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에서 상세하게 검토한 바와 같이 해운업의 거의 모든 거래는 외화, 특 히 세계기축통화로 기능하고 있는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된다. 그러므로 해 운업체의 재무상태 또한 달러화기준으로 기장하고, 표시하는 것이 보다 정확 한 재무상태를 나타낸다고 할 것이나. 실제는 세법상의 필요와 여러 가지 제 약으로 우리 국내 통화인 원화로 표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어느 경우에도 환율이 안정되어 있어, 변동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그 변동폭이 미미할 경우 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97년의 IMF 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기간 내에 100%이상의 변동폭이 발생하게 되면 외화부채와 외화채권의 환산에 다른 손 익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커다란 문제가 된다.
해운기업에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분야는 해운업을 영위하는 기본자산인 동시에 수익원인 선박과, 이 선박의 구입에 사용된 차입금70)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미화 1,000만불을 차입하여 1,000만불을 주고 선박을 구입할 경우, 재무제표 상에 기장은 고정자산인 선박은 구입당시의 환 율을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여 기장하게 된다. 구입당시의 환율이 850 : 1인 경우 85억원으로 기장된다. 그리고 차입금도 85억원으로 환산되어 고정부채 로 기장된다. 그러나 환율이 갑자기 상승하여 1,800 : 1이 될 경우71) 외화채 무액은 똑같이 1,000만불이나 원화로 환산한 부채는 180억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채무가 단번에 95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재무제표 상에 나타나게 된 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0만불 가치의 선박이 A기업의 고정자산으로 남아있 고, 부채도 1,000만불 그대로다. 외화기준으로 볼 때 아무런 변동사항이 없음 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상으로는 고정자산과 고정부채간에 엄청난 불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어, 재무제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있는 그대로 계수로 나타내어야 한다는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제 이것이 해운기업의 재무제표에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선주협회가 종합 한 해운업체의 종합대차대조표를 놓고 보면, IMF이전인 94, 95, 96년의 고정
70) 이 차입금은 선박확보방법의 여하에 따라 미지급 용선료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 나기도 한다.
71) IMF당시 실제 이렇게 올라갔었다.
자산은 각각 5조원, 6조원, 7조원이다. 이에 비하여 각 년도의 고정부채는 4 조원, 4조 5천억, 5조5천억으로 되어 있어 고정자산과 고정부채가 안정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IMF가 있던 당해 년도에는 고 정자산 8조원에 고정부채가 10조원을 넘어서게 되어 고정자산에 비하여 고정 부채가 2조원이나 초과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1996년과 1997년의 해운기업의 선복보유량에도 큰 변동이 없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불과 1년 사이에 고정부채가 3조원(전체의 30%)이나 증가할 이유가 없다. 그 차이는 순전히 외화환산손에서 연유되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외화환산손익의 처리 문제는 전술한바와 같이 재무제표가 한 기 업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는 문제점 외에 실질적인 손익과는 관계없는 가공의 손익이 발생하게 되고, 이에 대한 법인세 문제가 발생되게 된다.
가. 재무제표의 재무상태 반영불능
우선 외화환산손익이 경상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IMF 전인 94, 95, 96 년의 영업손익은 3,500억원, 4,200억원, 4,900억원, 그리고 IMF 후인 97년과 98년에도 4,300억원, 1조1,400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러나 1997년의 경우 영업외비용이 전년(96년)의 3배로 늘어난 2조원을 초과 하게 되면서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업체별로 약간의 사정 차이는 있으나, 1997년의 경우 시황이 호조를 계속하였으므로 해운업계는 대체로 모든 기업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1조원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되게 된다. 그것은 IMF 소용돌이 속 에서 1,80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되어 1,200원 선 에 안정되기까지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이번에는 환율의 하락으 로 인한 외화환산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 상 외화환산익이 기장 되는 계정은 영업외수입이다. IMF 전후의 영업외 수입의 증감추이를 보면 IMF 전에는 2,000억원대의 안정세를 유지하였으나, IMF 당해 년도인 97년에
는 7,000억원, 그 이듬해인 98년에는 1조3천억원, 그 다음해는 1조2천억원대 를 기록하는 등 급증하고 있다. 이는 일단 1,800원대로 환산되었던 환율이 1,200원대에 안정되는 과정에서 듯하지 않게 형성된 가공의 이익이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와 관련하여 더욱 놀라운 사실은 회계규정대로 환산 손익을 반영할 경우 재무제표 상에 너무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기 업에서는 일방적으로 회계규정을 무시하고 환산손을 기록하지 아니하는 등 회 계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실제 그랬을 것으로 보이는 결과가 재무제표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1997년에 영업외비용이 전년의 7,000억원대의 3배 가까운 2조원대로 증가한 것이 환차손 때문이라고 하지만 만약 환차손을 회계규정대로 반영하였을 경우, 과연 그럴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도록 되어 있다. 왜냐하면 97년의 영업외비용이 2조원(96년은 7,800억원)을 넘도록 증가하였는데 지급이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업외 비용 이 환차손이라고 볼 때 과연 환차손이 그것만 되었겠느냐는 의문과 이듬해인 98년에도 영업외비용이 2조 3천억원을 기록하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추측한다면 환율이 엄청나게 폭등하였던 97년에는 회사에 따라서는 외화부채의 환산손을 의식적으로 계산, 기장하지 아니하였다가 어느 정도 환 율이 안정된 이듬해인 98년 결산기에 반영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나. 미실현이익에 법인세부과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세법과 관련한 것이다. 법인세는 이익이 있는 경우 에 내게되고 이익이 없을 경우에는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이 환차손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미실현손익이 발생하여 정반대 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이를 IMF 전후의 실적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IMF 전년인 1996년의 경우, 영업이익 4,937억원에 150억원의 법 인세를 납부하였다. 그러나 IMF가 일어난 1997년의 경우, 영업이익 4,313억 원에 법인세 납부액이 65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법인세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바로 환차손의 발생으로 미 실현손실이 발생하여 법인세의 부과기준이 되는 경상이익을 크게 낮추었기 때
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된 1999년의 경우 법인세 납부액이 무려 2,73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는데 이것도 환차익 때문에 일어난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