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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갈등의 공간(2015-현재)

Dalam dokumen PDF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 (Halaman 119-129)

IV. 개미의 매매방 사용설명서

2) 긴장과 갈등의 공간(2015-현재)

2015년이 넘어가면서 초기이자 전성기의 매매방의 분위기도 서서히 바 뀌어갔다. 파생상품 매매하는 입실자의 손실이 점차 커지고, 계좌의 잔고가 바 닥나기 시작하면서 한 명 한 명 퇴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국 내주식 투자자 중심으로 ‘선수교체’가 일어나면서 긴장과 갈등의 공간으로서 매 매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각 입실자는 자리만 공유할 뿐, 서로에 대한 관심도 간섭도 최소화하는 철저한 개인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 화와 소통도 최소한에 그치고, 모임과 회식도 거의 없다. 그나마 이어오던 연말 송년모임도 2018년 처음으로 하지 않았다. 장기 입실자는 친해져봤자, 얼마 있 지 않아 또 나갈 사람들이란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기에, 굳이 아는 척해서 친 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례4-4-14: 강화되는 개인주의]

솔직히 연말에는 그래도 회식 한 번 했는데 올해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점점 시장이 무너지면서, 개인들이 손실이 나면서 나가고, 교체되고, 그러면서 어떤 분은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한 달 됐는데, 없어졌어요. 어떤 분은 또 한 2주 있다가 나가 고. 그러니까 굳이 교류할 필요가 없는 거고, 그런 교류가 사라진 거죠. 뭐 친하게 지 내봤자 언젠가 금방 나갈 사람인데.···그래서 지금은 누가 새로운 사람이 와도 그냥 인사만 하지, 서로 각자 알아서 매매 하고 가는 거예요.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연구자가 매매방에 처음 입실했을 당시 매매방은 오로지 컴퓨터 마우 스와 타자 소리만 ‘타닥타닥’ 나는 정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이 열리는 중간 에는 대화도 거의 없고, 점심 식사하러 갈 때 “식사 맛있게 하십쇼.” 혹은 퇴실 할 때 “내일 뵙겠습니다.” 정도의 인사치레가 다였다. 로알매매방이 아니라 다 른 매매방에 과거 입실한 경험이 있던 차명근 씨는 그러한 개인주의적인 분위 기가 보편적인 매매방의 모습일 것이라 말했다. 매매하는 사람들은 ‘교활하고 등골 빼먹는 사기꾼’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서로를 믿을 만한 자로 신뢰 할 수 있는 근거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간단한 자기소개 이외의 깊 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질문하는 것은 실례로 간주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행 동이다. 차명근 씨는 과거 매매방에서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한 입실자가 ‘20 만 원’을 빌려달라며, 자신의 반지를 ‘담보’로 내놓았다는 사연을 소개하며, 그것 이 매매방 내 인간관계의 한계라고 말한다. 아무리 친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돈 거래’도 할 수 있는 ‘친구관계’로는 발전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사례4-4-15: 드문 금전거래]

매매방에 1년 가까이 있으면서 나랑 그나마 친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양반이 막 얼굴색이 똥색사색이 돼서 돈을 좀 20만 원만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

근데 그런 질문이나 요구는 굉장히 일상적인 건 아니거든. 굉~장히 예외적인. 어떻게 매매방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돈을 빌려달라고 하냐. 이런 게 이제 그런 분위기인데, 그래도 내가 “어, 그래요 빌려드릴게요.” 했더니, 자기가 끼고 있던 반지를 딱 내놓는 거야. “이게 뭐에요?” 그랬더니, “아니, 내가 안 갚을 수도 있으니까. 뭐 그게 금반지 니까 반지 가치는 20만 원 넘겠지. 그걸 담보로 해서.” 내가 뭔 담보냐고 내가 뭐 전 당포냐고. 사람들 사이가 이런 식이야. 그 사람도 빌리면서도 내가 저 사람한테 평소 좀 친하게 지내긴 했어도, 저 사람이 날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걸 걱정, 염려를 하는 거지. (차명근, 개인 전업투자자, 50대)

이러한 개인주의적 분위기 하에서 정보 공유는 전체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확인’ 차원의 간단한 문답만 가끔 오가는 정도가 되었다. 금융시장의 지표 와 지수가 변동할 때, 예컨대 종합지수가 갑자기 급등락 할 때, “지금 무슨 발 표 났나요?” 하는 식으로 묻는 것이다. 그 변화의 의미를 묻거나, 자신의 해석 이 타당한가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투자자는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시장에 대 한 대응전략을 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실자의 판단에 보조 가 되는 것으로써, 입실자의 개별 매매에 결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는

다.

[사례4-4-16: 소극적 정보 공유]

오늘 장이 좋냐 안 좋냐. 지금 중국이 빠지는데 왜 빠지는 거냐고 정도. 근데 뭐 별 도움 안 돼요. (박지성,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가끔가다 던지듯이 ‘어? 연기금이 오늘 팔고 있네요? 언제까지 팔 거 같아요?’

그런 건 물어보는데. '디스커션(discussion)'이 아니고 짧게. 근데 그 이외는 뭐 별로 얘기 안 해요. (구자철,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전문가의 유료 리딩을 통해 종목을 추천받아 매매하는 입실자는 평소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리딩 문자를 보내주는 등 선의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이 돼 곧 그만두게 된다. 한 입실자 는 그렇게 리딩 문자를 전달받아 자신도 동일한 종목을 매매해보았지만, 결국 손실을 봤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사례4-4-17: 서로 부담 되는 정보 공유]

내가 매달 70만 원 주고 (유료 리딩) 받잖아. 가끔 한 번 어떤 종목을 샀는지

‘카톡’으로 (사람들한테) 내가 보내줘요. 주는 사람도 스트레스야. 장중에도 계속 찍어 줘야 되잖아. (전문가한테서 문자는) 계속 오는데 막 계속 찍어줄 수는 없으니까. 상 황도 계속 바뀌는데. 다 보내줄 수는 없어. 어떤 종목만 던져주면 본인이 알아서 판단 해야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어떤 종목 사보라 그랬는데 내리면 또 미안하지. (박 지성,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그 사람이 보내줘서 나도 한 번 해봤는데... 손실 봤어요.(웃음) 근데 그건 뭐 내 책임이니까. (신영복,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또한 비록 호의로 시작해도 정보를 공유하는 그런 행동은 다른 입실자 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었다. 매매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개인적으로 자신의 판단으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사례4-4-18: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그 사람은 이게 도움을 준다고 주는 건데 과연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 게, 물론 자기는 선의지. 근데 예를 들어서 내가 그분한테 종목을 받았어. 근데 나는 평소에 사고 싶지도 않은 종목이야. 근데 갑자기 보내주니까 나도 관심 있게 보다가 샀어. 손실을 많이 봐. 욕은 못하지. 속으로는 ‘뭐야? 나는 관심도 없었는데, 왜 나한 테 이런 거 보내서 내가 사게 됐잖아.’ 속으로 원망을 해. 그래서 자기 일을 돈을 갖 고 하는 건 쉽게 관여를 하면 안 돼요. 단돈 만 원이라도 손실을 보면 좋을 사람 없

으니까. 그렇다고 책임져 줄 것도 아니잖아. 그래서 독자적으로 주체적으로 하는 게 제일 좋아요.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그렇다고 이들이 서로의 투자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 으로 매매분야 - 예컨대, 국내주식 중 테마주, IT주 등 - 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으며, 가볍게 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했던 종목, 자본금과 수익률에 대해 직접적으로 캐묻는 것은 ‘실례’로 여겨진다.

[사례4-4-19: 가벼운 대화]

밥 먹으면서, 오다가다, 장 끝나고 가볍게 대화. 돈 벌었다, 자기가 어떤 종목 한다. 서로 이야기. 와! 그거 갖고 있어요? 아 그럼요. 이러면서 알게 되는 것. 벽을 쳐놓고, 아예 일말의 교류도 안하는 사람도 가끔 있지만, 거의 대부분 오래 동안 하다 보면 얘기를 아예 안하고 지낼 순 없죠. 그것도 몇 년씩 얼굴 봐온 사람인데. (이운 재, 로알매매방 관리자, 50대)

[사례4-4-20: ‘계좌’ 이야기는 터부(taboo)]

우리는 계좌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해요. 누가 얼마가 있고, 얼마를 벌고. 그 런 건 거의 이야기를 안 한다고 보면 돼요.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걸 물어보 는 것도 실례고. 불문율처럼.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특히 매매방 내에서 다른 입실자에게 수익경험에 대해 ‘자랑’하는 것은 터 부시되고 있다. 같은 날 손실을 본 사람도 있을 텐데 자신이 수익을 봤다고 자 랑하는 것은 상대에 대해 배려 없는 행동일뿐더러, 전업으로 매매하는 사람은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례4-4-21: 자랑 질하지 마세요]

물론 본인이 먼저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000씨는 본인이 계좌를 깠다고 하더 라고요. 본인이 얼마 벌었다고. 근데 그건 굉장히 위험한 거거든.···이 시장은 자만심 이 사람을 망쳐요. 되게 위험해지죠. 베팅도 늘어나고, 뭔가 자신감이 들어가니까 매 매도 자주 하게 되고. 매매를 자주하는 것과 실패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죠.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이런 분위기 때문에 매매방 내에서는 서로 간섭을 피하고 갈등을 줄이 기 위한 여러 규칙과 규범이 존재하며, 매매방 내 입실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규 범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매매방의 규범은 원래 매매를 위한 최적의 환경 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내 흡연금지’, ‘실내 통화금지’와 같은 상식선에 서 타 입실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항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적의 환경 조성에 앞서 더 우선시 되는 규범의 목적은 사실 입실자간 감정적 반목

Dalam dokumen PDF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 (Halaman 119-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