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미국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이 참여한 평화구축 활동을 통시적 분석과 사례분석을 통해 살펴보
았
다.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및 내 각
과 미 연방의회의 평화 인식을 분석하 였다. 구체적으로
Ⅱ장에서는 역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논
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평화 논
의와 관련 한 쟁점 사안을 분석
하였다. 분석 결과에 따르
면 한반도 평화논의를 공식화한 노태우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차
이를 보여왔다. ‘한반도 평화논의 착수기’인 노태우‧김
영삼 정부는 세계적인 탈냉전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 평화논의를 국제적 차원으 로 확대하는 데 주력하였다. ‘교류 기반의 평화 추진기’인 김대중
‧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선결 과제였
다. 그래서 이 시기 한반도 평화논의에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 을 중시했다. 하지만 이 후 이 명박
‧박근 혜 정부는 국제 규범에 기반
한 평화 추진을 강조했다. 이 시기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 조와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마지막
으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평화의 최종 목 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평화 최우선 추구기’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
북대화를 강조함과 동시에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역대 정부 모두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서 한미동
맹
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면서 북핵 문제를 제외한 한미 간 한반도 평화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
다. 대신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 및 대북 지원 문제를 중심으로논
의를 이어오고 있다.Ⅲ장에서는 냉전 전후 미국이 참여한 평화구축 참여사례를 분석 하여 미국의 평화인식을 통시적으로 분
석하였
다. 구체적으로 1948년
부터 지금까지 미국이 참여한 총 71차례의 유 엔 평화구축 활
동 사례
와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31개 평화구축사례를 유형별로 구분
하여 변화양상을 분석하였
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냉전 이후 미국 정부의 국제평화에 대한 인식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부합하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는 광의적 관점의 국제평화를 추구하
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국제평화에
대한 인식과 평화구축 활동의 초점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동했다.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와 소말리아 등의 분쟁지
역에서 국제 테
러 조직들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들을 격퇴
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수행해 온 미국의 평화구축 활동에서 발 견할 수 있는 특징은 유엔보다는 동맹국들을 동원한 독자적 접근을 선호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 역시 기본적으로는 국 제사회에서 인권
,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 광의적 평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Ⅳ장에서는 사례연구를 통해 냉전 종식 후 미국의 평화인식과 정 책을 분
석했다. 구체적으로 코소보 전쟁과 시리아 내전 중 ISIS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과 평화 정착 과정을 살펴
보았다. 두 사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평화정책은 광의의 평화 개념에 입각한 것이었다. 미국은 코소보와 시리아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군사력을
사용해 중단했을 뿐 아니라 지속
적인 평화를 가능케 할 전후 정치,
경제, 사회 복구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은 국
익
추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먼저 코소보와 시리아 전 쟁에 개입한 이면에는 유럽
과 중동이라는 중요 지역 내 질서 유지라 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다음으로 미국은 군사 작전 수행과 그 이후 평화정착 과정에서 자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
다. 타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물질적 비용 을 다수의 국가와 분담
하기 위해 다자주의적 접근법을 선호했
고, 특히 인명 손
실 위험이 큰 지상군 사용을 기피했다. 또한 군사작전으로 협의의 평화가 확보되고 난 후에는 법치 확립, 민주주의 이식, 경제 개발 등 광의의 평화 구현에 필요한 장기적 관심과 투
자를 주저하는 모습도 보였다. 따라서 미국의 평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작전 중에는 미국을 대신해 지상 병력을 담당하고, 전후에 는 지속적인 평화구축을 수행할 현지 협력 세력 확보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Ⅴ장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평화 인식 및 한반도 평화인식을 살펴 보
았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 령과 내각
주요 인사, 그리고 미 의 회의 대외정책 기조, 평화 인식 그리 한반도 평화 인식을 분석하였 다. 바이든 정부가 그리는 세계평화는 국제사회가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며 함께 경제 번영을 누리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가 평화의 기반이라고 본다. 또한 바이든 정부는 평화는 공정한 국제무역 질서와 국제 규범 확립을 통
한 공동의 경제 번영과 발을 맞출 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면에서 바이든 정부가 지향하는 평화는 냉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적극적 또는 광의의 평화와 맥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2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이 실패로 귀결되는 사이 심화된 미중경 쟁은 바이든 대통령과 내각 인사들
이 평화를 보다 실리적 관점에서접
근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국제사회에 서 전쟁 없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재건하면서 국내 경기를 회복
해 중산 층의 지지를 확
보할 수 있는 평화에 집중하고 있다.294) 이러 한 평화 실현을 위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 중산 층에게 가시적인 경제
성과, 미국 지위(status) 확립과 같은 실익이 생기느냐를 대외정책
결정의 기준
으로 삼고 있다.295) 다시 말해 전쟁 없이 미국에 실익을 주는 평화가 ‘우선적’ 평화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에서 소극적 또는 협의의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미국 의 실익에 부 합한다고 판단
하고 있다. 즉 미국은 남북이 자유민주주 의 가치와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체제를 수립하는 데 적극적이기보 다 한반도의 현상 유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 고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와 비교해 더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 정
착
을 추진하고 있다. 즉 광의의 평화를 한반도에 실현하고자 한다. 미 국 역시 냉전 이후 최근까지 국제사회에서 적극적 또
는 광의적 평화 를 실현하고자 해왔다. 하지만 실제 미국의 평화구축 활동과 정책은 미국이 처한 대내외 환경에 따라 변해왔다. 냉전 시기는 사회주의봉쇄
, 냉전 직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가 평화를 가 져온다고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2001년
이후 미국의 평화 관 점이 국제평화구축에서 테러 조직과 이슬람 무장 조직 격퇴로 협소294) “Background Press Call by Senior Administration Officials o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he White House, March 23, 2021, <https://
whitehouse.gov/briefing-room/press-briefings/2021/03/23/background- press-call-by-senior-administration-officials-on-the-democratic-peop les-republic-of-korea/> (Accessed March 25, 2021).
295)Stephen M. Walt, “Afghanistan Hasn’t Damaged U.S. Credibility,” Foreign Policy, August 21, 2021, <https://foreignpolicy.com/2021/08/21/ afghanistan-hasnt -damaged–u-s-credibility/> (Accessed August 22, 2021).
해지는 과정에서도 민주주의, 인
권
등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추구하 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시 작된 시리아 내 ISIS 군사개입 과정에
서도 미국은 시리아 내 집단학살 위협으로부터 야지 디인과 비(非)수
니 무슬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세우고자 하는 광의의 평화구축 을 추구했다. 하지만 미국의 ISIS 개입 이유에는 미 국민을 보호하 는 것뿐 아니라 중동 석유시장과 역내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 려는 의도도 있었다. 미국이 ISIS 격퇴에 함께한 참여국들과 공조가잘
이루
어지지 않았음에도 다자적 방식을 고수한 이유 중 하나도 미
국의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용과 실 익
을 중시하 는 미국의 평화 인식은 글로벌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경쟁의 심화와 함께 미국의 관심
이 인도-태평양으로 옮겨오면서 보다 강화되는 모
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이 처한 국내외적 여건은 바이든 정부 에게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있다. 취임 이후 바이든 정부의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미국의 중산층에 이익
이 되느냐’가 바로 그것이 다. 쿼드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 미얀마 사태에서 보인 바이든 정부의 결정도 ‘미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 작된 선 택이다.
앞
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에서 소극적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미국의 중산 층을 이롭
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반 도 안보 위기는 미 국민에게 경제, 국방, 외교의 부담이다. 특히 최
근 동북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에게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안보 위기를 억제하는 데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국 입 장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 상황
의 유지관리 이다. 즉 소극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