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문화배경 및 조정 참여의지와 유사한 개념 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 들을 통해 규범문화배경이 조정 참여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추론해볼 수 있다. 먼저, 격자-집단 문화이론 또는 프레임 이론(frame theory) 등에 따 르면 개인은 자신의 규범문화배경 또는 프레임과 같은 주관적 판단 기준 을 토대로 쟁점을 규명한다. 특히, 국내외의 정책 및 행정관리 연구들에서 는 특정 이슈가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을 선호하는지, 어떤 갈등해결방법에 참여할 것인지 등에 대한 개인의 판단에 개인의 규범문화 배경 또는 사회통제프레임이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Song, Silva와 Jenkins-Smith(2014)는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대한 개인의 지지 또는 반대에는 질병 감소나 접종 비용 등 사회적 혜택이나 이해관계에 대한 판단, 지식 부족, 잘못된 정보만이 아니라 개인의 규범문 화배경이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West, Bailey와 Winter(2010)는 재생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개인의 규범문화배경이 영향을 미치 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규범문화배경을 가진 시민들의 지지 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약속과 과학적 근거를 보강하여 계층주의자들의 지지를 얻고, 개인 행동의 범위를 확대하여 평 등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투명한 비용-편익 분석과 정책의 경제적 가 능성을 강조하여 개인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제언하였다. 심
준섭(2011)의 연구에서는 개인의 사회통제프레임이 갈등관리방법에 대한 선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결정에 순응하는 방법에 대해 평등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반대할 가능성이 컸고, 계층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등주의 성 향이 강할수록 사법적 판결에 따르는 방법에 대해 중립적이기보다는 분명 하게 반대 또는 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Christen(2004)의 연구에서는 갈등에 대한 갈등당사자의 주관적 인식이 협력의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욱·함승 경(2015)의 연구에서는 공공갈등 상황에서 개인의 문화성향에 따라 갈등 해결을 위한 조정 협력의지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집단이나 국가의 문화성향에 따른 제3자 개입에 대한 선호와 권력위임 정도의 차이를 발견한 연구들도 있다. Wall, Stark와 Standifer(2001)에 따 르면 농경문화권에서는 집단의 유대와 조화를 중시하여 비공식적 제3자가 개입하는 갈등해결을 선호하였다. Gire와 Carment(1993)에 따르면 집단주 의 사회에서는 조정을 선호했지만,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경쟁적인 성격의 중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연구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고, 국가 정책이나 공공갈등 을 중심으로 하였다. 또한, 국가의 문화성향에 집중한 연구들은 한 국가에 속한 개인들의 개별적인 규범문화배경을 간과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 연 구 결과들을 청소년 개인의 또래갈등과 규범문화배경에 적용하기에는 한 계가 있다. 또한, 문화성향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구분하기도 해서 사 회규범,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한 개인의 규제성, 상호의존성 인식이 참여의 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소수의 연구만이 청소년의 규범문화배경과 갈등해결방법에 대한 선호의 관계를 다루었다. 청소년의 상담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치 는 요인을 탐구한 금명자(2002)의 연구 결과, 수직적 집단주의 성향일수록 상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지만, 수직적 개인주의 성향은 상담에 대 한 기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성향이 상담이라는 갈등해결방법에 대한 기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았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 시사점을 준다. 하지만 이 연구는 또래갈등처
럼 위험이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을 전제하고 질문한 것이 아니라 상담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측정하였다. 따라서 또래갈등 상황에서도 청소년의 문화성향이 상담이나 조정 등 갈등해결방법에 대한 기대에 동일 한 영향을 미칠지 가정하기 어렵다. 한편, 최태진(2006)의 연구에서는 또 래갈등 상황에서 중학생의 문화성향이 갈등해결전략(지배, 양보, 협상, 절 충)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는 갈등당사 자 간 이면(二面) 관계에서의 갈등해결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제3자가 개 입하는 갈등해결방법에 대한 참여의지를 추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해보면 청소년은 자신의 규범문화배경을 토 대로 또래갈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여 갈등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판단할 것이다. 규범문화배경에 따라 또래갈등을 재판이나 학교의 결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할 수도 있고, 또래친구 간의 합의나 집단 내에서의 규범적 판단을 통해 해결하고자 할 수도 있다. 또한, 또래친구 또는 교사를 조정자로 한 비공식적 조정에 참 여하여 해결하고자 할 수도 있다. 즉, 비공식적 조정 참여의지에는 갈등당 사자의 규범문화배경에 따른 판단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정은 갈등당사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한 갈등해결을 강조하므로 갈등당사자의 참여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갈등당사자의 부족한 갈등해결력은 제3자의 도움을 통해 조정 과정에서 보완될 수 있지 만, 갈등당사자의 규범문화배경에 의한 낮은 참여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개시된 조정은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규범문화배경과 갈등해결방법의 관계를 밝히고 있는 기존 대부 분의 연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또래갈등과 같이 청소년에게 밀접하면서도 위험 상황으로 인식되는 갈등을 다루지 않았다. 또한, 조정 과 같이 제3자가 개입하는 갈등해결방법에 대한 참여의지에 초점을 맞추 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또래갈등 상황에서 갈 등당사자의 규범문화배경이 비공식적 조정 참여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살 펴보고자 한다. 특히, 규범문화배경을 4가지로 구분하고 각 유형이 또래조 정과 교사조정에 대한 참여의지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