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rule)”이다. 그리고 이를 밝히기 위한 세부 주제가 정당화, 선출 그리고 억압이다.10) 국제수준의 선행연구에서 이러한 연구 주제를 수행하는 과 정에서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명제가 도출되었다. 하나는 ‘전제 군주적 통 치’의 이행이 민주화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독재로 이행하는 경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세습(succession)이 오히려 체제 붕괴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결과이다.11) 그리하여 정권 유형화(regime classification) 와 함께 독재자에 의해 활용된 도구와 전략들(the instruments and strategies), 제도들(institutions), 그리고 선출과 억압(co-optation and repression), 정당성과 이데올로기(legitimacy and ideology)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었다.12)
이러한 3세대 독재연구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이 연구는, 김정일 정권 말기 후계구축이 본격화된 2009년 전후, 특히 2011년 말 김정일의 예상 보다 빠른 사망으로 인한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2017년 12월 현재까지 6년간, 김정은 정권의 안정화 전략을 수립 및 수행하며 정권 공고화를 주도했던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을 분석한다.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39 주적 정권의 3대 안정화 전략인 정당화, 억압, 선출이다. 다음으로 국제 정치경제학계에서 출발하여 최근 독재정치 연구자들 사이에 발전한, 독 재정권에서 독재자가 소수 지배연합을 관리하며 군주적 통치를 가능하 게 하는 통치자금의 작동원리이다.
군주적 통치 양식을 보이는 다양한 독재정권이 공히 펼치는 안정화 전 략이 정당화와 억압, 그리고 엘리트 및 사회세력의 선출이다. 다양한 군 주적 통치 유형에도 불구하고 이 3대 전략은 정권 안정화에 중심 기둥 역할을 한다.13) 또한 이들 정권은 대개 “전제 군주적 약탈국가(autocratic
‘predatory states’)”라는 특성을 공유한다. 이 약탈체제에서 국가의 자 원은 독재자와 소수 지배계층에 독점된다. 이들 약탈국가는 “법의 통치 가 제도화되지 않았거나 미발달된(no or only rudimentary rule of law)” 상태이다.14) 따라서 독재자는 대개 ‘자신의 재산으로 인식하는 국 가자원’을 수탈하는 독자적 통치자금 체계를 갖춘다. 그리고 이 통치자 금으로 정권 안정화에 필요한 전략을 수행하며 엘리트 및 지지자 대중을 규합한다.
김정일 시대 완성된 북한의 정치체제, 특히 노동당 시스템은 최고통치 자이자 신격화된 절대권력을 가진 일인지배체제이다. 수령(首領) 또는 영도자(領導者)라고 호명되는 독재자 개인을 중심으로 한 유일사상과 영 도체계가 작동하는 ‘수령독재’ 체제이다. 그러나 공식적 국가 법률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 적시하며 공화제를 표방하고 있다. 따라 서 북한의 수령독재는 근대의 공화제를 표방한 ‘전제 군주적 정권’이라 개념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3세대 비교독재 연구자들이 밝힌 전제
13) Johannes Gerschewski, “The three pillars of stability: legitimation, repression, and co-optation in autocratic regimes,” pp. 58~83.
14)Patrick Koellner, “Informal Institutions in Autocracies: Analytical Perspectives and the Case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n Comparing Autocracies in the early Twenty-first Century, Volume 1: Unpacking Autocracies - Explaining Similarity and Difference, p. 86.
40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군주적 정권의 3대 안정화 전략 및 통치자금은 수령독재를 지속하는 김 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 및 기능 분석에 핵심 분석틀이다. 각 전략 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자.
안정화 전략의 제1기둥은 ‘정당화’, 특히 “재조합한 정당화(reincorporating legitimation)”이다. 이 개념은 세습을 포함한 전통성(traditionality), 제도 역사성, (소위) 올바름에 대한 동의, 인민의 지지, 상징의 효과 등을 키워드로 한다. 즉, 세습이나 신성(神聖)한 존재에 의한 허가(許可)를 포 함한 통치 정통성(legitimacy), 제도의 전통 및 역사적 정당성, 엘리트나 대중 사이에 전제 군주적 통치의 ‘올바름 또는 정의’에 대한 동의, 대중적 지지, 그리고 신성하고 절대적 존재로서 독재자를 표상하는 상징의 효과 등이 포함된다.15) 특히 북한 및 쿠바와 같이 “유일사상에 기반한 교조주 의 정권들(ideocracies)”에게 정당화는 가장 중요한 정권 안정화 전략 이다.16)
안정화 전략의 제2기둥은 ‘억압’이다. 억압은 군주적 통치의 중추(the backbone)이다. 억압 개념은 통제나 물리력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심리 적 개념을 포함한다. 개인들이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절대권력의 요구 및 강제)에 대해 스스로 타협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 게 하는 정신적 과정(일종의 방어기제, 처벌과 불이익의 결과를 알기에 권력이 원하지 않는 생각‧욕구‧감정 등을 의식으로부터 끌어내려 무의식 속으로 억눌러버리는 과정)까지를 포괄한다.17)
안정화 전략의 제3기둥은 엘리트 및 사회세력의 ‘선출’이다. 선출 개념은 간부 인선 및 충원 뿐 아니라 이를 넘어서 지지자를 규합하고 신분 상승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전략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행위 자(또는 행위자 그룹, 예를 들어 청년, 군인, 혈족세력, 신흥 부유층이나
15)Ibid., pp. 63~66.
16)Ibid., p. 64.
17)Ibid., p. 66.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41 신진 사회 계층 등)들을 정권엘리트로 묶는 능력, 후견-피후견의 양태, 내부 엘리트 응집력 및 정치엘리트 조정능력 둘 다를 보장하는 인전대 (transmission belt) 기능까지를 의미한다.18)
이 독재정권 안정화의 세가지 기둥이 상호 작용하며 전제 군주적 통치 를 떠받치고 있다. 각 기둥의 특성 및 그 기둥을 떠받치거나 균열을 내며 작용하는 주요 행위자, 동기, 기능을 도형화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 Ⅱ-1 군주적 정권 안정화 3대 기둥 및 행위자‧동기‧기능
행위자 (Actors)
정권엘리트 vs 대중
정권엘리트 vs 잠재적 반대
정권엘리트 vs 전략적 엘리트 동기
(Motive)
바름/정의
(Righteousness) 두려움 비용편익 계산 기능
(Function) 지지 획득
요구 투과 (Channelling
Demands)
엘리트 응집‧ 조종력 유지 자료: Johannes Gerschewski, “The three pillars of stability: legitimation, repression, and
co-optation in autocratic regimes,” p. 68. <Figure 1. The three pillars of stability>
18)Ibid., p. 67.
42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전제 군주적 독재정권에서 정당화의 특성은 “확산된 또는 특정한 (diffuse and specific) 지지”를 기준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정당화 전 략은 크게 “특정한 지지(specific support)” 및 “확산된 지지(diffuse support)”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특정한 지지’는 “요구/필요 사항의 수행에 대한 보상/대가(quid pro quo for the fulfillment of demands)”로 개념 정의할 수 있다. 앞서 다룬 2세대 독재 연구자들이 강조했던 것으로서, 전제 군주적 정권이 “대 중의 요구를 사회경제적 발전 및 물리적 안보를 위한 것”으로 재조합하 여 정당성 있게 설명함을 의미한다. 특정한 지지는 경제적 상황 이외에도 내부 질서 및 사회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 활동으로부터 발생한다.
특정한 지지와 대조적으로 ‘확산된 지지’는 더 보편적이고 장기적인 지 향이다. 그 특성은 1세대 전체주의 연구에서 중시했던 정치적 이데올로 기뿐 아니라 외부의 위협, 군주적 통치자의 카리스마, 종교적, 국가주의 적, 전통적 주장들로부터 유래한다.19)
군주적 독재정권에서 정당화 전략 수행의 행위자들은 “정권엘리트 (regime elite)”들이다. 이들을 매개로 군주적 통치가 대중(population)에 게 침투한다. 그런데 정권의 정당화 전략 목표가 ‘특정한 지지’ 획득에 가 까울 경우, 정권엘리트의 지지 등 소수 특정 집단의 정권에 대한 지지를 목적으로 하기에 그 특정 집단에 대한 보상(報償)제도가 발전한다. 반면, 목표가 ‘확산된 지지’에 가까울 경우,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목적으로 하기에 정치적 이데올로기, 외부 적(敵)의 위협, 통치자의 카리스마, 종교 적
・
전통적・
국가주의적 선전선동 사업들이 발전한다.20) 그럼에도 불구하 고 둘 다 정당화 전략이 작동하는 동기는 전제 군주적 통치의 올바름/정의 로움이다. 그 기능은 엘리트 및 대중의 “지지획득(gaining support)”이다.19)ibid., p. 65.
20)ibid., p. 65.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43 군주적 정권에서 억압은 통제를 포괄하는데 대개 그 “강도에 따라 높고 낮은 정도(high-and low-intensity)”로 구분된다. 억압 전략의 행위자 역시 정권엘리트들이며 정권엘리트와 “잠재적 반대(potential opposition)”
세력 간의 갈등 정도가 억압의 수준을 결정한다. 억압 전략이 관철되는 핵심 동기는 처벌・불이익에 대한 “두려움(fear)”이다. 억압의 기능은 전 제 군주적 독재자의 “요구를 대중에게 투과(channelling demands)”시 키는 것이다.
군주적 정권에서 선출은 “공식-비공식(formal-informal)” 제도의 작동 수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선출 전략의 주요 행위자는 공식적으 로 드러나는 정권엘리트와 비공식적으로 독재자를 지원・지지하는 “전 략적 엘리트(strategic elite)”들이다. 이들 간에는 독재자를 중심으로 한 갈등・견제(충성경쟁) 및 지지・지배층으로서의 균형・협력이 작동한다.
독재자는 선출권을 가지고 정권엘리트와 전략적 엘리트들을 경쟁시 키면서 충성을 유도한다. 또한 이들 간에 상호 감시하게 하여 정권엘리트 충원 및 측근 재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선출 전략이 관철되는 동 기는 “비용편익 계산(cost-benefit calculus)”이다. 즉, 권력과 자원의 이권 배분을 독재자가 주도하기에, 이에 대한 독재자와 엘리트들 간의 비용편익 계산에 따라 선출 전략이 작동한다. 선출은 무엇보다 독재자가
“엘리트들의 응집 및 그들에 대한 조종 능력을 유지(maintaining elite cohesion and steering capacity)” 또는 강화하게 하는 제도이다. 역 으로 선출 전략에 실패하면 독재자의 지배연합에 균열이 발생한다.21)
다음으로 통치자금에 대해 살펴보자. 김정은 정권 안정화 전략의 또 다른 축이 통치자금이다. 자원과 권력의 배타적 독점권을 가진 독재자는 정권 안정화를 위해 안정적인 통치자금 수급 구조를 직접 통제한다. 그
21) 정당화, 억압, 선출 전략 간 상호관계 및 각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정권 불안정 이라는 역작용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