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나라도 없었다
2. 프랑스의 저출산 정책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살펴보던 도중 다른 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출산율이 대체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국가들은 가사와 육아에 대한 남녀분담이 잘 되어 있고 이민자에 비교적 관대하며 보육 제도가 직접적인 국가 정책에 의해 주도되거나 직접적 인 금전적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출산율이 반전됐거나 OECD 평균보다 높게 유지되 고 있는 국가들은 대체적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출산정책 뿐만 아 니라 가족 구성원이 모두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고 오히려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 를 확립했습니다16). 현재 유럽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입니 다.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인구 문제를 국가 주요 정책 중 하나로 항상 포함시키며 60년 넘게 각 시 대와 상황에 맞는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유럽의 출산율 증가는 이민자로부터 비 롯된 왜곡된 통계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에서 이와 관련해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이민자가 출산율이 프랑스 태생 여성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은 20% 이내이고 실제로 출산율 상승에 기여한 부분은 여성 1명 당 0.1명에 불과합니다17). 결국 프 랑스의 출산율이 유지되는 이유는 이민자의 영향보다는 가족수당, 육아휴직, 보육서비스를 골자로 하 는 프랑스의 출산장려주의 가족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국가주도로 포괄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아동기의 대부분에 걸쳐 실행됩니다. 또한 같은 생활 수준에 있는 가족 이라면 자녀가 없는 가정보다 자녀가 있는 가정과 다자녀 가정일수록 더 많은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1인가구보다 더 큰 세제 감면 혜택이 있습니다18). 우리나라처럼 보육료 지급 카드를 활용하 기보다는 프랑스는 집단보육 또는 개별보육에 대한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며 각 가정에 맞는 현금성 지원과 보육 인프라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19). 또한 크레쉬와 에콜 마테르넬과 같은 0세부터 5세 까지의 보육을 국가 보육기관에서 책임지고 있기에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기른다는 인식이 아주 어 릴 때부터 생깁니다. 초등 돌봄 시스템도 현금성 지원과 더불어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이 모든 아이들 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프랑스가 출산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근본적으로 보 육과 유아교육의 정책을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적용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16) 안기훈(2018), 「국가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의 실패와 성공」, 한국모자보건학회 학술대회 연제집, 67-69 17) 김상용. 12.05,2019 “[라떼파파가 세상을 바꾼다] "프랑스 안정적 출산율이 이민자 덕이라는 것은 오해”, https://
www.sedaily.com/NewsVIew/1VRXZTYL0G, 11.18.2021 방문.
18) 황성원(2020), 「저출산 극복을 위한 프랑스의 유아교육보육정책 연구」, 한국열린교육학회, 28(5): 251-278 19) 상게서
인생교양 : 초고령사회와 미래사회혁신
류는 이를 통해 현재 미국에 존재하는 126개의 상이한 복지 프로그램들의 짐을 덜고, 궁극적으로는 만족도가 낮고 구조적 문제가 많은 선택적 복지 제도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현재의 복지에 유감스러운 인센티브들이 붙어있으며, 실적을 잘 낼수록 돈을 덜 받는 구조 때문에 사람들이 과장하 여 몸 상태가 안 좋다고 기록하는 등 의존적으로 변해왔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한국의 복지 예산이 정 부 총 예산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이지만,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만족도는 선진국들의 절반 도 채 되지 않는다는 배경과 일맥상통합니다. (2021년 집행 예산, 2022년 공개 예산 기준)21)
앤드류가 주장하는 자유 배당금의 모델이 되는 것은 실제로도 37년간 비슷한 제도를 성공적으로 유 지해 온 알래스카 주입니다. 그는 알래스카가 천연 자원을 재원으로 삼아 매년 1,000~2,000 달러 규 모의 현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했으며, 이는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어린이들의 건강과 영양을 개선했으며, 소득 불평등을 해소했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배경을 알래스카 주민들이 연방 정부 에 복지를 맡겨 중간 과정에서 세금이 새는 것보다, 차라리 지출 내역 관리도 감독도 불필요한 현금 지급을 선호했다는 사실에서 찾습니다22).
자유 배당금 제도와 비슷한 정책이 한국에도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제 기되는 반론은, 모든 국민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매달 천 달러에 준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경제 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과, 단순한 돈의 지급은 사람들의 노동 의지를 저하시켜 정부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 소득 재원 마련은 기존의 복지 제도를 대체함과 동시에 대기업 및 고소득층의 세율 인상의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는 기존의 복지 제도를 점진적으 로 대체해 나간다는 점에서 자유 배당금 모델과 유사하지만, 그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 계층에 무관하게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진척시키고자 하는 미국 모델의 목표가 월 평균 소득이 평균 소득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하게 부족한 국민들을 경제적으로 보충한다는 한국 모델의 목표와 상이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분기당 50만원이라 는 돈이 복수의 복지 정책으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는 취약 계층(가령, 독거 노인임과 동시에 장애인) 에게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데, 현실적으로 부족할 것이 명확합니다23).
21) Yang, Andrew(2020), Freedom Dividend, https://2020.yang2020.com/policies/the-freedom-dividend/
,11.18,2021 방문 22) Ibid.
23) “기본 소득 도입해야할까…?” , 2021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iSiPutXqjxY&t=7s , 11.18, 2021 방문 제도 등을 지금보다 강화하여 차별 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고 국가가 결혼을
강제하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출산율이 0에 수렴해가는 현 상황은 범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정부가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그 시각을 지속적으로 국민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1인 가구에 대 한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운영되고 1인 가구에 대한 복지와 노년층에 대 한 연금복지를 생각한다면 인구 소멸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모두 책임 을 조금씩 가진다고 생각하면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노후, 더 나아가 나의 이웃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혼, 비출산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하나 사회 공동 체에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여 국가 재정과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거부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복지의 미래: 기본 소득에 관한 논의
2019년, 해당 수업 당시에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처음 논의되던 시기였고, 그 마저도 현 금 지급이라는 매력적인 공약을 통해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이려는, 프로파간다 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수업 이후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기본 소득은 정계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 번씩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핵심 의제로 부상하였으며, 이에 따라 최신 논의들을 재차 종합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기본 소득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 규모와 목적에 따라 정의가 나뉘곤 하지만, 대중적인 지지를 받 은 최근의 사례로는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제안되었던 자유 배당금이 있습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앤드류 양은 전 국민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매달 천 달러, 즉 연간 12,000달러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인물입니다. 이 제도를 앤드류는 Freedom Dividend, 즉 자유 배당금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항상 강조해왔던 부분은 4차 기술 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일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콜센터 직원들을 대체하고, 자율주행 차량이 트럭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이미 조금씩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 러니 IT 기업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모든 시민들에게 매달 천 달러를 지급해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 하는 것이 공약의 취지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가 제시한 자유 배당금은 선택적인 제도라는 것입니다. 국민 개인이 배당금을 받기를 선택하면 기존의 복지 혜택을 포기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당금을 선택한 국민은 소비목적이나 감사로부터 자유로운 현금 천 달러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반대로 천 달러 이상의 효용을 발 휘하는 복지 정책들을 통해 다중 수혜를 받고 있다면 굳이 이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앤드
인생교양 : 초고령사회와 미래사회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