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Ⅲ. 북미관계의 최근 변화와 한반도
1. 2/13
합의 이후의 북미관계지난
2007년의 2.13
합의 이후 북미관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사실이다.제5차 3단계 베이징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가 합의되면서 2005년 9월 19일 베이징 공동성명의 합의이후 경색국면으로 치닫던 북미관계가 17개월
만에 다시 새로운 전환점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의 원칙적 합의에 도 불구하고 북미관계는 그동안 미국의 금융제재와 북한의 2006년 미사일 및 핵실험으 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2/13 합의는 이러한 악순환 고리를 끊고 한반도 주변의 안보지형을 선순환 구조로 전환시켜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우선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의 합의였다면, 2.13 합의는 초기단계에서나마 “행동
대 행동
”의 합의를 구체화시켜 3단계의 합의 이행 시간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합의의 최초60일 이내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 down)
및 봉인(seal)하고,
이에 대해 미국은 전면적인 외교관계를 전제로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시작하며 참가국들이 북한에 중유
5만톤 상당의 긴급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초기단계의 상호
조율된 조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조성이 될 수 있었다.또한 9.19 공동성명 의 합의 직후 BDA 문제로 바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던2005년과는 달리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등 북미관계의 긍정적인 변화는2단계로의 이행에 대한 기대를 크게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15)전재성, “한반도 평화체제,”하영선 편,북핵위기와 한반도 평화, (서울:동아시아연구원, 2006), p. 167.
가 완전히 이행되고 북한의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를 포함하 여 그 다음단계가 이행되면
,
북한 핵 문제는 결정적인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북미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물론 2.13 합의 이후의 북미관계가 평탄한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10.3 합의 직전에 불거져 나온 북한
-시리아 핵거래설과 이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당시 시한
폭탄과 같은 요소였다. 핵 커넥션의 사실유무 확인이 분명해질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 내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시리아 관련 의혹이 확대되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 었다.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동북아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해 왔지만, 북한의 핵 거래 설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보다 심각한 카테고리 속에서 처리할 가능성 을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테러와의 전쟁을 냉전의 종식이후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세계안보질서의 변환을 꾀해 왔다.
16) 미국이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노력과 테러와의 전쟁 을 지속하는 한 북한 핵 물질 및 기술의 해외 이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이 기 때문에 북한-시리아 커넥션은 상황 변화에 따라 반복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었다.이는 비관적인 의미에서 북미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
하지만, 당시 북미관계가 좌초되지 않은 것은 2.13 합의 이후의 6자회담 상황이 과거
2002년의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의혹이나 2005년 BDA
문제가 불거졌을 때처럼 북미간의 위기가 점진적으로 확산 및 고조되는 악순환(vicious cycle) 과정 속에 있었던 것 이 아니라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기대가 높아지는 선순환(virtuous cycle) 과정 속에 있 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 10.3
합의 직전의 시리아 문제뿐만 아니라, 2.13 합의 초 기에도 BDA 문제의 이행에 관한 논란도 있었는데, 그 시간적인 지체의 문제는 있었어 도 전반적으로 1단계의 합의이행이 기대한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던 것은 사실이다.미국 역시 2006년 가을 이후 6자회담 외에 북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없었고,
6자회담을 통한 합의와 이행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6자회담의 모멘텀을 지속시키
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북한 핵 문제가 지난해 상대적으로 순항했다는 점은 동결-신고-폐기의 3단계로 이루 어진 북핵 해결의 절차가 일정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2.13 합의의 초기조치가 예정된 시한인 60일을 한참 넘겼지만 대부분 이행되었고, 2단계 신 고절차에 관한 조치도 2007년 말까지 해결되지 못했지만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진전된
16)황지환, “한반도 안보질서의 변환과 한국안보,”하영선, 남궁곤 편, 변환의 세계정치 서울:을유 문화사, 2007.
것은 분명하다. 북한과 특정 이슈에 대해서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합의하더라도 기한 내에 이행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07년과 2008년의 성과는 괄목 할 만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올 6월의 북한 비핵화 과정도 빠른 속도로 진전되며 북미관계의 진전 가능성을 높이 고 있다
.
신고목록 제출에 관한 북미간의 이견으로 올해 초 북핵 협상이 동결-신고-폐
기의
3단계 과정 중 2단계에서 좌초할 가능성이 많다는 비관론이 우세했었다.
하지만,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협상이 빠르게 진척되어 왔다
.
지난 5월 초 평양을 방 문한 성 김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이 전달한 7상자 분량의 핵 활동 관련 서류를 들고 판문점을 넘어 왔다. 1990년대 이후 영변 원자로의 플루토늄 추출일지가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이 1만 8천여 쪽의 비밀문서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북한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핵 신고 문제를 일단락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미국은 문서 검토절차 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공식 신고서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측에 제출되어 북 한 핵 문제가 2단계의 신고단계를 넘어 검증국면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또한 북한은 11개 핵 시설 불능화 작업 가운데 이미 8개를 완료했으며 폐연료봉도 3분의 1 정도를 인출했 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중국에 공식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에 발맞춰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하면 북한이 곧바로 영변의 냉 각탑을 폭파한다는 구상이 이 당시 논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 핵 협상이 순항하여 지난 6월 말 실제로 북한의 핵 신고가 이루어 졌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테 러지원국 삭제와 적성국 교역금지법의 해제, 그리고 대북식량 지원 등의 대북 지원 패키 지를 가동했다. 핵 협상과 함께 북미간의 또 다른 중요한 진전은 인도주의적 식량제공 협상이었다.최근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북한에 쌀 50만 톤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미국 식량협상대표단과의 협상 에 대해 북한 역시 “진지하게 잘 진행되었다”며 상당히 만족해했으며, 이후 실제로 미국 의 식량이 북한에 지원되어 왔다.한국 정부의 옥수수 지원 제의에 대해 북한이 거부한 것과 비교하면,북미관계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북한 역시 지난 6월 10일, 정부의 위임을 받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반테러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협력하겠다고 선언하며,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적성국 교역 법 적용중단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바 있다.
하지만, 그 후 북핵 검증국면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미국도 예상과는 달리 곧 바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않았다
.
17) 미국정부가 언급했듯이, 북한의 핵 신17) Steven Lee Myers and Elaine Sciolino, “North Koreans Bar Inspectors at Nuclear Site,” The
고와 미국의 여러 가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미간에 신고내용의 검증과 관련한 여러 가 지 조율이 추가로 필요했으며
,
이에 따라 북미간에 이견이 있는 몇 가지 사항 때문에 북미관계의 진전이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2.13 합의의 3단계 비핵화 과 정의 커다란 흐름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2.
북핵 검증 논란과10월 평양 합의
최근 북미관계는 북한 핵 신고내용에 대한 검증국면에서의 고비를 넘어 3단계를 향해 다시 전진하고 있는 듯하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여 지난
10월 1일부터 3일간 진행된 북미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며 북한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고 양국은 이를 공식발표
하였다
.
18) 이는6자회담을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3단계 비핵화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커다란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번 평양 북미합의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모멘텀으로 평가하기보다 는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금 그대로 노정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 으킬 수도 있다.
우선,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위해 중요한 일련의 검증조치에 협력하기 로 합의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지정을 즉시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
19) 이에 따라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를 재개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이는6자회담의 “행동 대 행동 ”의
원칙이 건재함을 의미한다고 미 국무부는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의 발표는 미 국무부의 성명서와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20) 북한 외무성은 지난 2007년의 10.3 합의에 따르는 정치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과정에서 제기된 장애와 난관을 타개하기 위 한 일련의 합의가 이룩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 고 북미사이의 공정한 검증절차에 합의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 에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재개하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다시 허용하였New York Times, September 25, 2008.
18) Jelene Cooper, “North Korea is Off Terror List After Deal with U.S.,” The New York Times, October 12, 2008.
19) U.S. Department of State, “U.S.-DPRK Agreement on Denuclearization Verification Measures,”
press statement by Sean McCormack, October 11, 2008. <www.state.gov>.
20)북한 외무성 대변인, “테러지원국 삭제 환영,핵무력화검증협력 강조,” 조선중앙통신 2008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