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의 실리주의에 입각한 평화 인식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다음 과 같은 전망을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사안인 북핵문제는 미국이 협상 당사자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 을 위해 주변국의 협력을 유도하면서 당사국 입장에서 해결하려 노 력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
령은 실무
자 중심의 협상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접
근할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 진전에 시간이걸 릴
것이다. 한편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가 남북관계의 주체임을 존중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과 정인 남북대화와 교류를 원칙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정부는 그 과정이 미국의 이
익
과 충돌하지 않
도록 예의 주시할 것이 다. 특히 우리의 남북관계와 평화프로세스 진전 노력이 대중국 견제 라는 미국의 핵심 대외정책과 궤를 맞추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것 이다.이런 바이든 정부를 움직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시키기 는 쉽지 않다. 핵 시
설
을 재가동시키고 잠수함발사탄
도미사일(SLMB) 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비핵화와 관련해 자 발적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 황이다. 게다가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특수 요인까지 보태어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의 재가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정부는 미국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 로드맵의 각 단계가 미국의 이익
에 어떻게 부합될지 구체화하는 작업도 병
행해야 한다. 현 단계 에서 실감하기 어려운 한반도 평화체제의 최종 목표 나 모습을 미국
에 설득하는 접근법은 지양되어야 한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시민 공 동체 형성이 우리에게 갖는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미 국의 관심과 논의를 유도하는 데 실효적 접
근법이 아니다. 미국에게 현실적인 재무제표를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앞으로 3년
여의 임기 가 남은 미 대통령
과 한반도 평화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중장기 외교 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평화체제 논의를 재개하고 관련 정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한 다섯 가 지 정책 제언을 한다.첫째, 무엇보다도 북한의 비핵화를 끌
어낼 대북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미중경쟁 심화와 길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
로 자국민의 이익에 직결되는 국내외 사안에 집중하고 있다. 아프가 니스탄 철군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바탕
으로 한 평화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의 이면에는 차가운 실리주의 가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은 동맹을 존중하지 않 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는 다르다. 하지만 미국의 이
익을 우선
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
는다는 면에서 바이든 정부 는 트럼프 정부와 닮았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가 실익이 분명하지않
은 대북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296) 우선 한반도 평화 및 핵 문제와 관련 해 미국이 대화라는 외교 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 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유인책은 미국에게 북한의 변화 또는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따라서 비핵화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집
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현 단계에서 우리가 기대하고 계획하는 비핵화 수준
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북한과 미국에 전달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단계적 비핵화를 한반도 비핵화의 현실적 방안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바이든 정부도 단계적 해결 방안에 긍 정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의 시간표가 북미 모두 에게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밑 접촉을 통해 남북과 한미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그리고 모호성은 추후
이어지는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외교적 접근296)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미‧중 종 전선언에 대해 미국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John Kirby) 의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open to a discussion about an end of war declaration)’라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동(同) 브리핑에서 커비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강 조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종전선언과 연동되어 있고 대화가 그 접근법이라는 미국의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한미가 종 전선언과 관련하여 긴밀한 물밑 대화를 이어가더라도 미국이 종전선언을 본격적으 로 추진하도록 하는 모멘텀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태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도록 북한 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법일 수 있다. 그러
나 이러한 접
근이 지금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 고 있다면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게 우리가 기대하는 비핵화 방식과 특히 단계별
단기목표를 북미 양측에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양측의 반응을 유
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로의 의사가 명확하게 확인될수록 신뢰
와 조율(coordination)의 가능성이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의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현 정부와 논의한 비핵화 합의 내용이 차기 정부에서 유지되지
않
을 것이라는 북한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도 우리의 비핵화 방안 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 은 현 정부와의 협상을 소모적인 것으로 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동시에 오랜 시간이 걸릴 비핵화의 단계
별 목표와 방안을 분명
하게 제시하는 것은 차기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중요하 다. 물론 우리의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 제시와 북한을 설득하는 노 력이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 러한 노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관계에는 매우 중요하다. 한반 도 핵 문제 당사자인 우리가 북핵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북한에 방안 과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할 때 협상 당사자인 미국의 적극적 노력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둘째, 한미협력의 논의 범위와 방향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
과 마찬가지로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 세스는 포괄적 구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추구하는 한반도 모습 은 남북이 주변국과 함께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생하 는 문화‧시민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방위적 인 구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한미관계를 여전히 군사동맹과 교역
국에 집중해 논의하고 있다. 이는 한미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미관계는 한반도 평화라는 구조
물의 한 축으로써 다 른 평화의 축들과 맞물려 있어야
한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한미관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 이다. 나아가 한미관계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상의 글로벌 협력 으로 확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확립되어야 한다.바이든 정부가 처한 국내외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식 전환은 서
둘
러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자신 의 대선 승리를 도운 민주당 진보 진영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데집
중하고 있다. 민주당 진보 진영은 그들의 관심 정책인 경제 불평 등, 인종, 환경, 기후변화 문제가 미국의 국내외 핵심
정책이 될 것 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언 급된 사안들
의 해결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진보 진영의 요구가 있다. 게다가 2022년 중간선 거 승리를 위해 당내 결 집
에 힘써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
은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진보 진영의 정책요구를 수용 하는 데 더욱집
중할 것이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