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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는 2월 28일자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면서 “NMD 파문”이 불 거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러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ABM 조약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433) 아울러 한국의 ABM 지지표명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덧붙였 다.

미국 정부의 유감표명과 이의제기434) 등 문제가 확산되자 외교통상 부는 3월 2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아래와 같은 3개항의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435)

1. 오늘날의 세계 안보상황은 냉전시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접근도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함.

2.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추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하는 바임.

3. 우리는 미국 정부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동맹국 및 관련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 해나가기를 바람.

같은 날 정부의 고위당국자도 ABM 조약과 NMD 문제는 전혀 관

433) Patrick Tyler, “South Korea takes Russia’s side in dispute over U.S.

missile defense plan,” New York Times, February 28, 2001.

434) 미 국무부가 즉각 주미 한국대사관에 항의성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 2001년 3월 2일. 한나라당의 박관용 의원은 한‧러 공동 성명 발표 직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김하중 청와대 외교안보수 석에게 다음과 같은 3개항의 비공개 항의문서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①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인가, ②다자회의에서 미국과 이견이 있음을 표명하 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양자관계에서 미국과 대립되는 측면에 대해 비 우호국(러시아)에 동조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③장기적으로 한국은 러시아와 함께 ABM 조약을 지켜나갈 것인가. 「중앙일보」, 2001 년 3월 14일.

435)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012001030208200

계가 없으며 우리 정부가 미국의 NMD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은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436) 한‧러 공동성명에서 ABM 조약을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라고 옹호한 것을 NMD 반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것이다.

3월 2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NMD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①NMD를 반대하 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지하는 것도 아님, ②NMD에 대한 미국의 입장 을 호의적으로 이해함, ③NMD에 대해 미국은 우방국들과 충분한 협 의를 거쳐 입장을 결정하기 바람.437) “호의적 이해”(Sympathetic Understanding)는 일반적으로 완전중립보다는 찬성에 가까운 입장으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3월 2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3개항의 입장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 다.438) 미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인 패터슨(Torkel Patterson)이 유 명환 주미공사를 만나서 다음과 같은 문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439)

오늘날의 세계는 냉전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억지와 방 어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법도 변화가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으로서의 미사일 위협이 점증하고 있 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부시 대 통령의 리더십을 신뢰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는 이런 대응의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미국이 이 점에 대해 합당한 태도를 취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특히 우리 군과 영토 방위를 위해 효과적인 (미사일)방어망을 배치할 필요를 인정한다.

436)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012001030207500 437) 「조선일보」, 2001년 3월 3일.

438) 「한국일보」, 2001년 6월 15일.

439) 「한국일보」, 2001년 6월 15일.

미국이 제시한 문안은 NMD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결국 3월 2일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 에서 문안조정을 거쳐서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로 3개항이 발표된 것 이다.

한‧러 공동성명에 “ABM 조약의 유지‧강화” 입장이 담긴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도를 추정할 수 있다. 한 서방관리 는 한국 정부의 관료들이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전혀 예 측하지 못했고 단지 푸틴 대통령에게 좋게 보이려고 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440) 중국, 러시아, 북한이 모두 NMD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 는 상황에서 NMD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김 대중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441) NMD 파문과 관련해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러 시아가 처음으로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 것이 얻은 점이라고 밝힌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은442) 한국 정부가 중‧러의 입장 을 의식했다는 해석의 신빙성을 더해준다. 마지막으로, NMD에 관해 서 그 동안 표출되어 온 정부당국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1년 2월 21 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강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미국이 NMD를 강력히 추진하기보다는 NMD의 원인제공 문제(일부 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를 해결하는 게 더 빠르고 손쉬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443) 공개석상에서 이뤄진 고위 당국자의 이러한 발언은 아무 리 사견이라 하더라도 외교통상부의 실무관료들이 우리 정부의 입장

440) Don Kirk, “South Korea now pulls back from Russia on missile shield,” New York Times, March 2, 2001.

441) Ibid.

442) 「중앙일보」, 2001년 3월 24일.

443) 「한겨레신문」, 2001년 2월 22일.

을 세워나가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가 한‧러 공동성명의 문구가 NMD 반대를 의미하는 것 은 아니라고 서둘러 해명하고 NMD에 대한 호의적 이해에 가까운 입 장을 신속히 밝힌 것은 3월 7일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조 치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발표문을 발 표했는 데, NMD와 관련해서 다음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444)

김대통령과 부시대통령은 세계안보 환경이 냉전시대와는 근본 적으로 달라졌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 대량살상무기 및 운반수단으로서의 미사일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을 포함하는 새 로운 형태의 위협이 대두됨에 따라 억지와 방어에 대한 새로 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비확산 외교, 방어체제 및 여타 관련 조치 등 다양한 조치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양 정상은 세계평화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를 포함한 이러한 조치들에 관해 동맹국과 기타 이해당사자들간에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한편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 성명에서 문제가 된 “ABM 조약의 유지‧강화”라는 구절은 2000년 5월 의 제6차 NPT 평가회의와 7월의 G-8 오키나와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등 미국이 참여한 다양한 국제적 모임에서 발표된 문서에 나와있는 문구라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NMD에 대한 우리의 반대입장을 표명하 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445) 러시아 측은 NMD 반대를 표시하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삽입하자고 주장했지만 한국이 반대했다고 설명하

444) 한‧미 공동성명 전문은 청와대 보도자료 참조. http://www.cwd.go.kr 445) Office of the Press Secretary, Remarks by President Bush and

President Kim Dae-Jung of South Korea (Washington, D.C.: The White House, March 7, 2001), p. 5.

면서 오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446)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의 NMD를 지지하지 않은 것은 아 니지만 그렇다고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며 미국이 그렇게 말하도 록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447) 당시 참석했던 기자들의 웃음까지 자아낸 미 당국자의 이런 애매한 표현은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다음 설명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장관은 한‧미 정 상회담 교섭과정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NMD에 찬성해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우리가 동의하지 않으니까 백악관이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NMD에 대해 한국 의 지지를 요청하지 않았고 한국도 그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448)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은 이튿날 미 기업연구소(AEI)와 외교협회 (CFR)가 공동 주최한 오찬에서도 이어졌다. NMD에 대한 한국의 입 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449)

그런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 대단히 “유감”(Regret)스럽게 생 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러시아 편을 들어 NMD에 반대하는 입 장에서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오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즉 각 외교통상부 장관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러시아 측에서 NMD에 반대하자고 강력히 요청했으나 우리는 거절했다. [한‧ 러 성명에] 탄도탄요격미사일[ABM]에 관한 문구는 안 들어가 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446) Ibid.

447) Office of the Press Secretary, Press Background Briefing on the President’s Meeting with South Korean President Kim Dae-Jung (Washington, D.C.: The White House, March 7, 2001), p. 3.

448) 「중앙일보」, 2001년 3월 24일.

449) 「중앙일보」, 2001년 3월 10일.

김대통령이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와 저명한 언론인 및 전직 고위관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외교적 실수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유 감을 표명함으로써 2월말에 불거진 NMD 파문으로 정부차원에서 모 두 네 번의 유감표명이 있었다.450) 3월 2일자 외교통상부 장관이 성명 을 발표했고 3월 6일 김하중 외교안보수석이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 관을 만나 해명을 하고 유감을 표명했으며, 3월 7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유감표명을 했고 3월 8일 오찬모임에서 또 다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2001년 3월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회에 출석해서 다음과 같은 요지의 해명을 했다.451)

1. ABM 조약의 보존‧강화는 ABM 조약의 개정을 허용하는 뜻 으로 만들어진 용어로서 NMD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

2. ABM 조약의 보존‧강화에 대한 지지가 곧 NMD에 대한 반 대라는 해석은 단순한 흑백논리에 의한 것으로 맞지 않음.

3. 러시아는 NMD 반대라는 문구를 원했으나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ABM 조약의 보존‧강화”라 는 표준문안을 사용한 것임.

4.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ABM 조약의 보존‧강화라는 입장에는 두 행정부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함.

이정빈 장관의 상기 발언에서 우리 정부의 실책이 바로 네 번째 사 항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452) 클린턴의 NMD와 부시의 NMD가 그 성격과 범위, ABM 조약에 대한 입장 등 모든 측면에서 근본적으

450) 「조선일보」, 2001년 3월 10일.

451) 2001년 9월 29일 외교통상부 당국자와의 의견교환.

452) 이에 앞서 최영진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도 유사한 입장을 신문기고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발언대,” 「중앙일보」, 2001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