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생계가 빚은 꿈과 희망
1. 개인 전업투자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로알매매방 및 서울·경기도 일대의 매매방을 방문하면서 연구자가 흥 미롭게 느낀 공통적 특징은 성별과 연령대였다. 매매방에 앉아 주식·파생상품 투자를 하는 개인 전업투자자의 절대다수는 남성이었다. 30대와 60대도 간혹 있 었지만, 주로 40대와 50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구성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보다 ‘공격적이고 위험감수에 더 호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남성이 생 계를 책임져온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개인 전업투자자의 다수가 남성일 것이라 는 추측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전업투자자에 대한 인구학적 통계 의 부재로 정확한 사실부터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매매방을 이용하는 개인 전업투자자 중에는 4050의 중장년의 한국남성이 국내 매매방의 절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2년의 역사 동안 로알매매방을 거쳐 간 200여 명의 입실자 중 여성 입실자는 단 6명에 불과했다.
개인 전업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한 인구학적 통계는 없지만, 국내 개인 투자자 통계를 바탕으로 개인 전업투자자의 인구학적 구성에 대해 유추할 수 41) ‘갑자기 분위기 싸늘’을 줄인 신조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2018)의 국내 주식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42)에 따르면, 개인 주식투자자의 연령 분포는, 40대가 27.6%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5.7%로 뒤를 이었다. 보유 주식 수는 50대가 33.0%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6.5%로 뒤 를 이었다. 이는 매매방을 이용하는 개인 전업투자자 중에는 4050의 중장년이 국내 매매방의 절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단위 : 명, 주, %)
구 분 주주수 비율 보유주식수 비율
20세 미만 92,766 1.7 158,873,233 0.4
20대 316,956 5.7 706,507,805 1.7
30대 1,041,910 18.7 3,965,382,345 9.7
40대 1,533,553 27.6 10,808,161,586 26.5
50대 1,427,594 25.7 13,461,875,469 33.0
60대 787,420 14.2 7,761,564,791 19.0
70대 282,528 5.1 3,200,488,189 7.9
80세 이상 72,928 1.3 741,881,903 1.8
합 계 5,555,655 100.0 40,804,735,321 100.0 출처: 한국예탁결제원(2019)
[표3-1: 국내 개인투자자 연령별 분포]
성별 분포는 남성이 59.5%, 여성이 40.5%로 남성이 여성보다 19% 많 았다. 보유 주식 수는 남성이 74.2%로 25.8%인 여성보다 50% 가까이 많았다.
여성보다 약 20%나 더 많은 수의 남성이 주식투자에 참여하고 여성보다 약 세 배에 가까운 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남성이 여성보다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매매방의 구성원 중 절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온전하게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단위 : 명, 주, %)
구 분 주주수 비율 보유주식수 비율
남 성 3,305,109 59.5 30,273,927,546 74.2
여 성 2,250,546 40.5 10,530,807,775 25.8
합 계 5,555,655 100.0 40,804,735,321 100.0
42) 2019년 3월 배포된 ‘2018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투자자(실질주주) 현황’
출처: 한국예탁결제원(2019) [표3-2: 국내 개인투자자 성별 분포]
왜 중·장년의 남성이 매매방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본 절에서 는 로알매매방에 입실한 개인 전업투자자의 사회경제적 특징과 이전에 종사했 던 직업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이들이 어떻게 개인 전업투자자가 되었는지 알아 보겠다.
먼저 로알매매방에 입실한 개인 전업투자자(표3-3의 1-7)와 오피스텔, 공립도서관 등 다른 공간에서 매매 중인 개인 전업투자자(표3-3의 8-11), 총 11 인의 정치경제적 특성과 이전 경제활동 경험에 대해 알아보자. 이들의 연령대는 40대 3명, 50대 8명이었다. 개인 전업투자 경력 연차는 3년부터 17년으로, 5년 미만 3명, 5년~10년 미만 4명, 10년 이상 4명이다. 가족부양사항으로는 미혼자 3 명, 기혼자 8명이었고 송흥민 씨를 제외한 기혼자 전원이 2명의 자녀와 부인을 부양하고 있었다. 직장에 다니는 부인은 3명으로 각각 체험학습교사, 부동산 공 인중개사, 편의점 운영을 하고 있다. 자녀의 경우 취업하여 독립한 박지성 씨의 장녀를 제외하고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또한 안산, 과천 등 경 기도에서 로알매매방으로 출·퇴근하는 입실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 매매방에 도착할 수 있는 서울 외곽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고학벌에 과거 ‘한국 경제의 발전을 견인한’ 좋은 직장에 다녔 지만, 은퇴 이후인 현재는 이전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한 사람들이다. 수 도권에 거주하고, 자녀와 노쇠해진 부모를 부양해야 할 책임이 남아있지만, 직 장을 퇴직함으로써 고정수입이 사라졌다. 경제활동을 하는 아내를 둔 사람도 있 지만, 대부분 ‘4인 가족’을 부양하는데 충분한 수입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 럼 이들은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경제적 상황에 놓여있고 그래서 개인 전업투 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대부분은 고학력과 과거의 경력 그리고 ‘가난한 부모 밑에 자라, 일해서 집 사고, 자식 대학 보내고, 빚 없이 산 다.’는 사실에 대하여 자부심을 품고 있다. 또한,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스스로 를 여전히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최종 학력을 밝힌 9인의 경우 전원 대졸자로, 로알매매방이 위치한 서 울이 고향이 아닌 경우 대학교 입학, 대졸 이후 취업을 위해 상경하였다. 전공 은 경영·경제학의 상경계열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철학·인류학 등의 인문사회 계열 2명, 건축학 등 이공계열도 있었다. 상경과 인문을 포함한 문과계열이 많 다는 것은 이공계열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한국 산업 구조를 반영한다. 대학 신입생들 중심으로 ‘취직이 잘 되는 전화기’43)가 인기를 누리며 관련 전공자의
정년이 비교적 더 늦은 나이로 형성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국내 구인구직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무별 체감 은퇴연령이 가장 낮은 직무는 디자인(46.7세), 기획(47.8세), 마케팅·홍보(48.7세), IT·정보통신(49.0세), 서비스(49.6세)로 IT·정 보통신 분야를 제외한 분야는 모두 문과계열 전공과 연계된 직업분야다. 반면, 체감 은퇴연령이 가장 높은 직무는 기타 전문직(52.4세), 생산·기술직(52.3세)로 이공계열 전공과 연계된 직업분야였다.44)
대졸자의 경우 소위 ‘인서울(In-Seoul)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이 대다수 였다. 매매방 입실자와의 면담과정에서도 현재는 퇴실하여 없지만, 이전에 입실 했던 개인 전업투자자 중 ‘과거에 나름 잘나갔던’ 고학벌·고학력의 투자자가 많 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례3-1-1: 고학벌·고학력 입실자]
여기 오는 사람들이 고학력자가 굉장히 많아요. 막 못 배우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에요, 되게 잘나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오 여기 있는 사람이 그렇게 고급 인력이 왜 여기 와가지고 이러고 있을까? 뭐 서울대, 카이스트, 웬만한 대기업 출신 에 의사도 봤어요.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연구 참여자 11명의 전업 이전의 경제활동 경험은 다음과 같다(표 3-3 참조). 대다수의 입실자는 직장생활에서 개인사업으로의 직종 전환의 경험 이 있다. 황의종 씨를 제외한 10인 중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정년 이전에 퇴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9명이고, 컴퓨터그래픽·요식업 프랜차이즈 등 개인 사업을 하다가 정리한 사람은 4명이다. 부동산 중개업·일용직 노동 등 일했던 분야와 관계없는 분야로의 이직을 했던 사람도 2명이며, 개인파산의 경험이 있는 자는 2명이다.
43) 이공계열 중 ‘취업깡패’로 불리는 전자·화학·기계공학 관련 학과를 줄여 ‘전화기’
로 부른다.
44) 조선비즈, 2017.09.20., “직장인 체감은퇴 연령 50.2세···원하는 시점보다 11년 빨 라”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0/2017092002403.html> (2019.04.10 접속)
번호 이름(가명) 연령대 전업경력 이전 경제활동 가족부양 사항 학력
1 박성호 40대 13년차 개인사업-개인파산 미혼
미상
2 구자철 50대 4년차 대기업 명퇴-
부동산중개업
부인(직장인) 자녀 2 대졸
3 이운재 50대 13년차 대기업 명퇴-
개인사업-
부인(직장인)
대졸 자녀2
4 박지성 50대 5년차 중소기업 명퇴-
자영업
부인(직장인)
대졸 자녀2
5 신영복 50대 4년차 공기업 명퇴 부인(주부)
대졸 자녀2
6 황의종 40대 13년차 미상 미혼
미상
7 김성용 40대 4년차 중소기업 명퇴
미혼
대졸
8 차명근 50대 17년차
증권사 명퇴- 개인파산- 일용직 노동
부인
대졸 자녀2
9 송흥민 50대 6년차 대기업 명퇴 부인
대졸
10 민경진 40대 5년차 대기업 명퇴 부인(자영업)
자녀2 대졸
11 백일섭 50대 6년차 중소기업 명퇴-
자영업
부인 대졸
자녀2
[표3-3: 개인 전업투자자의 사회경제적 특성]
이들의 일반적인 경제활동의 패턴을 정리해보면, 대학교 졸업 직후인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의 호황기에 종사하게 된 1차 직장에서 50세 전후로 은퇴하게 된 이후, 개인자영업과 비교적 임금이 적은 일자리에서의 경제활동 이 후 매매방으로 입성하게 된다(그림3-1 참조). 여전히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노 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있는 자들로 이른 퇴직 이후 끊임없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의 이른 은퇴연령과 실제 은퇴연령간의 괴리 를 통해 설명가능하다. 현재 한국 남성의 실제 체감 은퇴연령은 51.6세45)이고, 공식 은퇴 정년은 근로기준법 상 만 60세46)로 정해져 있지만, 이들의 실제 은퇴 연령은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72세이다. 청년기 취직한 1차 직장에서 은 퇴한 이후에도 구직과 자영업을 통한 경제활동을 추구하며, 약 20년 정도 더 일 을 하는 셈이다.
[그림3-1: 개인 전업투자자의 이전경제활동 경험]
그렇다면 이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및 이에 따른 삶의 경험은 이들이 개인 전업투자자로 변신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들의 이전 경제활동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본격적인 개인 전업투자로 연결되었는가?
2. ‘개인 전업투자자’ 꿈의 탄생
45) 한국일보, 2017.09.20.,“직장인 체감 은퇴연령, 50.2세”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9200934082639> (2019.04.10. 접속) 한국 직장인 781묭을 대상으로 체감 은퇴연령이 남성은 51.6세, 여성은 47.9세로 평
균 50.2세로 조사됐다.
46)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2월 육체노동자에 한하여 가동연한을 만 60 세에서 만 65세로의 상향조정을 판결한 바 있다. 한국의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기대여명과 건강수명의 증가로 “일할 수 있는 신체적 여건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노후부양에 관한 인식·인구구조·사회제도의 변화 등으로 법정 정년 이후에도 경 제활동에 나아갈 필요가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9.02.21., “OECD서 가장 늦게 은퇴하는 한국···육체노동 정년 연장 근 거는?”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1/2019022101995.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 m_campaign=news>(2019.04.12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