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2-1: 판돈 올리기]
“화투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야. 운이 70%고 기세가 30%인데, 기세라는 게 결국 판돈이거든.”···일단 호구를 앉히기만 하면, 판돈 올리기는 아주 쉽다. 먼저 가 볍게 호구 돈을 따준다. 보통 호구들은 자본이 부족해서 돈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그 런 생각이 강하게 들도록 우선 절반만 빌려준다. 호구는 돈을 잃는다. 그 돈은 다시 나에게 들어오고 나는 그 돈을 다시 호구에게 빌려준다. 실제로 돈을 딴 사람은 아 무도 없다. 돈은 그저 돌고 돌 뿐.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호구의 빚은 산더 미처럼 불어난다. (영화 ‘타짜’ 中)
[사례2-2-2: 악마의 게임]
이거(파생상품)는 악마가 만든 게임이구나. 개인들한테 조금씩 먹게 해줘요. 되 게 쉬워 보여. 근데 이제 큰돈 들어가는 순간 지옥을 보여주는 거지. (이운재, 로알 매매방 관리인, 50대)
2단계는 개인투자자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이른바 ‘판돈이 올 라가는’ 단계로, 금융거래에 투입한 총 자금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1단계에서 개 인투자자는 투자에 대해 느끼는 생소함과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최소한의 자 금만 투입했다. 하지만 한 번 수익을 ‘맛본’ 개인투자자는 더 큰 돈을 투자할 경 우, 그에 비례하여 얻게 되는 수익도 더 커질 것이라는 계산에 점점 자금을 적 극적으로 늘려나가기 때문이다.
[사례2-2-3: 증가하는 투입 자금]
모르는 사람이 처음에 잘 돼 대부분. 그러면서 내가 만약에 지금 10%를 투자 해서, 수익률이 한 30-40% 나왔는데. 내가 이거보다 한 40-50%를 더 투자해서 (수 익이) 30-40%가 나오면, 내가 벌어가는 돈이 얼마야? 막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 려. 얘(종찬이)도 이제 짱구(머리)를 굴리는 거지. 와 씨, 안 되겠다 돈 더 때려 박아 야지.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돈을 더 투입한다는 의미는 투자규모를 키울 경우, 그만큼 1단계에서 맛본 수익 또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이 투자는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이를 행태재무학계에서는
‘과신의 편향’으로 명명한다.
1) “다 잘 될 거야~” : 과신의 편향
더 큰 투자자금을 투입할 때 투자자의 심리에는 과신의 편향이 작동한 다. 과신의 편향이란 직역하면, ‘지나친 믿음(過信)으로 치우친 경향’이란 뜻으 로,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 혹은 능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성 향을 가리킨다. 즉 투자하면 대박이 나고,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는 기대이다. 이는 대다수 사람이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고 여기는 것”(탈러 2009:
59)으로 자신의 능력과 지식에 대해서는 실제 그런 것보다 높게 평가하고, 위험 과 악재가 닥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제 그런 것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태와 연 관된다.31)
과신의 편향을 이해함에 특히 주목할 점은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직면하는 실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우는 그와 다르게 성공적일 것이 라는 선민의식(選民意識)에 기반을 둔 기대감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주 위에서 아무리 숱한 투자실패사례를 봤음에도 ‘나는 가능하다,’ 내지 ‘나는 실패 하지 않는다’는 확신은 과신의 편향에서 나온다. 과신의 편향은 초보투자자에게 서 흔하게 나타나는 실수로, 개인투자에 ‘열심히 매진해 봐야겠다.’라는 결단을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직장 혹은 사업과 개인투자를 병행하다 마침내 본격적인 전업투자로 전환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사례2-2-4: 자신감의 상승]
처음에 (자본금의) 10%를 갖고 왔다가, 나중에 한 50%까지 ‘땡겨’ 와. 또 투 자를 해봐. 그게 또 맞아. 그럼 그때부터는 뭐 자신감이 넘치는 거지. 아. 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구나. 이걸 내가 진작 했어야했는데. 내가 왜 맨날 직장 다니면서 쥐꼬리 만 벌고 있었을까. 일단 투자를 제대로 해보자. 직장은 걸쳐놓고. 대부분 주식 하는 31) 과신의 편향은 개인투자자만이 가진 인지 심리적 편향이 아니다. “인간의 삶에
널리 퍼져 있는 광범위한 특징”으로, 학생·교수는 자신의 능력을, 사업가는 성공 가능성을, 운전자는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흡연자는 폐암에 걸릴 가능성을, 동성연애자는 에이즈(AIDS)에 감염될 확률을, 결혼할 무 렵 부부는 (재혼의 경우에도) 이혼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탈러 2009:
59-61).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해요. 그러다가 전업 들어서는 거지.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 자, 40대)
갓 전업투자로 전향하여 아직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내 본 경험 이 없는 신입 개인 전업투자자도 월 20-30만 원가량 드는 매매방에서 전업투자 생활을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업투자로 전향을 하더라도 이전처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과신의 편향이 작동한 결과다. 로알매매방에 입실하기 직전 개인 파산 해 가진 재산이 거의 없었던 박성호 씨는 그럼에도 개인 전업투자생활 시 작과 동시에 유료 매매방인 로알매매방에 입실하였다. 그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주식으로 ‘돈 벌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사례2-2-5: 돈 벌 수 있다는 자신감]
(입실료가) 비싸지, 일 년에 300(만원)이나 고정으로 드는 건데. (그럼에도 매 매방에서 전업을 시작한 이유는?) 일단 돈을 벌수 있을 것 같으니까, 처음에. 그러니 까 한 달에 25만원을 내더라도, 뭐 그냥 여기서 배우면서 벌어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로알매매방의 관리자인 이운재 씨는 13년 동안 매매방을 운영하며, 2,000여 명의 입실문의자를 상담했다. 그는 입실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 은 육체노동자부터 수십 억대 자산가까지 다양했지만, 전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 는 공통적으로 주식·파생상품 매매로 ‘돈을 벌기 쉽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라고 분석했다.
[사례2-2-6: 충만한 자신감과 전업 결심]
전업 결심 이유는 자신감. 직장 다니면서 틈틈이 해보니까 수익이 잘 나고, 적 성에도 맞고. 하나같이 자기가 아는 것,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 야. 한마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거지. (이운재, 로알매매방 관리자, 50대)
이운재 씨에 따르면 로알매매방 입실을 희망하는 사람 중에는 매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자자가 많다. 이들은 몇 차례 수익만을 내보고, 아 직 손실의 경험을 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투자능력에 대해 확신이 있다. 하여 앞 으로 금융거래로 ‘돈을 꾸준하게 많이 벌 수 있다’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들의 일시적 성공은 투자자의 투자실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전체 시장이 좋았기 때문일 확률이 더 높다(정영완, 김성봉 2006: 20). 그런데도, 마치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처럼, 이들은 과신의 편향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것이 쉽다
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연구자의 로알매매방 입실상담 말미에 이운재 씨는 연구자가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을 것을 재차 당부했다. 이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오류에 빠진 채 실패하는 개인 전업투자자를 반복적으로 목격한 이운재 씨가 늘 새로 운 입실자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사례2-2-7: 과신하지 마세요]
처음 입실하는 분들한테 제가 꼭 하는 말인데 자신을 과신하지 않는 분들이 더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기서 오랫동안 계시려면 살아남고 수익이 날수록 저도 좋 은 거 아니겠어요? 조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이운재, 로알매매방 관리인, 50대)
개인투자자는 시중 서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투자서적을 통해 처 음 금융상품투자에 입문하게 되는데, 낙관적인 성공담론을 제공하는 투자서적들 은 과신의 편향을 더욱 강화한다.『나는 하루 1시간 주식투자로 연봉 번다』,
『승부사 알바트로스의 돈을 이기는 법』,『평생사부 최승욱의 주식이야기 대박 이야기』,『서울대투자연구회의 성공투자노트』,『선물옵션 잡고 주식투자 성공 하기』. 시중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투자 서적의 제목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개미투자자의 성공신화 경험담을 바탕으로 ‘비법’을 전수한다는 이 책들은 하나같이 ‘성공’, ‘이기는’, ‘승부사’ 등의 희망적인 단어를 재조합하여,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우며 유통된다. 이 책을 사 서 읽고, 저자가 일러주는 투자종목 발굴법과 차트 분석, 매매기법을 충실히 익 혀 갈고닦는다면, 저자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성공’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투자 서적의 요지다.
한 번 과신의 편향에 빠지게 되면, 자신이 매수한 종목이 가져다 줄 이 익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손실은 적거나 거의 없다고 측정하게 된다. 그 결과 돈은 그야말로 ‘술술술’ 투자자금으로 유입된다. ‘신과함께1’ 제작사에 처음 1,000만 원을 투자한 김종찬 씨는 주가가 자신의 예상대로 오르기 시작하자 총 5,000만 원의 자금을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까지 투입하여 총 자금 대비 4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친구 박성호 씨의 ‘호재에 팔아야한다’는 말에 영화 1편 개 봉과 동시에 매도 청산하여 수익을 확정했다. 주가에 호재는 이미 선(先)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호재가 발표되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하기 때문이 다. 하여 김종찬 씨는 평균매수단가 6,000원대에 매수하여, 11,000원대에 매도했 다. 한 번 수익 확정을 통해 투자의 ‘맛’을 보게 되니, 자신감도 생기고 낙관적 전망을 바탕으로 더 큰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