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래어의 개념과 유형
1.2. 조어법에 따른 외래어의 유형
한국어에서 형태소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을 조어라고 하고 이 조어의 방식을 조어법, 또는 단어 형성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단어를 조어법의 관점 에서 분류하면 단일어와 복합어로 나눌 수 있다. 단일어는 형태소 하나로 이루 어진 단어를 가리키며, 복합어는 두 개나 그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단어를 말한다. 복합어는 그 형성방식에 따라 다시 파생어와 합성어로 나뉜다. 전통적인 조어법, 즉 분석을 중시하는 관점에서의 조어법에서는 단어 형성법을 합성법과 파생법으로 나눈다. 그러나 합성법이나 파생법에서 벗어난 단어 형성 방법이 매 우 많다. 따라서 최근 몇 십 년 사이에는 전통적인 분석법과 달리 단어 형성을 중시하는 관점의 조어법도 나타난다. 구본관 외(2015:115)에서 단어 형성 방법 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본고에서는 외래어를 생성하는 방법을 외래어 조어법이라고 통칭한다. 주로 구본관 외(2015:115)의 '단어의 분류' 기준을 참고하여 외래어 조어법을 원어형 외래어, 약어형 외래어, 파생 외래어, 그리고 합성 외래어 네 가지 유형으로 나 누고자 한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한국어 외래어 중 원어형을 제외한 약어형, 파 생형, 합성형 이 세 가지 유형에 초점을 맞추어 그 결합 방식, 외래어 단어의 생 성 규칙과 예시를 제시하고 정리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래어 교육 방안을 모색하여 중국인 학습자의 외래어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정지혜(2013)는 외래어의 도입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어휘는 양적으로 팽창하 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서구의 원어 요소가 한국어 속에 유입되어 원어의 모습 그대로 쓰이기도 하고, 형태적으로 바뀌어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외래어가 신조어에서 변화된 형태로 조어되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라고 말 하면서 외래어 형태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명희(2009)에서 외래어를 크게 단일어와 복합어로 나누어 단일어 형성에는 절단형 단일어와 '어근+하다/되다/시키다' 형식으로 구성된 단일어, 복합어 형성 에는 파생어 형성과 합성어 형성 구조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정지혜(2013)에서는 네 가지 조어법 유형(즉 절단어, 약어, 합성어, 파생어) 으로 원어에서 볼 수 없는 외래어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하였다.
이광호(1997)의 3장에서는 외래어 요소를 어기로 한 단어 형성을 고찰하면서 외래어 요소가 국어에서 어기 역할을 할 때 갖는 특성을 관찰한 후, 외래어 요 소를 어기로 하는 파생, 그리고 외래어 요소를 어기로 한 합성을 살펴보았다.
3.4.에서는 3.3.까지 살펴본 방법 이외에 고유어의 단어 형성 방법에서는 볼 수 없는 방법으로 생성된 단어를 살펴보는데, 3.4.1.에서는 동의 중복을 통한 단어 형성을, 3.4.2.에서는 절단에 의한 단어 형성을 관찰하였다. 마지막으로 앞의 논 의를 종합하고 일반화하여 외래어 요소를 어기로 한 단어 형성의 특성을 정리하 였다. 4장에서는 외래어 요소가 접사로 기능하는 단어 형성을 다루었다.
정근용(1998)에서는 약어에는 자른말, 머리음절말, 꼬리음절말이 포함된다고 주장하여 자른말을 약어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하였다. 꼬리음절말은 외래어에서 는 그 예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약어는 본말과 의미 상 아무런 차이가 없이 자유롭게 교체될 수 있는 말인데, 뒤섞임말이 일어나면 의미의 변화가 생겨 '약어'의 기본 속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14) 스모그 (smog)를 스모크(smoke)와 포그(fog)와 같은 의미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섞임말은 본래 형태보다 간략화되어 약어처럼 보이나 약어에 포함시킬 수 없으므로 약어의 하위분류에서 제외한다고 하였다.
1994년 국립국어원에서 조사, 발행한 『현대국어 약어목록』15)에 수록된 약
14) 박홍길(1983:26)에서는 "뒤섞임말은 의미변화의 문제이다"라고 하였다.
15) 정근용(1998)에 의하여 『현대국어 약어목록』에 실린 주요 약어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본말을 이루는 단어의 첫 음절이나 첫 글자가 결합된 것.
1차 분류 2차 분류 3차 분류 원어형 외래어
약어형 외래어
절단형 외래어 (A형/B형/Z형)
18)
전부 절단형 외래어 (B형: B←AZB) 후부 절단형 외래어 (A형: A←AZB)
중간 절단형 외래어 (AB형: AB←AZB)
어를 살펴보면 '프로 ← 프로그램(program)'과 같은 절단형 외래어가 약어에 속 한다고 간주하였다. 뿐만 아니라 절단어의 경우 원형식과의 의미 변화를 겪지 않으면서 원형식과 축소어의 교체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본고에 서도 절단형 외래어를 약어의 하위분류로 처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조어법에 따른 외래어의 몇 가지 유형을 살펴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외래어 유형의 분류를 종합하여, 외래어를 크게 '원어형 외래어, 약어형 외래어, 파생형 외래어, 합성형 외래어'로 나누고자 한다. 기존 연구에서 형태론적 삭감이 적용된 약어의 하위 유형에는 줄곤 두음 절어 및 절단어와 같은 것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용례를 살펴보면 약 어 중에는 두음절어와 절단어라는 개념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많기 때 문에16) 약어의 하위 유형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다. 그리하여 본고에서 는 약어형 외래어를 절단형 외래어, 두음절어형 외래어, 그리고 축합어형 외래어 의 상위어로 설정하고자 한다. 즉, 약어형 외래어는 세 가지 종류 형태의 축소어 를 포괄한다. 파생형 외래어의 경우 접두 파생과 접미 파생으로, 합성형 외래어 의 경우 외래어와 외래어, 외래어와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와 고유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합성 유형 등으로 세분할 것이다. 즉, 4개 대범주와 15개 세부 유형으 로 외래어의 단어형성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외래어의 조어법에 따른 외래어의 유형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17)
<표6> 조어법에 따른 외래어의 유형
(2) 두 말 이상이 합쳐져 공통부분이 생략된 것.
(3) 본말의 일부가 절단(생략)된 것.
(4) 본말을 이루는 말들의 일부가 절단된 것.
16) 이호승(2014)에서 약어에는 전형적인 두음절어나 절단어 외에도 특정한 명칭을 부여하 기 어려운 축소형들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7) 정지혜(2013), 정근용(1998)과 노명희(2009)의 분류 기준을 참조하였다.
두음절어19)형(AC ← AZB CZD )
축합어형 외래어
AD형 외래어 (AD ← AZB CZD) 'A-+X'형 외래어 (A-+X ← AZB X)
'X+-D'형 외래어 (X+-D ← X CZD )
불규칙 축합 파생형
외래어
접두 파생어 형태 외래어 접미 파생어 형태 외래어 합성형
외래어
'외래어 어근+외래어 어근'형 외래어 '한자어 어근+외래어 어근'형 외래어 '고유어 어근+외래어 어근'형 외래어 '고유어 어근+한자어 어근+외래어 어근'형 외래어
외래어 단어생성 규칙에 대한 이해는 외국인 학습자들의 한국어 외래어 학습 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언어를 배울 때에는 수많은 단어들과 익숙 해져야 한다. 일일이 외우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한국어 외래어가 가진 특성과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한국어 외래어를 배우는 훨씬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어 외래어에는 다양한 단어 생성규칙이 있고, 현재에도 새로운 외래어들 이 이 규칙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 예시를 통해 외래어 생성 방법을 익힌다면 한국어 외래어 학습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 약어형 외래어
이혜은(2008)은 영어가 한국에 유입되어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영어에서는 허 용되지 않는 콩글리시(Konglish)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콩글리시란 'Korean+English'의 합성어로서, 영어 문장을 표현할 때 원어민이 알아듣지 못 하는 한국식 영어가 사용되어 생성된 단어를 뜻한다. 흔히 알고 있는 콩글리시 는 빽밀러(영어로는 rear-view mirror)와 같이 한국 안의 영어 어휘 중에서 한
18) 본고는 외래어 형성에 참여하는 두 단어를 X와 Y로, 이 단어가 삭감되는 경우에 X는 AZB로, Y는 CZD로 표시하기로 한다.
19) 한국어 연구에서 acronym을 '두자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자어'라는 개념은 본래 영어와 같은 음소언어에 적합한 용어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음소언어이지만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는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이지 양(1996:25)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본고에서는 '두음절어'라는 용어 를 사용한다.
국어의 기준이 적용되었거나, 영어 문장을 표현할 때 한국어의 문법적인 요소가 사용되어 바른 표준어를 구사하는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말한 다."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사용의 편리를 추구하여 영어 원어를 한국식으로 줄 여 쓰이는 콩글리시는 한국어 외래어 특히, 약어형 외래어에서 많이 발견된다.
약어형 외래어를 크게 영어식 약어와 한국식 영어 약어20)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볼펜(ball-pen←ball-point pen), 에어컨 (aircon←
air-conditioner)과 같은 단어는 긴 영어 단어를 한국식으로 줄여, 마치 영어처 럼 쓰이고 있기 때문에 한국식 약어가 된다. 본고에서는 약어형 외래어에 대하 여 위와 같은 한국식 영어 약어만을 고려하여 영어식 약어와 한국식 약어의 같 을 경우를 고려하지 않겠다. 한국식 영어 약어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또한 영어를 어떻게 한국식으로 줄였는지 관찰하고 한국 식 영어 약어가 한국어의 음절, 음운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이혜은(2008:5)에서 재인용)
정지혜(2013)는 "매일 접하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약어화 된 외래어가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으며, 개인적인 언어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회가 복잡 다단해지고 급속한 발전을 이룰수록 이러한 약어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를 중시하는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약어와 같은 언어현상이 현대 언어생활 의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문화의 영향으로 오늘날은 신조어의 르네상스라 할 정도로 많은 신조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에서도 약어가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라고 말하면서 약어형 외래어의 빠른 증 가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정지혜(2013)는 외래어가 늘어나면서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외래어가 한 국어처럼 어형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언급하였다. "줄 어든 형태가 접사처럼 쓰이면서 서구에서 볼 수 없는 신조어를 만드는가 하면, 일부는 합성어 어기처럼 쓰이면서 절단어나 약어 유형의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
20) 바우어(Bauer, 1983)에 의하여 영어식 약어는 'clipping(축약어)', 'acronym(약성어)', 'blending(혼성어)' 세 가지 종류가 있다. 'sec(second)', 'ad(advertisement)', 'burger(hamburger)' 등 단어는 축약어에 속하고, 'TOEFL(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와 같은 단어는 약성어에 속하며, 'brunch(breakfast+lunch)', 'smog(smoke+fog)'와 같은 단어는 혼성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