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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을 읽다, 세상을 읽다 : 세상과 소통하는 힘

이소정(호텔경영학과) 지도교수 김문주

비대면 시대에 마주한 인생 교양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대학생이 곤혹을 치른 부분이 있다.

앞서 경험해 보지 못한 수많은 교양수업 가운데 ‘어떤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강의를 선택해야 하는지' 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길라잡이 없이 고등교육 배움의 출발선에 선 대학생들에게 학 생과 교수 간 상호작용을 포함한 수업방식, 과제와 시험 외의 다양한 평가 요소 등 그 고려사항이 너 무도 여럿이기 때문이다. 여느 대학생과 다를 것 없이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김문주 교수님의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라는 과목을 보게 되었다. 이 강의는 이미 그 명성이 자자했을뿐더러 교수님 의 공정한 평가방식, 퀴즈와 토론을 통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으로 유명했다. 인 기 과목이니만큼 수강신청 성공은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강의를 통해 얻게 될 배움에 대 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또한, 수업 때 다뤘던 여러 주제들은 나의 가치관 설립과 미래의 진 로 선택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단순히 지식 습득으로 끝나는 시간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변하였고 나 스스로가 사회의 한 일원임을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5주 간의 짧은 한 학기 수업이었지만, 수업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삶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게 되었 다.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걸맞은 자세가 무엇인지 일깨워준 <무대 위에서 세상 읽 기>는 나의 인생 교양과목이 되었다.

희곡 속 다양한 세상

처음에는 명성 높은 교수님의 유명한 수업이라 관심을 가진 것이 사실이나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

라는 과목명 자체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문 학 작품, 즉 고전소설이나 역사서 등을 벗어나 색다른 장르 중 하나인 희곡(戲曲, drama)을 접하는 교 양수업은 내게 매우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하는 고전 희곡 작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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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양 :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

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해요”라고 말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용기 있게 집을 떠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본 노라와 같이 자신을 포기하면서 희생과 봉사 등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을 위한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인생에 있어 결혼생활을 마치 동화처럼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되겠다고 느꼈다.

“여자들이란 원래가 사소한 일에 연연하기 마련이지요”

『사소한 것들』 헤일의 대사 中

두 번째 작품은 1900년대 초반 당시 가부장제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여성이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 한 때에 미국의 극작가 수잔 글라스펠이 쓴『사소한 것들』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살인사건을 다룬 추 리극인데 특이한 점은 제 3자들이 그 사건을 추리하고 재구성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사건의 결과보다 어떤 이유로 살인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혀내는 과정에 초 점을 둔 것이다. 사건을 접한 여성들은 바느질 바구니, 부서진 빈 새장같이 사소한 것들로 남편을 죽 인 부인의 동기를 알게 되고 이를 입증할 증거 또한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관심을 비 웃은 보안관과 검사는 범행의 단서조차 찾지 못한 채로 현장을 떠나게 된다. 자신들이 여성들보다 우 위에 있다는 확신에 찬 남성들의 태도를 보며 결국 두 여인은 사건의 단서를 감춘다. 왜냐하면 냉혹하 고 비정한 남편과 함께 살아온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그녀의 살해 동기 또 한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성의 거만함을 한껏 조롱함과 동시에 남성 지배에 간접적으로 저항하 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진보적인 인물을 등장시키며 기존사회에 반격한다. 또한 여성들의 연대 의식, 범죄에 대한 흑백논리의 모호해진 경계, 자아 탐색 과정 등 다양한 주제를 극 형태로 혼합시켰 다. 극의 형식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주제와 형식을 자유롭게 통합시킬 수 있으며 작품 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나 결말을 유보한 채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해석을 유도해내는 작품이다. 사 실 1900년 초반과 다를 거 없이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학벌주의, 기성세대와의 불화 등 현재 까지 잘못된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런 사상과 관념들을 당연하다고 받 아들이고 따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온 사회 현상들 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제를 모른 채 지나치

지 않고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잘못된 것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 하고 고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사소한 것들로부터 답을 찾 았던 극 속 인물들을 보면서 이들처럼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알고 비 주류까지 수용하며 이를 넘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사람 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그 예이다.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운전자의 자격을 가졌지만,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차공간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을 향한 여성의 역차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 히나 요즘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성차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성리학을 바탕으로 남존여비 사상이 오랜 세월 동안 뿌리내려왔다.

육아를 위해 ‘여성’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으며 농경사회에서 남성이 우월 시 되었던 것이 수 백 년 동안 이어오고 자리 잡은 것이 우리 문화이다. 따라서 이것이 사회 문제라고 인식된 것은 비교 적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남녀 차별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을 아직 불편해하는 것처 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였고 사회 인식의 변 화가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가 여성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와 관련하여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 수업에서 다룬 여성주의 극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이어진 여성 역할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시대를 앞서 여성의 역할에 관한 화두를 던진 작품들 은 곧 사회에 나갈 나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주었다.

“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설명을 찾아야 해요.”

『인형의 집』 노라의 대사 中

수업시간에 다룬 『인형의 집』과 『사소한 것들』은 여성주의 작품이다. 여성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19세기에 들어 전개되기 시작했으며 흐름은 크게 1세대(여성의 참 정권)·2세대(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평등과 성적 해방 추구)·3세대(계급, 인종 문제 등으로 확대)로 나 눌 수 있다.

우선 『인형의 집』은 여성해방 문제를 최초로 다룬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이다. 여성의 참다운 삶에 대 해 고민하게 하는 여성주의 희곡이며, 기존의 남성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본 작품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가던 노라가 자신의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살고자 했던 노라는 여성에게만 부여된 책임을 무조건 수행 해야 한다는 기존사회 현실을 타파한다. 특히 성스러운 것처럼 여겨지던 결혼과 남녀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한편 기만 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여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모 습을 보고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작품을 썼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노라는 초반 에 절대적인 수동의 태도를 취한다. 불평등한 사회 속 여성의 모습을 당연시하게 보고 자라온 노라의 생각과 말, 행동의 제약이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이 답답하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노라의 모습은 내게 감동과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특히 “나는 모든 일

인생교양 :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

의 작품에 속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부조리극에 대해 수업을 듣고 난 후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지도, 다치게도 하지 않지”

『동물원 이야기』 제리의 대사 中

먼저 『동물원 이야기』라는 작품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출판사 간부사원 피터와 가난하고 소외 청년인 제리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이다. 작품은 현대인의 소 외되고 고독한 삶, 거대한 도시 속 인간관계의 단절을 묘사하고 있다.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살아 가는 현대인들의 의사소통 부재는 결국 인간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 품이다. 작품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 하지도, 다치게도 하지 않지”라는 것이었다. 많은 대학생과 현대인들은 이 대사에 공감할 것 같다. 내 게 좋은 사람만 만난다는 보장이 없기에 사람들 중 일부는 깊은 관계보다 두루 뭉실한 관계를 이어나 가는 경우가 있다. 사실 나 또한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타인과 표면 적으로 모나지 않은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을 선호했다. 애초에 깊은 사이가 아니라면 상대방 때문에 상처받거나 피해를 받을 일이 드물 것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은 저 대사를 통해 혼자 고립된 삶을 살기보다 상처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타인과 소통하는 삶이 더 바람 직하다고 이야기한다. 상대방과 교류를 통해 살아가는 것이 질적으로 긍정적인 삶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이 가히 와 닿는 대목이었다.

“제 발이 잘못됐는데도 구두 탓만 하니 그게 바로 인간인 거지.”

『고도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 대사 中

『고도를 기다리며』는 2막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부조리극이다. 작가 사무엘 베케트는 인간의 삶을 단 순한 '기다림'으로 정의 내리고 끊임없는 기다림 속에서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 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계속해서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들이 기다리는 대상인 ‘고도’

가 인물인지, 사물인지를 떠나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왜 기다리는지조차 모른 채 오랜 시간 기 다린다. 주인공들이 나눈 이상한 대화 속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들 또한 다뤄진다. 이 작품에서 는 작가조차 고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고도를 신이나 미래, 꿈, 돈 등 개인마다 각기 다른 고도를 상상하며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의미 없는 대화를 하며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모 습 속에서도 '고도'는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찾고 있는 목적이고 그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임을 알

“나라를 지키라고 보낸 군대에서 애를 때리고 괴롭혀서, 그래서 탈영을 했던 건데!

아니 어떻게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나요?”

『D.P.』 준목 어머니의 대사 中

‘현실이 더하다'라는 말의 의미가 강한 충격으로 와 닿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2021년 여름, 나 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병영드라마 <D.P.>를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드라마 장면 속 진실과 거짓의 구분조차 어려웠고 특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이런 일 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컸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물론 각색 된 부분도 있지만, 꽤 많은 부분이 비슷하며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자신이 겪은 군대 내 부조리의 현장이 떠올랐다고 했다. 사실 상명하복 의 질서가 엄격한 군대에서 많은 부조리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을지도 모 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 이런 문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악습이 끊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했다. 나는 크게 화두가 되었던 군대 뉴스를 떠올리며 해결 여부가 궁금했다. 표 면적으로 드러나는 육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성적, 정신적인 폭력도 심하게 행해지고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느꼈다. 그리고 피해자는 어떤 보상을 받았고 가해자는 무슨 처벌을 받았는지, 집 단생활 속 그 상황에서 곁에 방관자는 없었는지, 그에 대한 대처는 어떠했고 나아가 2차 피해로 커지 지 않게 마련된 대처방안의 유무와 차후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 사실이 있었는지 비 슷한 사건들을 찾아보며 고민해보았다. 슬프게도 아직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포함한 많은 곳에서 바 뀌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개인의 대처 보다는 다수의 관심의 필요와 나아가 사회와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D.P.>를 보면서 무 대 위에서 세상 읽기 강의 시간에서 만난 작품, 『동물원 이야기』와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소통의 부재와 부조리한 사회

부조리극이란 말 그대로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극’을 나타낸다. 구성이나 성격 묘사가 불합리하고 기 이하여 전통적인 기법을 거부하고 인간 실존의 환상과 몽상적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다 시 말해 불합리 속에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작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나는 수업계획서를 보고 희곡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을 미리 읽었 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동물원 이야기』와 『고도를 기다리며』는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집중해서 읽어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 ‘내가 지금 이렇게 읽고 있는 게 맞나?',‘책 페이지가 잘못 인쇄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줄거리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대체 왜 『동물원 이야기』와 『고도를 기다리며』가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 최고

인생교양 : 무대 위에서 세상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