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
정권 안정화 전략을 중심으로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33
1. 3세대 독재연구의 연구문제 및 초점
국제 학계의 독재연구는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21세기 초 현재 까지 크게 3단계를 거치며 진화하였다.
1단계는 1940~1970년대까지의 전체주의 패러다임이다. 프리드리 히(Friedrich), 브레진스키(Brzezinski), 샤피로(Schapiro), 아렌트 (Arendt) 등으로 대표되는 당시 대표학자들은 정치구조적, 사회철학적, 정치종교적 시각에서 전체주의를 분석하였다. 주요 연구대상은 나치 독 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소비에트연방, 마오주의 중국 등으로 대표적인 국가사례 연구를 진행했다. 독재를 해석하는 주요 설명요인은 ‘이데올로 기’와 ‘테러’였다.
2단계는 권위주의 상승시기로 1970~1980년대이다. 이 시기는 국제 질서의 변화와 함께 제3세계 국가에서 민주화 물결이 이루어지던 시기 이다. 특히 비교정치 영역에서 ‘민주주의와 독재’를 주제로 한 연구들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남미를 비롯하여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 주화를 연구한 오도넬(O’Donnell), 콜리어(Collier), 파이너(Finer), 노드링거(Nordlinger), 아이젠스타트(Eisenstadt) 등의 활약이 두드 러졌다. 주요 연구주제는 관료적 권위주의, 군부독재, 비공식 정치이다.
주 연구대상은 라틴 아메리카 및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등으로, 기존 사례연구 중심에서 진일보하여 소규모 집단 비교가 활발히 전개되 었다. 당시 독재를 해석하는 주요 설명 요인은 ‘사회경제적 환경’과 ‘비공 식 정치’였다.
3단계는 1990년대 말에서 21세기 초 현재로 독재연구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시기이다. 1989년을 기점으로 소련과 동독으로 대표되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체제전환을 선언하면서 냉전의 한축이었던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되었다. 당시 세계는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이 상징하듯, 공산주의 이념 및 독재에 기반한 정권은 소멸하고 인류의 선택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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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로 귀결되었다는 의식이 팽배하였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의 체제전환이 이루어진 10여년 후 각종 세계적 국가조사 결과, 독재정권은 여전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으며 고유한 정당성과 지속성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실 인식 으로부터 국제 비교정치 연구자들 사이에 비교독재 연구가 다시 활발히 전개된다. 그리하여 21세기 초 현재 ‘독재연구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 한 성과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정치학자 뿐 아니라 거시경제학자들 간의 국제적 공동연 구가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 학자들은 브라운리(Brownlee), 간디(Gandhi), 마가로니(Magaloni), 윈드로브(Wintrobe), 스보리크(Svolik), 악셀모 그루와 로빈슨(Acemoglu & Robinson) 등이다. 이들은 제도주의 연구 성과 및 행위자 중심 접근을 결합시킨 신제도주의 연구로 독재연구를 풍 부히 하였다. 연구의 대상도 과거 전체주의 국가나 제3세계를 넘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전 세계 정치체제를 대상으로 한 방법 론적 다원주의가 이루어졌다. 즉, 사례연구나 소집단 연구 등 질적 분석 을 넘어서 고급 통계분석기법을 활용한 양적 분석방법이 진화하였다. 이 3세대 비교독재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21세기 현재 독재가 지속되는 주 요 설명요인이, 엘리트 ‘선출’ 및 행위집단을 구분하여 집단특성에 따라 통제방식을 고도화하는 ‘전략적 억압’이다.
이러한 3단계에 걸친 국제 학계의 독재연구 흐름을 표로 정리하면 다 음과 같다.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35 표 Ⅱ-1 1940~2010년대 독재연구의 3단계 흐름
전체주의 패러다임 (1940~1970년대초)
권위주의의 상승 (1970~1980년대)
독재연구의 르네상스 (1990년대 말~현재)
연구 시각 (대표 학자)
정치-구조적(Friedrich/
Brzezinski, Schapiro)
관료적 권위주의 (O'Donnell, Collier)
제도학파의 접근 (Brownlee, Gandhi,
Magaloni) 사회-철학적(Arendt) 군사 정치
(Finer, Nordlinger) 행위자 중심 접근 (Wintrobe, Svolik,
Acemoglu, and Robinson) 정치적 종교(Political
religion) (Aron, Vogelin, 이후
Maicer, Gentile)
비공식 정치 (Eisenstadt)
주요 연구 방법 (대상)
대표 사례 연구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소연방, 마오주의 중국)
사례 연구, 소집단(small-N) 비교
(라틴 아메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방법론적 다원주의 (전 세계)
주요 설명 요인
이데올로기 및 테러 사회-경제적 조건 및 비공식 정치
선출 및 전략적 억압 자료: Johannes Gerschewski, “The three pillars of stability: legitimation, repression,
and co-optation in autocratic regimes,” in Comparing Autocracies in the early Twenty-first Century, Volume 1: Unpacking Autocracies - Explaining Similarity and Difference, eds. Aurel Croissant et al, p. 62.
사회주의 체제전환 이후 21세기 초 현재 진행되는 3세대 독재연구의 새로운 흐름은 “과잉 정치화된 통치 시스템(“hyper-politicized”
systems of rule)”에 대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독재정치로 동일하게 번 역되나, 일반적 독재정치(dictatorship)를 넘어선 “전제 군주적 통치 (autocratic rule)”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7)
전제 군주적 통치(이하 ‘군주적 통치’)는 최고통치자 개인의 권한이 절 대적이라는 측면에서, 16~18세기 유럽제국과 동양에 존재했던 절대왕
7) Aurel Croissant et al, Comparing Autocracies in the early Twenty-first Century, Volume 1: Unpacking Autocracies - Explaining Similarity and Difference, 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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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전제군주제(despotic monarchy)와 유사한 지배양식이다. 군주 가 국가의 통치권을 장악하여 국가조직들이 군주의 필요와 요구 및 욕구 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기능하는 통치양식이다. 이 체제에서는 대개 ‘군 주의 독재권’이 군주 자신이 아닌 ‘외부’로부터 주어진다. 즉, 신(God)이 나 혈족 세습을 통해 정당화된다. 21세기 현재 대표적 전제군주제 정권 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다루는 20세기 이후 군주적 통치는 사우디아라비 아와 같은 절대왕정(군주제)을 포함하되, 더 중요하게는 근대 국민주권 개념이 수립된 이후 나타나, ‘공화국(共和國)’이라는 외피를 법제도적으 로 규정하고 있는 정권들이다. 공화제를 표방함에도 최고통치자의 권력 이 여타 권력기관에 의해 통제받기 어려운 체제들이다. 즉, 정책결정과 정 등에서 군주적 통치가 수행되는 독재체제들이다. 따라서 이들 다양한 군주적 통치 정권은 각 국가별 역사적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공화제 하 에서도 군주적 통치를 수행하며 정당화하는 각종 제도 및 시스템을 갖추 고 있다. 이를 지탱하게 하는 핵심 제도가 혈족세습 및 군대이다. 이 두 제도를 둘러싸고 정당(政堂)과 개인(대개 리더 또는 엘리트)들이 다양한 양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 지배시스템 작동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가 일당인지? 군대인지? 개 인인지? 왕(군주)인지? 귀족세력인지? 등에 따라 다양한 독재 유형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군주적 통치는 개인독재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 군주적 통치’를 주목하는 최근 3세대 독재연구 흐 름은, 크게 3가지 연구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고 있다.8)
첫째, ‘군주적 통치 유형’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가늠할 수 있는가?
(How to conceptualize and measure forms of autocratic rule?)
8)Ibid., p. 1.
Ⅱ. 이론과 분석틀: 독재연구 흐름과 새로운 접근 37 둘째, ‘어떤 요인들이 군주적 통치의 발전’을 규정짓는가?
(Which factors shape the development of autocratic rule?)
셋째, ‘정치제도와 특정 전략’은 군주적 통치 지속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What is the role of political institutions and of specific strategies for maintaining (different forms) of autocratic rule?)
이 연구문제에 답하기 위한 3가지 중심 테마는 다음과 같다.9) 첫째, 연구의 초점은 다양한 독재 유형별 내구성(durability), 지속성 (persistence),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둘째, 일반적 관심은 보편적 독재 전략인 억압(repression), 정당화 (legitimation), 엘리트와 사회세력의 선출(the co-optation of elites and societal forces)이다. 이 3대 전략이 독재의 지속성 또는 붕괴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 연구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기 반한 독재정권의 생존논리, 정책결정 과정, 자원과 부의 이용(resource- wealth usage), 지속과 변화 및 체제전환과 관련한 주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셋째, 독재체제 내 정치제도들 하부에 있는 각 부문과 조직들을 중시하 며, 독재의 재생산을 위한 제도들의 중요성을 인지한다. 예를 들어 독재 체제에서 정당, 엘리트 선출, 입법부, 선거와 같은 정치제도들의 역할을 재평가한다. 특히 독재의 다양한 유형별로 각기 ‘독재를 지속하는 특정 한 전략과 정치제도들의 역할’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핵심 연구 주제가 “제도적 배열들이 어떻게 군주적 통치를 지 속시키거나 전복시키는지?(The debate on how institutional arrangements sustain(but sometimes also subvert) autocratic
9)Ibid., pp.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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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이다. 그리고 이를 밝히기 위한 세부 주제가 정당화, 선출 그리고 억압이다.10) 국제수준의 선행연구에서 이러한 연구 주제를 수행하는 과 정에서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명제가 도출되었다. 하나는 ‘전제 군주적 통 치’의 이행이 민주화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독재로 이행하는 경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세습(succession)이 오히려 체제 붕괴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결과이다.11) 그리하여 정권 유형화(regime classification) 와 함께 독재자에 의해 활용된 도구와 전략들(the instruments and strategies), 제도들(institutions), 그리고 선출과 억압(co-optation and repression), 정당성과 이데올로기(legitimacy and ideology)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었다.12)
이러한 3세대 독재연구의 문제의식에 기반한 이 연구는, 김정일 정권 말기 후계구축이 본격화된 2009년 전후, 특히 2011년 말 김정일의 예상 보다 빠른 사망으로 인한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2017년 12월 현재까지 6년간, 김정은 정권의 안정화 전략을 수립 및 수행하며 정권 공고화를 주도했던 김정은 시대 조선노동당의 조직과 기능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