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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성과 표현 기법에 반영된 형상화의 방식

2.3. 설명과 이해를 위한 표현 장치

2.3.2. 達意와 多樣

高應陟이 문학 활동을 하는 주된 목적은 자신이 깨달은 도학의 이치를 傳言 하여 타인을 교화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문학작품의 장르나 형식에 구애됨이

342) 大學章句 傳6章에 “小人閒居, 爲不善無所不知, 見君子而后, 厭然揜其不善, 而著其善, 人之視己, 如見其肺肝然, 則何益矣. 此謂誠於中, 形於外. 故君子, 必愼其獨也.”라고 하였고, 中庸 第33章에

“詩云, 相在爾室, 尙不愧于屋漏, 故君子, 不動而敬, 不言而信.”이라고 하였다. 또한 中庸 第2章에

“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反]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라고 하였다.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문 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高騁雲의 <祭文>에 기록된 “詩는 言志를 취할 따름이요, 辭는 達意를 취할 따름이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詩 든 辭든 그가 중요시했던 것은 결국 志와 意, 즉 자신의 도학적 이치와 깨달음 을 傳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시조’라는 간결한 시 형식을 선 택하여 노래로 부르면서도, 형식을 다듬기보다는 詩意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에 치중했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물론 시조는 장르적으로 ‘정형성을 가진 서정시가’이기 때문에, 시조 작가라면 누구나 간결한 시 형식 속에 담박함 을 표출하는 것을 지향했지만, 高應陟에게 있어서 이러한 시조 본연의 장르적 성격은 중요치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작시관을 바탕으로 도학의 이념과 깨달음이라는 詩意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시조는 정형성에서 일탈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형 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세련된 형식미는 얻을 수 없지만 상대적으 로 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詩意는 더욱 명료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자들로 하 여금 大學을 비롯한 유교 경전의 이념을 쉽게 ‘이해’시켜 깨닫게 하는 데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高應陟이 도학의 이치를 전달하는 達意에 치중했다고 해서 모든 시조 작품이 평시조의 형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몇몇 시조 작품은 시조의 형식 과 율격적인 면에서 전형적인 평시조 형태를 보이고 있다.

골하 셟​야 畵餠이 긔 됴랴 終日談河인 止渴을 엇디료 진실로 富潤屋면 窮타달 엇디료

<誠意曲>

이 시조는 외형적으로 초·중·종장 어느 한 장의 길이도 길어지지 않았고, 또 초장과 중장, 그리고 종장으로 이어지는 시상 전개 방식에 있어서도 평시조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초장과 중장이 의미상 병렬 을 이루고, 그 詩意가 종장에서 일반화되는 양상이 여타 시조 작품들과 별반 차 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高應陟은 시조의 양식에 담아 도학의 이념을 노래하더라도 하고자 하

는 말을 다 담아낼 수 없다면 시조의 일반적 형식에서 벗어난 사설시조 형식을 통해, 즉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뜻을 드러내 詩意를 정확하게 전달하려 고 하였다. 이는 곧 조선 중기 사대부들의 일반적인 시학 원리인 節制와 淡泊에 서 벗어나 직설적 서술을 통한, 형식의 자유로움 속에서 도학의 이치를 설명하 고 있는 것이다.343)

高應陟의 시조 작품에서 직설적 서술을 통해 詩意를 전개하는 양상은 초장이 나 중장의 내용이 확대되는 사설시조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와 같은 양상이 확 인되는 작품으로는 <天地一家曲>, <君子曲>, <平天下曲> 등을 들 수 있다.344)

티미러 도라보니 分明 上帝로쇠乾父 리미러 살펴보니 진실로 慈母로다坤母 中間萬物이 긔 아니 同生이랴

지븨 셰간 되여 同樂 엇더료

<天地一家曲>

이 시조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만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묘리를 깨우쳐 밝 히고 있는 작품으로, 형식상 초장이 길어진 사설시조라고 할 수 있다. ‘우러러 보다’와 ‘굽어보다’, ‘하늘과 땅’, ‘父와 母’의 대비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다 보니 초장이 자연스럽게 길어지게 되었다. 특히 간결한 시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압축적으로 시형을 구성했다기보다는 ‘分明’, ‘진실로’와 같은 부사어와 어미를 활용하여 직설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이 정제된 형식에 서 벗어나긴 했지만, 작자는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뜻은 온전하게 전달하고 있 다.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을 드러내면서 이 조화로움이라는 것이 결국 서로 다 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데서 생겨나고, 또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 치를 명료하게 설명한 것이다. 또한 시적 대상을 대구로 연결함으로써 우주 자 연의 원리는 이렇게 서로 다른 특성이 오묘하게 화합하여 있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

343) 형식의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해서 ‘노래로 부른다’는 시조의 장르적 특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규익은 선행 연구에서, 高應陟의 시조는 짧은 노래이건 긴 노래이건 5장의 가 곡창으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조규익, 「杜谷 高應陟의 歌曲」, 어문연구 제29집, 어문연구 학회, 1997.

344) <浩浩歌>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작품이지만, 馬存의 <浩浩歌>를 번역한 작품이 기 때문에 이 절의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君子曲>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瞻彼淇隩니 빋날 有斐君子ㅣ

切하고 磋텃니 모 일니 므어시며格物知至 琢고 磨텃니 허믈을 몯보로다意誠 心正身修

며 親賢樂利거아 綠竹興도 낟브도다

<君子曲>

이 시조는 중장이 “切하고 磋텃니 모 이리 무어시며 琢고 磨텃니 허 믈 몯보로다”로 길어졌는데, 君子가 되기 위한 방법인 ‘切磋’와 ‘琢磨’를 대구 로 연결하여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길이가 길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平天下曲>의 양상은 <天地一家曲>, <君子曲>의 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咸陽宮 쇠 노겨 기 호 티고 萬里城 軍을 내여 面面히 監考 定고 海內陣地

다 除草야 두고

天地間 굴믄 사 다 겻거 보랴터니 秋風이 吹不盡니 일동말동여라

<平天下曲>

이 시조 역시 앞서 예로 든 작품들과 같이, 초장이 길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조는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는 대구가 아니라 세상의 굶는 사람을 다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세 가지를 차례로 서술하면서 시적 의미를 더욱 분 명히 하였다. 즉 秦나라의 궁전인 咸陽宮의 쇠를 녹여 긴 호미를 만드는 일, 萬 里長城을 지키던 군사를 내어 조세를 담당하던 監考의 역할을 맡기는 일, 나라 안의 모든 진지를 다 제초하는 일을 차례로 나열하면서 이 세상의 굶주린 사람 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완벽하게 갖추려고 했다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秋風이 끝없이 불어서 이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상황을 제시하여 작자가 깨달은 平天下의 의미를 구현하였다. 결국 이 작품에서는 시적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할 근거를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직설적 서술을 통한 의미의 명료 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達意를 위해 高應陟은 특정 대상에게 묻고 답하는 問答 형식으로 2절의

연시조를 구성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문답은 제한된 특정 화자 사이의 의견 교환에 의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이기 때문에 교술적인 내용 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진술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동서를 막론하 고 각종 경전이 문답체로 이루어졌던 것도 이러한 문답의 효과에서 기인한 다.345) 高應陟의 시조 작품 중에서 이러한 문답 형식의 진술방식을 보이고 있는 작품으로는 <磨石曲> 2절, <晝夜曲> 2절을 들 수 있는데, 이 시조들은 모두 시적 화자와 조물주인 ‘天’ 사이의 문답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시조 한 작품 내에서 화자와 청자가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이 아닌 시조 2수에 걸쳐서 문답을 구성하고 있는 점은 高應陟의 시조에 나타난 독특한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답의 형식은 평시조이건 사설시조이건 한 작품 내에서 문답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346)

에 曾子 뵈와 事親을 道 뭇온

曾子曰 嗚呼라 小子야 드러스라 事親이 豈有他哉리오 敬之而已시니라

樂學拾零

이 시조는 趙光祖가 지은 작품으로, 시조 작품 내에서 두 명의 화자, 즉 시적 화자와 曾子 사이의 문답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예이다. 화자가 부모를 섬기는 道를 曾子에게 묻자 曾子는 어버이를 섬김에 다른 것은 없으며 오직 공경하는 것뿐이라고 답한다. 이 시조의 화자는 효자였던 曾子를 꿈에서 만나 효에 대해 서 묻고 이에 대한 답을 曾子에게 듣는 상황을 설정하여 자신의 견해에 대한 객관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高應陟은 질문과 대답을 각각 1수의 시조로 구성하여 총 2수의 연 시조로 노래하였다. 제1수에서는 시적 화자인 ‘내[人]’가 ‘하늘[天]’에 질문을 던

345) 권정은, 「문답형 자연시조의 유형과 존재 의의」, 국어국문학 제144집, 국어국문학회, 2006, 181-182면 참조.

346) 시조는 일반적으로 서정적 독백체를 통해 시상을 진술한다. 그러나 일부 시조에서 서정적 독백체 가 아닌 대화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점은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화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는 양상은 사설시조에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양상은 사설시조가 가진 극적인 특 성과 관련된다. 김제현, 사설시조 문학론, 새문사, 1997, 70-7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