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빈(의류학과)
우선 이 “창의적 컴퓨팅”이라는 과목은 교양 필수 과목으로, 제가 이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꼭 수강해 야 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목은 저희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기본 수업(이번 학기에 웬만 하면 꼭 들으라고 학교 측에서 짜주는 것)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이 과목을 1학기 에 들으려고 마음먹었지만, 이럴 수가, 수강 신청을 하는 날에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저는 서둘러 11 시 10분쯤에 수강 신청 사이트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시작한지 10분 만에 이 과목의 수강 정원은 꽉 차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눈물을 머금고‘졸업하기 전에만 들으면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가 중학생 때 배웠던 컴퓨터 언어, “C언어”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공부를 잘하는 친 구를 따라 방과 후 수업으로 들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따옴표, 쉼표 등을 자주 사용해야하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엄청 어려웠습니다. 그때 담당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책이 입문서였는데도 말입니다. 그 래서 저는 그때부터 컴퓨터 언어, 프로그램 코딩 등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보는 과목이 컴퓨터 관련 과목인 것을 보고 저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마음 한 편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창의적 컴퓨팅에서는 C언어가 아니라 파이썬에 대해 배운다고 했는데, 이 게 C언어만큼 어려울까?’, ‘내가 중학생 때는 공부를 잘 안 해서 어려웠던 게 아닐까?’, ‘현재의 나는 고 등학교도 졸업하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들은 점점 커져갔고, 이 커 진 궁금증은 이 과목을 다음 학기에 듣겠다고 했던 저의 마음을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저 의 친형과 선배들에게 물어봐서 “빌넣”(정원이 다 찬 강의의 교수님께 ‘저까지만 받아주세요..’라며 비 는 행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는 빌넣을 하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교수님께 메일을 적었습니다. 처음엔 교수님께서 수강 정원을 증원할 계획이 없다고 하셨지만, 저처럼 증원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며칠 뒤에 결국 증원을 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된 계기와 과정입니다.
“창의적 컴퓨팅”은 컴퓨터계열 비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누구나 접근하기 수월한 컴퓨터 언어인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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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강의의 깊은 이해’와 ‘변별력 높이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이제 이 과목을 듣고 난 뒤 성장한 저의 이야기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일 상생활 속에서 대부분의 것들의 알고리즘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알고리즘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선풍기 같은 전자 제품에만 알고리즘이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라는 사람도 [<배가 고프다.> → <치킨을 먹는다.>]라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 고, 심지어 연필도 [<종이에 대고 일정한 힘을 준다.> → <선이 그어진다.>] 라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 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업을 듣고 나니 이 세상의 다양한 알고리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 다. 제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것이었습니다. 매일 봐서 별 감흥이 없어진 제 방 책상 스탠드와 휴대폰 거치대도 각각 [<스위치를 누른다.> → <전등이 켜진다.> → <전등의 밝기는 어 느 정도?> ...], [<각도를 어느 정도?> → <휴대폰을 놓는다.> → <휴대폰을 지지한다.>]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성장한 저는 무언가에 질렸 을 때 그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장래에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을 때, 디자인 영감을 얻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제가 이 과목을 배우고 난 뒤에 추가적인 학습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평소에 시험 기간이 아니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과목을 학습하고 나서, 흥미로운 파이썬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여름 방학에 책 을 따로 구매하여 혼자서 추가적인 학습을 더 해보았습니다. 이 경험은 공부를 멀리하던
제가, 필요한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또한 아버지의 ‘너의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라’는 말씀과 더불어, 학기 중과
방학 중에 컴퓨터 언어에 대해 학습한 내용은 제 진로에 있어서 의류 관련 분야뿐 만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된 분야 또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마지막 성장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과목을 수강하기 전까지 모든 공부가 너무 귀 찮았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그저 오늘 할 일을 얼른 끝 내고 누워서 핸드폰을 하거나 자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목을 수강하며 파이 썬이 재미있게 느껴지면서, 저에 대한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이렇게 흥미로울 수가 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초등학생 때 보았던, 비싼 돈 주고 학원 을 다니면서 공부는 절대 안 하는 친구들과 나는 뭐가 다르지?’, ‘교수님께서 열심히 수업을 해주시는 데 나는 왜 열심히 안 듣지?’... 그러면서 공부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에 왔으니, 제가 원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많이 배워가야겠다 썬(Python)을 이용하여, 컴퓨터 언어의 개념과 활용법을 배우고 습득하도록 하는 과목입니다. 실제
컴퓨터 비전공 학생인 제가 배워보니, 정말 접근하기 수월했습니다. 사용하는 명령어들도 input(입력 할 때 사용), print(출력할 때 사용) 등으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과목의 교수님은, 우 리 대학교 일반대학원 컴퓨터 소프트웨어 학과에서 소프트웨어를 전담하고 계시는 이병호 교수님이 십니다. 교수님께서는 말투는 되게 무뚝뚝하시지만 과제나 강의 내용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 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고, 메일 답장도 빠르게 해주시는 반전 매력이 있으십니다. 저는 교수님의 이런 따뜻한 매력에 빠져 수업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밖에 뵙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이제 이 과목의 저의 ‘인생 교양’인 이유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어렵지 않은 수업 내용과 과제”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파이썬은 사용하는 명령어들이 직관적이라서 학습이 힘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여름 방학 중 추가적인 학습을 해보니, 물론 파이썬에도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 한 내용들은 있기는 하지만 이 과목에서는 그런 내용이 아니라 기초적인 내용 위주로 배웠습니다. 그 리고 매주 내주시는 과제들도 그 주의 수업만 잘 들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요인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막 대학에 온 제가 좌절하지 않고 학습 의욕을 잃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교양은 교양 수준에서 배워야 한다.’는 저의 생각에도 부합했습니다. 친형 이 대학에 가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 학점을 받기 힘들 것 같은 과목을 “드랍”(그 과목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행위)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이 창의적 컴퓨팅 과목에서도 이해하기 힘 든 내용들만 배웠다면, 저도 우리 형처럼 이 과목을 아예 드랍 해버렸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 일 은 없었습니다.
이 과목의 ‘인생 교양’인 두 번째 이유는 “활용을 요하는 시험”입니다. 이 과목의 시험은 학습 내용과 지식의 활용을 요하는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파이썬에 대해 깊 이 배우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변별력도 높여줍니다(상대평가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과 과제가 어 렵지 않다고 해서 시험까지 쉬우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파이썬의 조건문(if문)을 이용하여 1부터 100까지의 소수만을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문제였습니다. 주어진 결과 값으로부터 문제가 원하는 것을 해석해내는 데에는 파이썬의 학 습 내용이 필요했고, 코딩을 할 때에는 학습 내용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수학에서 가끔 사용했던 ‘소수 를 구하는 법’(2로도 안 나눠지고 3으로도 안 나눠지면 그것이 소수)이 필요했습니다. 이 문제를 시험 장에서 처음 봤을 때에는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기반하 여 여러 번 읽어보니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저는 담당 교수님의 탁 월한 문제 출제에 감탄했습니다. 파이썬 학습 내용과 고등학생 때의 지식을 동시에 요하는 문제라니.
인생교양 : 창의적 컴퓨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