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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북한 문학사 서술 및 문화 연구의 검토

본 연구의 대상인 문학예술 부문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특유의

‘사회주의 현실’에 대한 반영 및 재현의 방법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북한에서

추구된 ‘사회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후 북한 문단에 대해서는 해방후 북한 문학의 문학예술의 변화를 문학 내적 특성에 초점을 맞춰 다룬 기존 북한학 내 문학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신형기ㆍ오성호 1996;

김재용 1993; 1994; 2000; 김성수 1990; 1994; 2009; 2015; 2016; 김은정 2008;

2013; 유임하 2000; 단국대학교 2010; 2011; 2014a; 2014b; 이화여자대학교 2008;

2009).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1950-1960년대 중 협소한 특정 기간의 북한 문학사적 사건의 의미를 밝히거나 특정 작가나 특정 작품들의 해석에 치중되었다. 또한 보다 광범한 역사적 전개를 살피는 접근을 취하는 경우에는 문학사에 등장한 주요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 작품들의 내용, 스타일, 그 배경이 되는 사회정치적 변화를 에피소드적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요 작품들과 관련 사실들을 발굴하고 축적함으로써 이를 종합하여 북한 문예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일관된 관점에서 북한 문예계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역사적 변화를 파악하는 데서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대표적 작품들의 분석을 통해 북한 문예의 특성, 혹은 문예를 통해 유추한 북한 사회의 특성을 해석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문예 텍스트 내부의 분석에 머물면서 이러한 텍스트들이 생산된 국내외 정치적 맥락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북한 문학사를 서술하는 신형기ㆍ오성호(1996)의 연구나 김재용(1994; 2000)의 연구에서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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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맥락이 병행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있으나, 북한의 문화 부문 건설 자체가 보다 광범한 ‘사회주의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단편적 서술은 문예계 내에 한정된 시기적 변화를 알려주는 데 그치는 부분이 크다.

북한에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성립에 대한 기존 연구로는 해외 연구로 가브루센코(Gabroussenko 2010)와 마이어스(Myers 1994)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북한의 문예계가 소비에트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체계를 수입, 토착화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패한 것으로 본다. 이들에 따르면, 초기의 수입과 학습, 조선적 현실에의 적응의 시도들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당적 억압에 봉착했다. 북한에서 애초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체계에 입각해 자체의 정치적, 미학적 지향을 가지고 창작, 비평한 작가, 예술인들은 좌절하거나 숙청되었고 남은 것은 문예에 대한 당의 독점적 통제와 수준이 조악한 도식적 창작들 뿐이다(Myers 1994; Gabroussenko 2010).

가브루센코의 경우 소비에트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체계의 수입과 번역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문예계를 접근한다는 문제의식이 의미가 있으나 그 결론이 성공 혹은 실패라는 도식에 빠져버리면서 그 분석의 함의를 찾기가 모호하다. 외부의 원형의 수입, 번역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생했는지 비교적 시각에서 토착화의 과정을 설명하기보다 가브루센코는 북한의 문예가 결국 얼마나 결핍되어있는가를 주장하는 데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Gabrouseenko 2010). 초기 북한 문예계의 거두로 광범한 활동을 펼친 한설야에 초점을 둔 마이어스의 연구 또한 북한의 정치문화가 김일성 ‘개인숭배’의 형태를 가지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한설야로 대표되는 체제 형성기 문예는 사실상 소비에트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적용이라 하기에는 수준이 훨씬 뒤떨어진다는 것을 지적한다. 마이어스에 따르면 수령 찬양의 문예 형성에 대한 기여, 『승냥이』와 같은 “인종주의적” 민족주의 경향의 창작이 특징적인 한설야가 북한 문예계의 독보적 존재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미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가 일정한 문예적 성취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Myers 1994, 151-156). 결국 북한의 문예 형성의 과정은 문예계 자체의 논쟁, 시도들이 문예계 외부의 당적 우위, 정치 우위에 종속되면서 예술적으로 유의미하고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문예는 희생된 역사가 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북한의 문예는 체제 형성기 이후 현재의 도식적 문화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포착되지 않는 정적인 체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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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토착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설명이 매우 미흡하다. 예를 들어, 초기의 다양한 논쟁의 쟁점들이 두 연구에서 실패로 규정한 북한 문예의 체계 성립 시점에 어떻게 일련의 결론들로 정리되면서 나름의 논리적 체계를 구축했는가, 또한 이러한 논리 구조가 형성된 이후 어떻게 일부 쟁점들에서 초기의 결론들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체계 내 내용적 변화가 일어났는가, 체계 성립기에 숙청된 작가, 예술가들이 이후 어떤 맥락에서 복권되고 기존과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는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애초의 체계는 어떻게 지속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다. 즉 연구의 목적이 북한 문예계에 대한 감식안적 평가가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북한에서 형성되어 현재까지 유효한 문학예술계의 형식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보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 문예계 형성기에 북한 작가, 예술가, 평론가, 당 및 동맹 지도부문에서 어떻게 소비에트의 원형적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들여와 어떤 쟁점들을 중심으로 어떤 논쟁을 거쳐 어떤 결론들의 일정한 합에 이르게 되었는가? 이러한 쟁점- 결론들의 합으로서 체계는 이후 어떤 변화를 거쳤는가? 이러한 체계와 변화의 경로는 다른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형성에 대해 어떤 비교적 함의를 가지는가?

한편, 본 연구가 조명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조선화’ 담론이 위치한 1950-1960년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형성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은 1960년대 후반의 ‘당의 유일사상체계’의 확립의 배경을 대외적 환경의 변화나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한 내부의 사회주의 건설 전략에 초점을 맞춰 고찰해왔다(서동만 2005; 이종석 2003; 와다하루키 2002). 이러한 역사적 접근에서 이데올로기 부문은 북한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주제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분석의 대상으로는 되지 못했고 더구나 이데올로기의 하위 부문인 문학예술 영역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돌려지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와 해외 북한학계에서 북한의 문예, 문화에 대한 일정한 성과들이 나왔지만 이들의 연구는 역사적 접근이라기보다 북한 문화의 작동 구조를 분석하는 데 기본적인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으로 권헌익ㆍ정병호(2013)의 연구는 기어츠의 ‘극장국가’의 개념을 통해 카리스마적 권위의 세습이라는 베버적 ‘정상화’의 딜레마를 극복한 북한 특유의 ‘신가족주의적’ ‘유격대 국가’의 정치 문화 분석에 기여했다. 김숙영(Suk-Young Kim 2010)은 북한 문예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영화가 어떻게 북한 인민의 사회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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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되는가를 영화를 활용한 교육교양의 사례 분석을 통해 밝히는 한편, 영화 장르에 재현된 인물들과 상징들의 분석을 통해 북한의 문화적 기제에 대한 이해를 제공했다. 이러한 최근의 문화적 해석의 작업들은 북한의 사회문화의 작동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본 연구의 관심인 북한에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형성의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정치 문화 연구는 위와 아래가 어떻게 문화적 상징, 기제를 통해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구조를 보여주지만 문예 부문의 구체적 행위자들의 역할이나 문예 부문의 시기에 따른 변화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본 연구는 북한 사회주의 건설의 주의주의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담론, 특히 문예 부문의 담론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현실 사회주의 진영이 공유하는 문예에 대한 독특한 관점에 주목할 때,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사회주의 건설’의 성격을 제대로 조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은 현실을 독특한 관점에서 반영하고 그 결과인 예술적 재현을 통해 현실을 개조하는 것으로 문학예술을 정의함으로써 문예, 문화 부문 건설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문화 부문의 중요성은 북한사 서술에서 와다 하루키나 찰스 암스트롱이 문화 영역의 사료에 폭넓은 관심을 돌린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와다 하루키(2002)는 대표적으로 자신의 유격대 국가 모델을 설명하는 데서 전사회적으로 보급된 구호, 문학예술, 의례 등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기존에 주로 활용된 주요 정치적 노작, 신문 등에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사료의 활용을 보였다.

암스트롱(Armstrong 2003) 역시 해방부터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의 ‘북조선 혁명’을 다양한 사회 부문에서의 구제도의 신제도로의 대체 과정을 보이면서 특히 문화 영역의 변화를 중요한 항목으로 다뤘다.

암스트롱(Armstrong 2003, 245)은 북한 체제 형성 초기의 문화 부문 건설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주요 명제의 하나인 ‘사회주의적 내용에 민족적 형식’이 구현된 것이 아니라 ‘스탈린주의적 형식에 민족적 내용’이 확립되었다고 주장한다. 암스트롱(Armstrong 2003, 241)은 이러한 북한의 특성을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계를 들여와 ‘조선화’(Koreanization)한 시도라고 보면서 조선화된 북한의 사회주의 혁명이 가지는 주의주의적 특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구조에 대해 인간 정신의 힘을 강조하는 ‘주체’의 레토릭은 북한의 표현대로라면, “맑스를 그 발로 다시 세운”, 실제로는

“맑스를 그의 머리에 거꾸로 세운” 형태였다는 것이다(Armstrong 200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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