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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운영 및 정책결정과정

가. 김정일의 ‘당 시스템’ 구축: 김일성과의 비교

최고지도자를 제외하고 당조직 체계와 맞물려 운영되는 노동당의 가 장 중요한 기관은 당중앙위원회이다. 그러나 당중앙위원회는 각계각층 의 당조직들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지도기관이지 집행 기관은 아니다. 당중앙위원회는 그 결정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집행 부서들을 가진다. 정치국과 비서국(현재 정무국)인데, 정치국은 중앙위 원회를 축소한 것으로 이 역시 지도기관의 성격을 가지며 여기에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에 비해 비서국은 당중앙위 원회의 최고집행기관이다. 이 기관에는 당사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비서들이 있다. 당중앙위원회의 여러 집행부서들은 비서국의 지도 밑에 형식상 당중앙위원회가 결정한 정책에 따라 전당을 움직이게 된다.59)

당중앙위원회는 형식상 당의 최고기관이지만, 심의에 제기된 정책안 들은 모두 당중앙위원회 내에 있는 집행부서(전문부서)들이 작성한 것이 며 당중앙위원회에서의 심의는 형식적이다. 각 분야 정책안들은 각 부서 에서 작성하고 담당비서들을 통하여 최고지도자에게 올려 비준 받는다.

따라서 당사업을 책임지고 지도해 나가는 실세는 비서국 성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 위계체계와 연계해 보면, 당중앙위원회에서는 총비서 와 비서들이 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지도하며, 도당위원회에서는 도당책 임비서와 비서들이 도당위원회 사업을 지도하고, 군당위원회에서는 군 당책임비서와 비서들이 군당사업을 지도한다.60)

북한의 정책 형성, 합의, 결정 과정을 살펴보자. 북한에서 정책형성은 지도부의 정책목표 제시 → 정책초안의 작성과 합의 → 결정화 및 채택

→ 집행 단계로 구분된다. 북한과 같은 ‘당-국가체제’에서 정책 형성의

59) 황장엽, 『북한의 진실과 허위』 (서울: 통일정책연구소, 1998), p. 87.

60) 위의 책, pp. 87~88.

108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기본 주체는 당이다. 때문에 북한에서 모든 정책은 국가정책이나 정부정 책이 아니라 ‘당 정책’으로 통칭된다. 이는 정책의 ‘결정권’과 집행에 대 한 당의 ‘감독권’ 행사를 의미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정책의 합의 와 결정은 당 정치국이, 그 집행에 대한 지도와 감독은 당 비서국이 각각 분담한다. 이로부터 정책적 지도는 당생활지도와 함께 당의 영도에 양대 기둥을 형성한다.61)

비서국으로 대표되는 각 분야의 책임간부들(비서들)은 당 정치국 위원 혹은 후보위원의 직함을 가지고 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하여, 자기 분야의 정책초안들을 제출하고 집체적으로 토의하여 수정・보완한 다음 당 총비 서가 최종결론을 내리는 방법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정책 은 필요하면 최고인민회의의 형식적인 추인을 거쳐 당중앙위원회 비서 국 산하 전문부서들의 지도・감독 하에 정부의 각 부처가 집행한다.62)

그런데 김정일 후계체제 시기부터 당이 가지고 있는 전 사회에 대한 당생활지도 기능은 강화된 반면, 정책적 지도기능은 상당부분 약화되어

‘김정일의 직할통치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당 정치국의 정책결정 기능 이나 당 비서국의 정책집행 지도기능은 무력화되거나 축소되었고 대신 김정일이 측근정치와 ‘보고서정치(비준정치, 제의서정치)’를 통해 각 분 야를 자신이 직접 챙기는 비공식적 정책결정방식이 보편화되었다.63) 김 일성 시대에는 유일지배체제를 공고화하고 김일성의 구상과 의도를 관 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범위 내에서, 정책결정 참여자들의

‘건설적 의견’ 제기는 가능하였고 형식적으로나마 ‘정책토론’ 문화도 지 속되었다. 그런데 1980년 6차 당대회 기점 김정일 후계체제가 공식화된 이후 정치국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비롯한 정책결정기구들은 수 령절대체제 확립과 공고화 방향으로 형해화되었다.64)

61) 현성일, 󰡔북한의 국가전략과 파워 엘리트 -간부정책을 중심으로-󰡕, p. 401.

62) 위의 책, p. 403.

63) 위의 책, pp. 401~402.

Ⅳ. 김정은 시대 당 장악과 운영 체계 109 대신 각 기관과 분야들에서 만든 정책초안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문 서로 보고하여 결재를 받은 다음, 필요한 경우 당 정치국회의나 전원회 의, 간부협의회 등에서 형식적 합의를 거치는 제도, 즉 ‘비준정치’ 혹은

‘보고서정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배경으로는 밀실정치나 측 근정치와 같은 비공식적 방식을 선호하는 김정일의 통치스타일과 성향 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유일지배체제이며 자기 측근이 갖추어진 상태 에서, 측근정치를 놔두고 굳이 원로들로 구성된 정치국과 같은 협의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김정일의 개인적 성격이나 통치스타일, 그리고 ‘실용주 의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 ‘격식만 차릴 뿐 실속이 없고 부담스러운’ 방식 이었던 것으로 보인다.65)

그리하여 ‘제의서정치’ 및 ‘측근정치’와 같은 비공식적 정책결정방식 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 로 되었다. 비공식 연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는 실질적인 정책결정기구의 역할을 하였다. 측근간부들은 이러한 측근 행사 뿐 아니라 각 분야에 대 한 김정일의 현지시찰에도 동행하며 정책을 결정한다. 즉, 과거 당 정치 국이 수행하던 상층부에서의 정책결정 역할을 김정일 시대에는 측근정 치가 대신하였다. “측근정치가 대표적인 상의하달(上意下達)식 정책결 정과정이라고 한다면, 비준정치(혹은 제의서정치)는 대표적인 하의상달 (下意上達)식 정책결정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66)

‘제의서정치’ 혹은 ‘비준정치’라 불리는 결재방식의 정책결정과정은 김정일의 권력 공고화 과정과 더불어 세 단계의 진화과정을 거쳤다.

1970년대에는 특별한 제약없이 당조직 체계에 기반하여 각 기관이 김일 성이나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병렬식 보고체계였다가, 1980년대 초부터

64) 위의 책, p. 404.

65) 위의 책, pp. 404~405.

66) 위의 책, pp. 409~411.

110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는 모든 문건을 김정일을 거쳐 김일성에게 보고하는 직렬식 체계가 수립 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부터 김정일은 모든 정책보고서에 대한 결재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말에는 대부분의 정책이 김 정일 단계에서 최종 결정되었다.67)

그런데, 제의서에 기반한 비준정치는 국정전반을 권력자 일인에게 집 중시킴으로써 업무부담의 가중과 혼동, 정책결정에서의 객관성과 합리 성, 신속성의 결여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각 기관이 자기 의 일방적 견해만 고집하거나 자기 입장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논리개 발에 치중함으로써,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국가차원에서 종합적 판단을 내리는 데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 최고통치자가 동일한 사안에 상반되는 정책안을 모두 비준해 주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 하기 위해 김정일은 보고서의 작성 단계에서 각 기관 및 분야들 사이에 충분한 협의와 합의를 거쳐 합의되지 못한 보고서는 자신에게 보고하지 못하도록 질서를 세우기도 하였다.68)

그러나 김정일의 통치영역이 당을 넘어 군

정으로 확대되면서 당을 통 한 수직적 정책지도 방식은, 김정일이 모든 분야를 직접 장악하는 수평적 직할통치 구조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당의 정책지도 기능이 약화되면 서, 주로 군사, 외교, 보위 관련 분야들은 당 비서국의 해당 전문부서들과 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직접 김정일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안에 관계되는 여러 부서와 기관들 사이의 합의 는 엄격하게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기관이나 분야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갈등이나 혼선이 조율되었다.69)

당・군・정 등 각 분야에서 정책초안을 작성하여 김정일에게 보고하고

67) 위의 책, pp. 412~413.

68) 위의 책, p. 413.

69) 위의 책, pp. 413~414.

Ⅳ. 김정은 시대 당 장악과 운영 체계 111 결재를 받아 집행하는 방식은 김정일 정권 하에서 북한의 가장 보편적인 정책결정과정이 되었다. 물론 김정일이 간부들과의 회의나 모임, 측근행 사, 현지시찰 등 계기 마다 제시하는 각종 지시나 지침(지령), ‘말씀’ 등이 북한에서는 모두 ‘방침’으로 인정되어 정책화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시 집행을 위한 대책을 다시 문건으로 만들어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정책으로 공식화한 후 집행하는 것이 제도화되어 있다.70) 이 시스템이 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북한의 노동당 운영 시스템이다.

이러한 당운영 및 정책결정의 정점에 최고지도자가 있다. 이와 관련하 여 김정일과 김일성 시대를 비교해 보자. 앞서 살펴본 김정일 시대 당운 영 및 정책결정은 측근정치(연회정치)와 제의서정치로 상징된다. 김일 성 시대에는 정치국 회의나 비서국 회의를 안정적으로 개최하여, 상대적 으로 당운영 원칙인 민주주의중앙집권제를 구현하는 방향에서 당이 작 동하였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는 당의 상설기구인 비서국이나 비상설 기구인 정치국 모두 불안정하게 작동하였다. 김정일의 직접 지시나 전화 또는 팩스 지시에 따라, 개별 비서들 각각이 책임진 전문부서를 활용하여 정책을 마련하고 김정일에게 직접 재가를 받아 수행하는 양상이었다. 이 와 관련하여 고위직 탈북민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김일성 때에는 정치국 회의도 했고. 정무국이 비서국이었거든요.

비서국 회의도 했고 했는데, 김정일이 때에 와서는 이게 다 유 명무실하게 됐어요. 정치국회의도 한 번도 안했고 비서국 회 의도 안했고. 김정일이야 뭐 “이거 비서국 결정으로 해.” 그러 면 비서국 결정으로 되는 거고 회의 하지도 않고. “정치국 결 정으로 해.” 그러면 정치국 결정으로 되는 거고. 모여서 그 어 떤 토론회라든가 그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죠.(김정일은 왜 그렇게 당운영을 한 것 같은가요?) 그러니까 김정일은 기본 측근정치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김일성이 때도 물론 독재는

70) 위의 책, p.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