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인민의 평가의 쟁점은 제2차 조선작가대회에서 기본적으로 이에 관련된 직접적인 논쟁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대다수 논자들 주장의 정당성의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이 필요한 문제이다. 대회를 전후로 선명한 논쟁의 쟁점으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소련공산당 20차 전당대회와 조선로동당 3차 당대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8차 전원 회의 등의 맥락에서 군중적 관점, 집체적 협의 등에 대한 원칙적인 강조가 더 높아지면서 인민 대중, 독자 개념은 다양한 주장을 포괄하는 정당화의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대회 연단에서 다양한 논자들은 “인민들의 목소리”,54 “독자들의 항의”,55 “인민- 독자”56의 평가를 도식성 판단의 기준이나 관료주의적 행정 비판의 근거로 언급했다. 독자-인민 쟁점에서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민족 문화전통에서 인민적 구두 창작을 발굴하여 현재에 맞게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는 ‘민족적 형식’의 창출과도 관련된 문제로 대회에서의 고전 연구 분과 위원회 개설 제안과도 만나는 지점이다. 독자, 인민의 문제는 작가들의 현지 파견 사업에서의 현실 체험에 기반한 형상화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되었다. 나아가 분단된 상황에서 북반부를 넘어서서 남반부의 문학예술을 함께 고려하는 동맹의 자기 규정에 입각해 남한 현실을 주제로 한 창작에서 그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제, 즉 ‘남반부 인민’의 현실과 요구에 맞게 형상하는 문제까지 포괄했다. 여기서는 대회 연단 중 현지 독자회들의 경험을 총화하는 황건의 발언과 동맹 지도 사업에서 평가 기준으로 언급되는 독자, 인민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황건은 도식주의 비판의 소쟁점으로 대회에서 논의된 흥미, 재미의 부재, 독자들의 공감 저하의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먼저 “작가들과 편집부에 들어 오고 있는 독자들의 수많은 편지들”을 언급하면서 이를 해방후 조선문학이 인민에 복무하고 인민을 고무하는 역할을 자부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한다.57 그러나 동시에 “독자들의 요구”에 따르면 “우리 문학은 우리 사회의 발전 속도보다는 뒤떨어지고 있으며, 인민이 요구하는 수준과는
54 황건, “산문 분야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 『제2차 조선 작가 대회 문헌집』, (평
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87.
55 한설야, “보고”, 40.
56 김순석, “시인들의 협력은 우리의 시 문학을 전진시킨다”, 『제2차 조선 작가 대회
문헌집』, (평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261.
57 황건, “산문 분야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 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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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있으며, 그들이 계속 기울이는 기대와 사랑에 만족하게 수응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58 그가 소개한 독자회의 반향은 어느 독자회에서 소설들의 재미 문제를 지적하며 퇴폐적인 부르죠아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하는 독자가 있다는 말을 한 한 젊은 동무, 사범대학 독자회에서 『최 서해 선집』이 많이 읽히는데 주로 노인들이 읽는다는 한 학생, 사범 대학 독자회에서 적지 않은 작품들이 앞은 있으나 뒤가 없다는 한 학생, 황해 제철소 독자회에서 전쟁 기간에 포항 계선의 한 고지에서 20여 명의 전사들이 한번에 전사한 사실을 회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써달라는 한 젊은 노동자, 독자회서마다 듣는 애정
문제를 취급한 작품이 적다는 이야기 등이다.59 독자들로부터의 요구는 작품
편집과 관련된 엄호석의 발언에서도 등장하는데 그는 편집부에 제출되는 독자들의 편지를 언급하면서 전후 인민 생활의 반영에 있어 각계각층의
‘얼굴’이 반영되어야 함을 지적했다.60
황건은 흥미, 재미를 높이는 문제와 관련해 결론적으로 작품의 내용 혹은 사상성의 우선적 고려, 독자의 공감을 높이기 위한 도식성의 극복과 개성적 형상화, 시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교양성, 형상화에서 “혁명적 랑만주의”
접근, 다양한 문학 수업과 예술적 기교의 제고 등을 주장한다. 독자, 인민의 평가를 현 창작 수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결국 황건이 밝히는 바와 같이
“문학을 온갖 면에서 인민의 요구의 수준에 끌어 올리자”, “문학의 인민성을
더욱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는 북한 문예의 근간인 ‘레닌적 당 문학’의 원칙인 “당성, 인민성, 계급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노력의 하나였다.61 그런데 인민, 독자의 요구의 강조, ‘인민성’의 쟁점은 대회 연단에서 하나의 참조 기준으로 소환될 뿐, 그에 대한 활성화된 논쟁을 통해 체계적인 논리를 만들어내는 노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민성’은 그 정의가 확고하게 추구되기보다 하나의 광범한 기준으로 논자들의 주장의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대회 연단의 다른 쟁점들과 마찬가지로 논쟁의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발견되는 특징이지만, 독자들의 평가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접근하고 제대로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논쟁조차 설정되지 않는 점에서 다른 쟁점들에 비해 더 불확정적인 성격이 크다.
58 황건, “산문 분야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 74.
59 황건, “산문 분야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 74, 76, 79, 80, 83.
60 엄호석, 『제2차 조선 작가 대회 문헌집』, (평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256.
61 황건, “산문 분야에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 87; “조선작가동맹 규약”, 『제2차 조선
작가 대회 문헌집』, (평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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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인민의 목소리가 논자들의 맥락에 따라 유동적인 측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동맹 지도 사업에 대한 대회 비판들에서 찾을 수 있다. 동맹 지도 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다음 쟁점에서 다룰 것이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대회 전후 일련의 문예 인사들의 숙청, 비판 과정에서 그들을 비판하는 하나의 지점으로 독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군중적 관점을 이탈했다는 명목이 존재하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미 숙청된 림화, 리태준, 김남천 등의 이념적 주장에 동조하고 이들의 창작 출판이 지속되는 데 행정적 방조를 했다는 비판을 받은 기석복, 정률의 경우 독자들의 미학적 감흥에 따른 평가와는 정반대로 사업을 전개했다고 비판되었다.62 그들의 문예 부문의 행정적 지도는 도식주의적 작품을 출판, 상연하게 만들었고 창작 과정에 관료주의적 간섭을 함으로써 도식적 작품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히 이는 대회 전 한설야의 비판에서 잘 드러나는데 다음의 인용에서와 같이 이미 확정된 당적, 동맹적 결정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평가가 이용되는 현상이 드러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김 창석의 일련의 평론 활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유능한 신진 평론가가 정 률의 사상적 영향하에 때로 편견과 독선에 사로잡혀 정당한 견해에 대하여 일방적인 반기를 들고 나오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 례로 리 동춘의 『새 길』에 대하여 김 승구, 김 명수, 박 태영 등이 자기 론문들에서 한결 같이 이 작품이 오늘 우리 농촌에서 진행되는 첨예한 계급 투쟁의 면모를 옳게 반영하지 못하였으며 생활을 피상적으로 안일하게 분식한 점들을 비판하였고 또 이 견해는 관중과 독자들의 여론에 의하여 더욱 확증되였음에도 불구하고 김 창석은 이 희곡이 보드빌이며 계급 투쟁을 정면으로 취급하면 보드빌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괴이한 리론이다. 드라마도, 보드빌도, 풍자극도 모두 계급 투쟁을 정면으로 취급하는 것이며 보드빌은 다만 그것을 보드빌적으로 묘사할 뿐인 것이다.63
대회 전후로 독자, 인민들의 목소리는 편집부에 도착하는 편지들이나
62 기석복, 정률은 대회 이전인 1955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1956년 1월 동맹 중앙위원
회 상무위원회 결정에서 숙청되었다. 림화, 리태준, 김남천은 정전 직후 남로당계의 숙 청 과정에서 이미 비판되었다.
63 한설야, “계급적 교양과 사회주의 레알리즘의 제 문제– 1955년 창작 사업 개관– (조
선 작가 동맹 제21차 확대 상무 위원회에서의 1955년도 창작 사업 총화에 관한 보고”,
『조선문학』, 195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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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회의 형식으로 실제 다양하게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조선문학』 지면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64 독자, 인민은 특히 현지 파견 사업에서 직접 현실의 인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동맹 사업에서 드러나듯 조선문학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등장하나, 1956년 대회 연단을 전후해 다른 쟁점들에 비해서 아직 그 이론적 심화가 불충분하게 이뤄지면서 구체적인 작품 평가의 기준으로서는 모호한 성격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