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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치담론의 특성

북한의 공간문헌을 비롯한 여러 보도매체는 일정한 논리적 규칙성을 갖고 있다.특히 그것이 북한체제의 역사나 지도자와 관련된 사안일 경우에는 더욱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

이러한 북한의 서술양식은 한마디로 소급변조(retrospective falsification)3) 라고 할 수 있다

.

즉, 기존의 논리적 맥락과 다르게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면 이것에 기존의 구성과 논리적 일치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체적 개정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진행되 었다

.

4) 때문에 북한에서 공식적 용어나 구호가 나타나면 반드시 기존의 논리적 구조와 맞추는 작업이 동시적으로 병행되거나 아예 삭제되었다

.

동일한 시기에 발간된 북한원전 에서 모든 저작물의 화자(話者)들은 동일한 목소리를 내지만 시간적 순서에 따라서는 변화가 생긴다. 횡적 공간에서는 동일한 논리구조를 보이지만 종적 시간의 배열에서는 지속적인 소급변조를 통해 논리적 흠결을 보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북한체제의 발전과정에서 1990년을 전후한 체제내외적 변화는

‘주체’를 골격으로 형

성되었던 정신적, 제도적 틀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사회주의논리와는 차별성을 갖는 새로운 규범적 담론을 생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왈라스(Anthony F. C. Wallace)에 따르면 사회의 각 구성원 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와 규범에 대해 하나의 틀을 형성하면서 이것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았다

.

즉, 어떤 사회나 개인이든 자신이 유지하고 있는 형상과 상충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정신적 긴장과 부담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완화시키거나 변화시키려는

3)로버트 토드 캐롤, 한기찬 역, 회의주의자 사전 , (서울:잎파랑이, 2007), p. 589.이야기를 윤색하면 서 거슬리는 부분은 제외하고 좋은 부분에 역점을 두어 개작하는 일을 말한다.이렇게 왜곡된 내용의 이야기는 놀라운 논리적 설득력이 부여되어 기억화 된다.

4) 대표적으로 1956년 8월 종파사건과 1967년 갑산파사건을 들 수 있다.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

5)

왈라스는 이러한 재활운동의 과정을 안정의 단계(steady state), 개인적 압박의 증가 시기

(the period of increased individual stress),

문화적 왜곡의 시기(the period of

cultural distortion),

재생의 시기(the period of revitalization), 새로운 안정화 단계

(the new steady state)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6)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 대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체제논리를 소급변조하면서 문화적 왜곡의 시기에

‘선군’이라는 새로운 재생의 코드를 발명하면서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행동

을 보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즉, 1980년대 이후 등장하는 ‘우리식 사회주의

’, ‘붉은

기 사상’, ‘선군’ 등 북한의 통치담론은 자연적인 정책적 반응에 의해 출현하여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재해석되는 과정을 통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또한, 북한에서 제시하는 통치담론의 ‘언술

내포적 의미는 모두 항일빨찌산투쟁시기 에 생산된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주체사상의 체계화 과정은

1955년에 ‘사상에서의 주체’라는 형태로 처음 ‘용어’적으로 제시되고, 1972년에 이론적

체계가 도입된 후

, 1982년 김정일에 의해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원리

,

지도적 원칙이 다 듬어지면서 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인 이른바

‘주체사상의 전일적 체계’가 완성되었고 1984년 주체사상총서를 통해 전반적 구조가 확립되었듯이 정치적 실천행위를 통해 정당

성을 획득하면서 점차 이론화의 과정을 밟았고 체계정립을 통해 완성되는 특성을 보이 고 있다

.

1990년대에 등장하는 ‘우리식 사회주의’와 ‘붉은기 사상 ’도 유사한 과정적 절차를 통

해 진행되다가 1997년 ‘선군’이 등장하면서 쇠퇴의 과정에 들어갔다.하지만, 그 이후에 도 간헐적으로 공식문헌에서 소개되고 있다

. ‘선군’은 매우 짧은 시간에 통치담론형성 과

정인, 용어적 단계와 그 기원과 이론적 체계화, 그리고 대중운동으로 전개되었다.그만큼 북한이 선군시대로 규정하고 있는 2000년 전후의 사정은 과거와는 다르게 급박했고 거 기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었다고 볼 수 있다

.

북한 통치담론의 또 다른 특성은 수령적 언술의 절대성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러 한 수령명령을 최고의 법적 효력을 가진 법문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미 나간 규범적 문건이나 지시도 수령명령의 내용과 어긋나거나 차이나면 효력이 그 시각부터 의미를 상실하며 집행중에 있던 법문건이라도 그 집행이 정지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북한은 이러한 명령은 본질에 있어서 국가수반의 최고직함으로 공포되는 규범적

5) Anthony F. C. Wallace, Culture and Personality, New York: Random House, 1968. pp. 98-102 6) ibid pp. 143-152.

법문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

특히, 그 특징은 무엇보다도 현행규범적 문건중에서 최고의 법적 효력을 가진 법문건이라는 것이다.따라서 주석명령의 최고성으로부터 그 집행에서 는 그 어떤 에누리도 흥정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오직 무조건 접수, 철저한 관철만이 요 구된다는 것이다.북한은 그러한 특징으로 인민대중의 높은 충성심과 자각성에 기초하여 준수집행된다는 것과 그 준수집행을 전문적으로 감독하는 국가기구의 엄격한 장악통제 속에서 집행되는 것을 들고 있다

.

7)

북한의 공식적 발화행위의 중심에는 항상 ‘수령’이라는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 한 시기에 발간된 북한의 간행물들은 대체적으로 그 시대를 규정하고 있는 수령의 언설 을 기준점으로 논거를 전개시켜 나간다

.

이러한 수령적 행위를 도식화하여 이론화한 것 이 1986년에 발표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라 할 수 있다.이 이론에는 근대사조의 유 입시기에 강조되었던 규율사회(disciplinary society)적 속성이 그대로 내포되어 있다.

큰 자아와 작은 자아라는 이분법적 구분틀에서 큰 자아인 국가를 위해 작은 자아가 희생 해야 하며 그것을 진정으로 개명된 인간의 조건으로 삼았던 근대시기의 사상이 투영되 어 있다

.

북한의 경우에도 수령은 큰 자아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이고 각 인민들은 작은 자아로서 큰 자아인 수령을 위해 인민들이 충심으로 따라야 하며 그것이 진정으로 혁명 화된 인민이라는 도식이다.

Ⅲ. ‘ 주체 ’ 에서 ‘ 선군 ’ 으로

1.

항일빨찌산활동에 대한 회상

과거로부터 전달된 모범적 사례들에 대한 ‘회상’의 학습을 제도화하고 이를 통한 지속 성 유지의 방식은 집단내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저항을 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려 고 하는 심리학적 경향을 반영하는 사례이다.8) 그러한 측면에서 북한체제에서 각종 기 념행사를 통해 매년 회고적 행사를 반복진행하고 있는 것은 집단심리적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알박스(Maruice Halbwachs)는 이러한 기억을 통해 사회집 단은 과거에 대해 서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강화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고유한

7) 장남식,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공포하신 력사적인 주석명령의 중요특징”, 사회과학원학보 , (제34호 2권, 2002), pp. 43-45.

8) 프로이드, 박영신역, 집단심리학 , (서울: 학문과사상사, 1980), p. 48.

세계관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

이 과정에 구성원 상호간의 교류는 세계관 뿐 아니라 가치 관에도 영향을 미쳐 공유된 기억으로 점차 확장되어 간다는 것이다.9) 그는 집단구성원 들 간에 배타적이며 구체적으로 행해지는 ‘의사소통’의 특면을 강조하였다.이것은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 특정한 공간을 통해서 실현된다

.

10)

북한은 특히, 항일투쟁경험과 관련한 역사적 경험을 다양한 국가적 재생장치를 통해 생산‧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

국가의 기억은 사회집단에게 공공재로 작용하면서 개개 인에게 세계관과 가치 등을 규정하며 이러한 기억을 원활히 재생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내포적 의미를 형태의 상징물이 현실에 존재해야 한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음악 과 영화가 직관 선전물로써 다양한 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버크

(Peter Burke)는 기억은 전달 매개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구술,

서, 이미지

,

행위, 공간의 영역으로 나누었다.구술은 말로, 문서는 글로 전해지며 이미지 는 사진

,

영화, 미술, 비석, 조각, 기념관 등에 의해서 전수된다는 것이다.11) 특히,구술의 전수는 특정한 이미지나 형상이 가미된 이야기에 의존한다.이것은 북한에서 회상실기류 와 덕성실기 등 이야기체의 공간문헌과 각 동과 리에 존재하는 혁명역사사적관에서 발 견되는 형태이다

.

특히, 매년 각 부문의 모범표창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만경대와 주 석궁 등을 참배케하는 행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가의 기억을 인민 들에게 내재화시키는 의례로서 매우 주목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

특히, 과거 만주에서 행해졌던 빨찌산활동에 대한 회상과 상징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의 형성배경 및 시원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북한에서 그러한 군대적 체험의 시초로 등장하는 것이 조선인민혁명군의 활동이다.항 일빨치산이나 항일유격대라고도 불리는 조선인민혁명군의 기억은

21세기인 현재에도

‘사상도,

학습도, 항일유격대식으로’란 구호처럼 인민들이 본받아야 할 행동규범으로 제

시되고 있다.북한은 1930년 카륜회의에서 주체적인 항일무장투쟁노선이 제시되면서 조 선공산주의자들의 첫 무장조직인 조신혁명군이 결성되었고 1932년 4월 25일 안도현 소 사하의 토기점골 등판에서 조선인민혁명군이 조선의 첫 주체적 혁명무력으로 창건되었 다고 말하고 있다.12) 반일인민유격대는 무장을 들고 일제와 싸우는 전투대오인 동시에 인민대중을 교양하고 혁명투쟁에로 조직동원하는 정치적 군대였다고 하고 있다.북한은

9) Maruice Halbwachs, The Collective Memory, New York: Harper and Row, 1980. p. 89.

10)전진성, 역사가 기억을 말한다 , (서울: 휴머니스트, 2005). p. 49.

11) Peter Burke, “History as Social Memory,” Thomas Butler(ed), Memory: History, Culture and the Mind, New York: Basil Blackwell, 1989. pp. 77-79.

12) 조선대백과사전 19 ,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2000), pp. 125-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