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생계가 빚은 꿈과 희망
3) 나만의 ‘투자 철학’ 만들기
지만 주식투자인구의 변화 추이를 종합해보면, 국내 주식투자인구는 2000년대 초반 300만 명대에서 2010년도 이후 500만 명대로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공통 적이다.
음 주식을 매매한 경험은 1998년 IMF외환위기이지만, 그 주식이 ‘삼분의 일 토 막’ 나고 마는 ‘뼈아픈’ 경험 이후에 주식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사례3-2-8: 괜히 했다가 당한다]
1998-1999년도 주식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00은행’을 (한 주당) 6,000원 에 샀어. 증권회사 직원이 좋다고 하기에 60만원어치 샀는데 한 주에 6,000원 하던 게 3,000원까지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더라고. 결국 2,000원에 팔았어. 그 이후론 평 소에 주식은 관심 있었지만, 모르니까 ‘괜히 했다가 당한다.’는 생각이 엄청 강했지.
(신영복,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하지만, 2011년부터 같이 교대 근무를 했던 ‘주식 꽤나 잘 하는’ 역무원 동료에게 이끌려 주식투자에 대한 편견을 교정하게 된다. ‘주식투자 하려면 투 자서 100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조언에 근무 시간이 아닐 때 틈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신문도 매일 읽으며 주식·증권 란을 관심 있게 보았다. 이 과정에 서 책과 신문은 기초를 쌓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매매경험이나 종목에 대한 현 재의 투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여 경제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유료서비스를 결제해 매일 퇴근 후 종목을 분석 해주고 시황을 "캐치업(catch-up)" 해주는 주식방송도 들으며 공부에 매진했다.
과거의 경험으로 그는 여전히 ‘모르면 괜히 했다가 당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 고 있으며, 면담과정에서 “정보 없으면 주식도 망한다.”는 회의적인 견해를 반 복적으로 드러냈다. 때문에 그는 현재도 자신보다는 정보와 지식을 더 많이 안 다고 여기는 유료 전문가의 강의를 듣기 위해 매달 100만 원 가까이 지불한다.
[사례3-2-9: 정보 모르면 주식하지 말라]
000이라는 선박해운회사가 있는데, 수출입은행 다니는 친구가 그 회사에 몇 천억 지원을 해준다고 ‘쏘스(source)’를 줬어요. 그 주식 좀 사라고. 좀 있으면 지원해 준다는 뉴스가 나오니까 엄청 오를 거라고. 그 다음에 뉴스가 딱 나오니까 (주가가) 엄청 올라갔어요.```같이 근무했던 역무원도 정보를 모르면 주식하지 말라고. 돈 다 잃 는다고. 정보가 내부자 정보가 진짜 중요해요. 근데 나 같은 경우는 모르잖아. 그런 건 내부자 중에서도 회장이나 거의 최측근 고위직들만 아는 건데. 나는 그나마 있는 게 인터넷이나 ‘어플(application)’이나 전문가방송밖에 없지만. 뭐 그런 거라도 열심히 들어야지. 안 들으면 도태돼. (신영복,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한편, 박성호 씨는 주로 신문을 통해 경제와 주식에 대해 공부했으며, 거시경제의 흐름의 변화를 중시하여 매수할 종목도 유망한 산업분야를 위주로 선정한다. 특히 ‘왕초보’였을 때는 하루에 신문을 다섯 가지나 볼 정도로 경제의
흐름과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그의 예측은 꽤나 잘 들어맞아서 하루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어디서 정보를 듣고 투자를 하시냐?"는 문의전화까지 받았다고 한다.
[사례3-2-10: 거시경제의 흐름에 따른 종목 선정]
내가 솔직히 (종목 예측이) 되게 잘 맞췄어요. (비결이 뭔가요?) 예전에 내가 솔직히 신문을 많이 봤어요. 매일 매일 다섯 개나 봤어. 솔직히 신문을 보고 주식을 공부하게 된 거야. 처음 시작할 땐 차트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전체 경제가 어떻고, 어떤 분야가 뜨고 있나 그런 게 신문에 나오니까, 그런 종목 위주로 산 거지.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때문에 차트와 기술적 분석에도 능통해진 현재도 그는 여전히 매수할 종목을 선정할 때 고려하는 세 가지 요소인 전체시장의 흐름과 변동, 외국인매 매동향, 개별종목의 차트와 수급 중 첫 번째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사례3-2-11: 전체 시장을 우선시할 것]
무조건 종목이 좋다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큰 집을 보고 그다음 집 안에 있는 가구를 보고. 아무리 집을 튼튼히 지어놔도, 집이 타면 안에 가구도 다 상하는 거야.
가전제품도. 그러니까 당연히 주식도 전체적인 시장이 좋은지 안 좋은지. 그다음이 내 종목이 좋은지 안 좋은지야.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한편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하고, 무역 상사(商社)에 30년 가까이 근무 하며 경제 감각을 쌓아왔다는 구자철 씨는 ‘가치투자’를 신봉한다. 개인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스스로가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투자이론에 충실해야 하며, 산업의 흐름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 전공과목으로 들었던 ‘투자론’에 정통해야 한다며, 가치투자의 주요 질료로써 채 택되는 ‘재무제표’, ‘PBR', 'PER'55) 등의 개념을 강조했다.
[사례3-2-12: 가치투자를 신봉하는 투자자]
요즘도 공부하고 있어요. 유명한 사람들 책도 좀 보고. 워렌버핏 가치투자론.
피터린치(Peter Lynch). 종목 선정하는 데 이렇게 해야 한다 원칙은 없지만 회사 튼튼 하고, 재무제표 좋고, 미래 비전 있고. 왜냐하면 제가 학교 다닐 때 경영학을 전공했 는데, 그 때 배운 것 중에 투자론. 그거에 정통해야지. 두꺼운 책 있어요. 분산투자의
55)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ER)과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value ratio)로 주식의 가치를 측정하여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었을 때 주식을 매 수하는 ‘가치투자’의 기본 개념.
효과·포트폴리오이론 그런 것들. 그리고 리스크 헤징(risk hedging), 기회비용 이런 개 념 있잖아요. 투자의 기본 툴(tool)을 알아야 돼요. PER PBR 이런 걸 기본적으로 머 리에 탑재해야 이게 얼마짜리다 그런 개념이 들어오는 거예요. (구자철,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이와 더불어, 그는 ‘전문가’를 신봉하며 개인투자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견해에 반감을 드러내며 투자자로서 주인의식과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유하자면, 식당을 경영하기 위해 주방장을 따로 쓰느냐, 본인이 자 신만의 ‘레시피(recipe)’로 직접 요리를 해서 음식을 내느냐의 차이일 뿐 본질적 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매매의 실전 ‘노우하우(knowhow)’ 혹은 내부자 정보보다 가치투자 이론을 중심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그의 생각의 반영이다.
[사례3-2-13: 전문가 방송에 회의적 태도]
전문가 방송은 들은 적이 없고, 저는 전문가 자체도 나랑 같은 수준의 전업투 자가지, 아주 나 위의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요. 주식이란 것은 공평해요, 전문가라고 해서 손이 세 개 있는 것도 아니고. 나랑 똑 같이 하는 건데 그 사람이 조금 집중적으로 분석을 했다 뿐이지, 주식이 떨어지고 오 르는 방향성을 그 사람이 컨트롤하는 거 아니고, 다만 어 느 종목이 좋다 나도 선정 할 수 있거든요.```나는 내 스스로 종목을 골라야지 확신도 생기고, 내 종목이 되는 거 라는 생각에 하는 거고. (구자철,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이처럼 자신이 직접 종목을 선정하여 투자의 A부터 Z까지를 ‘마스터’
할 수 있도록 이론부터 철저히 공부해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이론 공부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오로지 ‘실전’만을 강조하는 입실 자도 있다. 이들은 주로 강연회를 통해 ‘종목’을 얻는 것을 선호하거나, 전문가 가 유료 ‘리딩’56)을 해주는 유사투자자문업을 통해서만 매매한다. 박지성 씨 또 한 매월 70만원을 한국경제TV 와우넷 소속의 한 투자전문가에게 지불하고 있 으며, 연구자에게도 여러 전문가에 대한 정보를 주며 전문가를 통한 매매를 강 력하게 추천하였다.
[사례3-2-14: 실전을 강조하는 투자자]
직장 다니면서 조금씩 공부했지. 책 본 건 하나도 없고, 방송보고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내가 웹 검색하고. 사전에 책 읽은 건 하나도 없어. 시간도 없고, 실전이 중요하지. 이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이야. 군에서 전쟁 나도 실전이 중요하지 56) 월 몇 십~백만 원에 이르는 회비를 내고, 전문가가 문자·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발송하는 종목을 지정 가격에 매매하는 것.
책은 별로 안중요해. (박지성,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이처럼 이론과 실전의 경험 중 하나를 강조하고 여러 방법을 강구하면 서 부지불식간에 주식시장의 규칙과 ‘노우하우(knowhow)’에 적응해간 이들은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이들은 이 와중에 어떤 접근법이 옳은 지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하물며 실전경험과 전문가 방송만을 강조하는 박지 성 씨조차도 2년 동안 전문가를 열 명이나 ‘갈아치우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만큼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 에서 이들은 여러 주식투자와 관련된 여러 지식과 방법에 대하여 회의를 자주 표출한다. 예를 들어, 송흥민 씨의 경우 온라인 카페에서 소위 ‘고수’가 추천하 는 종목 중심으로 매매 했지만, 수익이 잘 나지 않고, 투자적중률이 떨어지자 추천을 받아 매매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사례3-2-15: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는 투자자]
예전에는 네이버 카페에서 ‘행복투자’라는 사람 글 많이 봤어. 이분이 한참 중 소형주 추천했을 때 수익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맞더라고. 그 때부터 안 해.
요즘은 네이버 블로그. 블로그 해서 구독신청 하면 새로운 포스트가 올라오면 알림 설정해뒀으니까 보게 되죠. (요즘 주로 보는 블로거는) ‘레인메이커’, (거북이 같은 ‘멘 탈’이라고) ‘멘탈거북,’ ‘아집과이미사이,’ ‘플레인바닐라.’ (송흥민, 개인 전업투자자, 50대)
로알매매방의 관리자 이운재 씨 또한, 이미 ‘망가진’ 사람, 즉 투자에 실패한 사람이 예전에 썼던 글을 ‘모범사례’로 여기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회 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책이든, 박지성 씨가 듣는 방송이든, 송흥민 씨가 추천 하는 블로거든 결국 실패하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이다.
[사례3-2-16: 결국 다 실패하더라]
책이나 방송 통해서 수현 씨가 말하는 기초 공부를 초보 때 대부분 많이 하죠.
근데 그거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책 쓴 사람도 분명 거지됐을 텐데. 내가 이 거지 된 사람 이야기를 왜 봐야 되지? 난 이미 간접적으로 경험 다 했 고, 대한민국 ‘난다 긴다’하는 전문가들의 흥망성쇠를 다 봤는데. 그 사람들은 결국 운 이나, 정보가 좋았던 것뿐이에요. ‘원형지정’이라고 주식 책 팔아먹으려고 거짓말하고 사기 친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 책 요즘도 팔려요. 참 슬픈 일이야. (이운재, 로알매 매방 관리자, 50대)
그는 개인투자에 대한 기초 공부를 마쳐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