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비전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평화와 번영에 기반을 둔 한반도와 동아시아 의 새로운 미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비전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근대를 향해 걸어온 여정은 전쟁과 침탈, 그리 고 군사적 긴장의 연속으로 점철된 불안정한 역사를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시각에서 한반도의 기존 질서는 수동적 냉전질서에 해당한다.
일제 강점과 분단체제의 형성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요된 수동 적 질서였으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남북한 간 그리고 자본주
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대립구도는 냉전질서였다. 수동적 냉 전질서는 한반도의 고비용구조를 형성했으며, 협력과 경쟁의 이중구 조인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비전은 능동적 평화질서의 형성을 통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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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영의 한반도와 동아시아 신시대(New Age)의 개막이라고 할 수 있다.신한반도체제는 수동적 냉전질서에서 능동적 평화질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탈냉전에 따라 세계질서는 구조적인 재편과정에 있으며, 동아시아 질서의 유동성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경 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성취해낸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정 치, 경제,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왔다. 2018 년 본격화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한국이 평화와 번영에 기반을 둔 새로운 한반도의 질서를 견인할 수 있는 기회 공간의 확장을 의미한 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착시키는 것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당면 과제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능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탈냉전 한반도와 동아시아 신질서의 형성이 한국의 전략목표와 상 이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기존 한반도 질서의 두 축인 샌프 란시스코체제와 분단체제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에 따라 자 동적으로 해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동아시아는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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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 략경쟁과 미‧
일의 인도‧
태평양 전략 대 중‧
러의 전략적 연대가 충돌 하는 신 안보대립구도 형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자 국 안보전략으로 2019년 1월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 러시 아를 나쁜국가(malign actor), 그리고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 라고 규정하고 있다.165) 미일동맹체제에 편승한 일본의 아베정권은165) U.S. Department of Defense, “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 pp. 7~12.
한국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이 자국의 전략적 자산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한반도가 다시 열강의 세력과 이해 관계에 따라 무기력하게 편입될 경우 과거 100년의 수동적 냉전질서 를 답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 100년의 동아시아 질서가 다시 대 립과 갈등으로 점철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능동성에 기반을 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 영의 새로운 계기의 마련을 의미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 립과 갈등의 결절점이 해소됨으로써 역내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동력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도하는 능동 적 평화질서가 신한반도체제의 핵심 비전인 이유이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그리고 한국전쟁 등 동아시아 근 대의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었으며, 그 피해는 일상을 영위하는 평 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동아시아는 세계적인 냉전구도의 핵심 축 을 형성했으며, 동서 양진영 간 대립구도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전 반의 고비용구조가 형성되었다. 탈냉전기에도 동아시아 패러독스는 생활세계 전반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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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의 한반도‧
동아시아 생활세계의 신시대(New Age)의 개막은 신한반도체제의 핵심 비전이다.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 분단체제와 동아시아 패러독 스에 기반을 둔 역내 안보적 긴장과 인간안보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함으로써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한반도‧
동아시아 생활세계의 평화와 번영의 구현을 지향한다.나. 목표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실현을 위한 목표는 한반도 차원, 남북관계 차원, 국제적 차원, 그리고 국내적 차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한반도
차원의 목표는 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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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의 구축이다.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 구 축은 신한반도체제의 출발점이며, 분단체제의 구조적 해체와 지속가 능한 남북관계 형성의 핵심 전제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남북한 군사 적 대치의 상징이자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하 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핵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 및 관련 국제관계 개선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포함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
미 및 북‧
일 수교를 수반하게 된다 는 점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고 새로운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신한반도체제 구상의 남북관계 차원의 목표는 통일을 지향하는 지 속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 형성이다. 한반도 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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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구축 프 로세스와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의 형성을 위한 노력이 가속 화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열강이 밀집해 있는 동북아 국제정치 구도에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 미‧
중 간 전략경 쟁구도가 형성된 동북아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는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공고화는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남북한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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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및 한‧
일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협력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각국 간 심화된 경제, 사회적 관계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 이상 진전됨으로써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면 일방에 의한 관계단 절은 어려우며, 협력관계의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다. 불가역적 남북 관계의 형성이 시급한 이유이다. 통일은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될 필 요가 있으며,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여 남북관 계를 제도화하고 공존‧
공영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 으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화해협력 단계 완성과 남북연합의 진입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상태 달성에 주력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 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신질서 형성의 견인은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국제적 목표 에 해당한다. 우선 한반도 평화지대화의 달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료와 아울러 관 련 당사국 간 상호불가침을 확약해야 할 것이다. 불가침은 구체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통해 실천되어야 한다. 남북,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당사자들은 불가침에 상응하는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실 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상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의 근본적 해소, 한미동맹의 진화, 그리 고 중국의 대한반도 군사태세 전환 등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지대 화는 냉전체제에 기원을 두고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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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 대 북‧
중‧
러 간 대립구 도의 관성이 해소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안보협력 의 가속화가 가능할 것이다.한반도 비핵화를 동력으로 역내 비핵안보레짐(Nonnuclear Security Regime)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될 경우 비핵 국가 일본을 연계해 역내 비핵지대화의 모색이 가능하다.166) 이 경우 미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 주변 핵 보유국 역시 역내 비핵안 보레짐에 대한 동참이 불가피해질 것이며, 이는 비핵지대에서 각국이 핵무기 운용교리의 포기를 의미한다. 비핵안보레짐을 동남아시아로 확대하는 방안의 모색도 가능할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이미 1970년
166) 동북아 비핵지대화 구상은 1996년 일본 피스 데포(Peace Depot)의 공동대표 우메바 야시 히로미치가 처음 발표했다. 2004년에는 피스 데포와 한국 시민단체 공동으로
‘모델 동북아시아 비핵무기지대 조약안’을 기초했다. 나가사키대학 핵무기철폐연구센 터(RECNA)는 2018년 6월 남북한과 일본이 비핵지대화조약을 체결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및 위협금지를 보증하는 3+3방식의 동북아사이 비핵지대 창설 구상을 발표한바 있다. “한일공동선언 20주년과 동북아의 신안보질서의 가능성,” 평 화연구원, 현안진단제194호, 2018.9.11.
대 비핵지대화 논의를 시작해 1995년 동남아비핵지대조약(Treaty on the Southeast Asia Nuclear Free Zone: TSANWFZ)을 체결했다.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아세안을 연계할 경우 아시아 전역의 비핵평 화지대화의 달성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지역안보 대화(East Asian Regional Forum)’에서 출발해 유럽과 같은 다자안 보 및 공동안보 협력체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의 완성은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국내적 목표에 해 당한다. 분단체제는 한국의 국가와 사회의 포용력을 근본적으로 제약 함으로써 고비용구조를 형성했다. 따라서 대내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국제 차원의 포용력을 확대함으로써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실현 되는 조화로운 혁신적 포용국가를 완성하고, 통일을 위한 내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인간안보의 구현은 전쟁 위협과 민족갈등 의 해소를 넘어서 분단체제로부터 비롯된 정치, 경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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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비 정상성의 해소를 통해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을 의미한다.신한반도체제의 포용국가는 분단과 냉전체제를 기반으로 고착화되 어온 한국의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는 광의 개념으로 해석되어야 한 다. 국가적 포용력 확대는 한국사회의 자기완성인 동시에 통일을 실 현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의 강화를 의미한다. 서독의 견고한 국가적 포용력은 통독의 핵심적 동력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대내적 차원, 남북관계 차 원, 그리고 국제 차원에서 포용력의 확대가 필요하다. 대내적 차원에 서는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포용력 확대가 모색되어야 한다. 서독 의 발달된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독일 통일의 핵심 동력이었다는 점에 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이 없이는 통일 프로세스 구현은 한계가 있 다. 한국은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정 착이라는 과제에 직면해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완성을 통한 정치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