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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동아시아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와 생활세계 (Lebenswelt)의 위기

탈냉전 세계질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는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모순된 상황에 직면해있다. 현재 한반도 와 동아시아의 질서의 출발점은 미완으로 종식된 두 개의 전쟁, 즉 태평양전쟁 및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다.164)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은 평화적으로 종결되지 못했으며, 세계적인 냉전체제를 경유하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은 구조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에 직 면했으며, 이를 위해 위해 미국은 패전국 일본을 동맹국으로 전환하 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탄생한 안보체제 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체제, 즉 ‘동아시아 51년 체제’이다. 샌프란시스 코체제의 형성으로 미국은 일본을 동북아지역의 확고한 군사적 거점 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한국전쟁은 일본을 ‘기지국가’화하는 결정 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을 거점으로 공산권에 대 응하는 미국의 동북아전략의 지향성은 보다 강화되었다.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형성으로 일제 식민지배체제와 태평양전쟁의 완전한 청산기회는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해결되지 않은 역내 영토 및 과거사 문제는 역내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한국전쟁 은 샌프란시스코체제가 형성한 국제정치 지형과 관련된 국제전쟁의 성격을 지녔으며, 기존의 대립구도를 재생산하는 불완전한 정전체제

164) 조한범, “신한반도체제의 비전과 목표,” 󰡔신한반도체제의 비전과 과제󰡕(2019 KINU 학술회의 자료집, 2019.5.24.) pp. 13~15.

로 귀결되었다. 한국전쟁이 정전체제로 귀결됨으로써 장기지속형 한 반도 분단체제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남북한의 발전을 구조적으로 제 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냉전기 미국은 미일동맹을 축으로 한미동맹과 아시아의 각국 간 양 자 안보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소련과 중국, 북한을 포함하는 공산 권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냉전기 한

일 대 북

러 간의 북방 삼각대립구도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세계적 차원의 냉전구도가 해체됨으로써 샌프란시스코체제, 즉 ‘동아시아 51년 체제’는 변화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양대 패권국가의 하나인 소 련이 해체된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의 경우 중국이 새롭게 패권국을 지향함으로써 샌프란시스코체제의 평화적 해체는 어려운 과제가 되 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온 한반도 분단체제 역시 관성을 유지함으 로써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협력적 신안보질서 형성에 장애가 초래되 고 있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과거의 냉전적 대립구도가 미

중 전략경쟁 및 동아시아의 신 안보대립구도로 전이되는 경향이 발생하 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추진에 구조적 제약으로 작 용하고 있다.

1950년대 냉전기 1970~1990년대 탈냉전기 문재인 정부

한 반 도

정전체제 ▶ 남북대립

구조 ▶ 74 공동선언

남북대립 지속 ▶ 남북대화

북핵위기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 아 시 아

샌프란시스코

체제 ▶ 동아시아

대립구조 ▶ 한중 한러 수교

일 미중 수교 ▶ 미

전략경쟁 ▶ 동아시아 패러독스

<그림 Ⅴ-1> 한반도 ‧ 동아시아 질서 변천 과정

출처: 조한범,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이해,” Kinu Insight 19-07, (2019), p. 6.

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는 북미 및 유럽연합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며 상호 긴밀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형성하 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동아시아는 역내 국가 간 안보적 긴장과 불신 구조가 병존하는 동아시아 패러독스로 인한 고비용구조에 직면해 있 다. 한

일 3국은 동일한 유교문화권이라는 역사적 공통성을 기반 으로 사실상 일일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서로 분리되기 어려운 경 제적 상호의존관계에 놓여있다.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 도의 긴장구조, 미

중 전략경쟁 구도, 그리고 신뢰의 결여 등으로 동 아시아 각국 간에는 풀기 어려운 갈등구조가 내재해 있다. 사드의 한 반도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 보복조치, 강제 징용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동아시아 패러독 스의 현실이다.

동아시아 패러독스는 역내 각국 관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고비용구 조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내 생활세계(Lebenswelt)를 위협 하는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구조적인 경제위기

와 독재체제를 포함한 총체적인 인간안보 위기는 동아시아 패러독스 와 무관하지 않으며, 핵 무기 개발의 동기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한국이 처한 발전의 구조적 제약, 안보 딜레마, 그리고 냉전문화 역시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한 단면이다. G2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공산당의 권력집중을 강화하고 있으며, 14억이 넘는 중국인들의 인터 넷 이용은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콩시민들의 시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불안한 동거 즉, 일국양제(一國兩制) 의 딜레마에 직면한 중국의 현실이다. 지구상 유일의 원폭 피해국가 이자 태평양전쟁의 비극적 종결을 경험한 일본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성찰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꿈꾸고 있 다.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 각국에 내재한 대중적 반일, 반한, 반중 정서는 관련 현안이 쟁점화될 때 마다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은 장기간 상시적인 전쟁의 위협에 놓여 있었으며, 당면 북핵 문제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한반도의 현실이다. 군사적 신뢰구축과 정치, 경제적 통합을 이룬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미

일 해양세 력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중

러 대륙세력의 전략적 연대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각각 군사대국화와 보통국가화 를 지향함으로써 역내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내 생활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저해하는 요인으 로 작용하고 있다.

<그림 Ⅴ-2> 한반도 ‧ 동아시아 생활세계(Lebenswelt)의 위기 트리(tree) 구조

출처: 조한범,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이해,” p. 7.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과 북한의 전략적 변화, 그리고 미국 트 럼프 행정부의 북미협상 전략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이 며,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제에 해당한다. 또한 북

미 수교와 관계정상화 등 냉전의 관성을 종식시키는 계기라는 점에 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은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을 견인하게 될 것 이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제안된 것이며,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을 해소함 으로써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신시대의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 서 미래지향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

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천명했다. 신한반도체제는 비핵

평화체제의 구축을 기반으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하나의 한반도를 지향하는 구상이다.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평화협력과 경제협력의 선순환구조 를 통해 동아시아 패러독스를 구조적으로 해체하여 평화와 번영의 한 반도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하는 새로운 비전과 역사관에 해당한 다. 신한반도체제 구상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주요 담론은 아래와 같다.

주요 개념 출처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

평화협력공동체경제협력공동체

평화경제

혁신적 포용국가

사람 중심의 한반도동아시아 평화번영 공동체

100주년 31절 문 대통령 기념사 (2019.3.1.)

평범함의 위대함

일상의 평화

포용적 세계질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문 대통령 기고문(2019.5.6.)

국민을 위한 평화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

오슬로 포럼 문 대통령 기조연설 (2019.6.12.)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반도

74주년 광복절 문 대통령 경축사 (2019.8.15.)

지속적인 평화(sustaining peace)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

한반도, 동아시아, 아시아 전체 사람 중심, 상생번영의 공동체

74차 유엔총회 문 대통령 기조연설 (2019.9.24.)

<표 Ⅴ-1> 신한반도체제 관련 주요 담론

출처: 조한범, “신한반도체제 구상의 이해,” p. 8.

신한반도체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평화

번영의 한반도

동아시 아 공동체를 의미한다. 신한반도체제는 비핵

평화체제 구축과 분단 체제의 구조적 해체를 통해 형성되는 평화

번영의 한반도 공동체이

며, 국가 간 갈등과 구조적 폭력의 제약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각국 개개인의 행복과 안녕이 보장되는 생활세계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 다. 이 같은 점에서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 분단체제와 동아시아 패 러독스를 평화

번영의 한반도

동아시아 신질서로 대체하는 것을 지 향한다.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

동아시아의 위협요인을 근본적으로 해소 함으로써 갈등과 대립의 과거 100년과 차별화되는 평화

번영의 신시 대의 개막을 의미하며, 국민과 일상의 평화와 행복이 구현되는 한반 도

동아시아 생활세계의 형성을 지향하는 구상이다. 신한반도체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기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략인 동시 에 국가발전 대전략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으며, 평화협력과 경제협력 을 통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공동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한반도체제의 실현을 위한 시간적 범위는 현재를 기점으로 도래 할 ‘새로운 100년

’으로 3단계의 구분이 가능하다. 단기는 신한반도체

제를 주창한 현 정부 임기 내이며,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시간적 범위에 해당한다. 현 정부 임기의 가장 큰 목표는 한반도 비핵

평화체제 구축의 확고한 틀을 마련함으로써 신한반도체제 구상 의 실현을 위한 입구를 형성하는 것이다. 장기는 광복 100주년(2045 년) 통일을 지향한 장기적 정책 목표의 시간적 범위이다. 광복 100주 년의 한반도의 위상은 외세의 침략과 냉전질서에 의해 수동적인 질서 에 편입된 과거와 근본적으로 차별된 평화와 번영의 하나의 한반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100년의 비전에 해당하는 통일 이 후의 시기는 한반도

동아시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새로운 역사관의 시간적 범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경우 하나의 한반도를 동력으 로 장기적으로 유럽과 같은 동아시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