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후속연구의 몫일
것이다. 그럼에도 선행연구의 고찰을 바탕으로 한반도 화해의 정의 를 제시하며 본 장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화해를 신뢰, 우정, 진실,
세계관 등 이상적이고 규범적인 상 태와 과정을 목표로 제시하는 최
대주의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한반도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는, 그래
서 오히려 화해의 장애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고착화된 갈등의
정도가 깊은 한반도의 경우 ‘북한과 협력을 기초로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
’와 같은 최소주의적 접근에 근거하여 한반도의 화
해를 시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적절한 접근일 것이다.
Dalam dokumen
2019 한국인의 평화의식
(Halaman 8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