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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편한 중년남성의 ‘자기만의 방’

Dalam dokumen PDF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 (Halaman 95-98)

IV. 개미의 매매방 사용설명서

1. 그래도 편한 중년남성의 ‘자기만의 방’

입실자 일과의 중심은 매매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평일 아침저녁 출 퇴근은 이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심 사건이며, 매매방은 집 다음으로 가장 많 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영화도 보고, 친구를 만나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지 만 이는 ‘어쩌다 한 번’ 하는 일이다.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하는 일은 매매방에 서의 투자이다.

[사례4-1-1: 중년남성의 하루 일과]

9시부터 3시 반까지 주식시장 보고. 그 다음에 네 시정도. 친구 만나거나, 특 별한 일 없으면 집에 가죠. 아니면 운동을 한다든지. 취미는 노래 부르는 거 친구들이 랑 하고. 노래는 주에 한 번 하고. 가끔 당구도 치고. (구자철,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가진 개인 전업투자자가 매일같이 매매방에 오 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매방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달 20-30만 원 가량의 월 세 비용이 발생하고, 출퇴근하기 위해서도 교통비와 시간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개인 전업투자자가 매매방을 이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집에서 나오기 위함이다. 목적은 매매방이 아니라 ‘출퇴근’이다.

입실자들은 은퇴 이후 일하는 아내와는 달리 자신은 ‘집에서 노는 실업자’로 보

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매매방은 은퇴한 한국중년남자가 가족과 이웃의 인식으 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자기만의 방’인 셈이다.

[사례4-1-2: 출퇴근을 위한 입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오기 위해서예요. 나 같은 경우엔 퇴직했지만, 와이프는 아직 직장을 다녀요. 집에 있으면 꼭 실업자 같잖아요. 노는 거 같이 보이고. 나는 주 식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일이라고 인정을 안 하고. 빈둥빈둥 집에서만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좌우지간 밖에 나가서 하루를 보내고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거예 요 사실. 직업인처럼 사무실에 나가기 위해서. 그게 보기에도 좋고. 솔직한 이유는 그 래요. (구자철,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입실자가 가장 ‘눈치를 많이 보는’ 아내들은 남편이 개인 전업투자를 하는 것은 지지할지라도 세 끼 식사까지 차려주는 것은 부담인 모양이다. 아내 들도 비용이 들더라도 매매방에 가는 편을 선호한다고 한다. 집에서 아내에게 세 끼 모두 얻어먹는 ‘삼식이’(三食이) 남편은 환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례4-1-3: 삼식이 남편은 거부한다]

집에서 (남편이) 하루종일 있으면서, 밥 먹는 남편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삼식이. 세 끼 처먹는. 그럼 여자들이 ‘카톡’ 하면서 ‘우리 남편 삼식이야,’ ‘어후 그건 죽지도 않네.’ 서로 이런다고. 그렇게 집에서 있기가 힘들어.···그러면 매매방 같은 곳 말고는 갈 데가 없지. (차명근, 개인 전업투자자, 50대)

이처럼 이들은 이른 은퇴와 여전히 남아있는 생계 부담의 상황에서 ‘남 자라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 혹은 ‘남자로 태어나서 한다면 한다.’

식의 사회적 기대와 통념에 부응해야 한다. 이들이 체화하고 있는 남성으로서

‘지녀야 할’ 능력에 대한 가부장적 관념은 심층면담의 와중에 자주 드러나곤 했 다.

[사례4-1-4: 남성성 강조]

그런데 집사람은 내가 ‘컨추리(지방)’ 출신이라, 내가 이름이 000잖아. 000(이) 라는 사람은 한강에 던져놔도 헤엄치고 나온다고 생각을 해 집사람은. 내가 그렇게 강하게 결혼하고 십 원 한 장 안 받았다고 부모한테. (박지성, 로알매매방 입실자, 50 대)

남자는 기본적으로 처자식을 먹여 살릴 책임감이 있어야 해. 기본적인 생활력 이 강해야 해. 다른 친구들 역무원 생활할 때 대충 대충해도 (나는) 처음 신입 연수교 육 할 때 한 가지 알려주면 열 가지 한다고 그랬어요. 저 사람 참 많이 안다. 참 잘한 다. (신영복,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둘째, 매매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입실자는 매매를 위한 최적의 환경설 정을 통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매매방을 이용한다. 매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집에서, 오피스텔에서, PC방에서 혼자 하게 되면 몸이 퍼 지고 정신이 해이해져 상황인식과 판단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매매방은 떠들고 싶고, 담배 피고 싶고, 음악을 듣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끔 규칙이 정해져 있는 공간이다. 모든 입실자는 입실할 때 매매방 관리인과의 상담 후 ‘입실자 준수사항’에 서명한 뒤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공공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항의가 들어오고, 경고 이후에도 개선이 없으면 퇴거 조치된다.

<<로알매매방 입실자 준수사항>> 中

1. 증권투자에 방해되는 행위(과도한 타인의 매매 상황 관찰, 과도한 대화, 질문, 고성 등 소음유 발, 과도한 전화통화를 포함한 모든 매매방해행 위)를 금합니다. 증권개장시간에는 특히 정숙해야 합니다.

7.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정상적 사무실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퇴거 조치합니다.

9. 사무실, 건물 내 금연입니다.

[그림4-1: 입실자 준수사항]

[사례4-1-5: 집중력 향상을 위한 입실]

사람이 왜 학생들이 집에서 안하고 독서실 가겠어요? 집중이 잘되고, 환경이 조성이 되어 있으니까. 똑같아. 사람은 누군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나태해져. 왜냐하면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으니까.···주식도 똑같아. 만약에 집에서 해 그러면 사람이 피 곤하면 눕고 싶고, 보기 싫으면 다른 일 하고 싶고. 그럼 뭔가 나태해진다고. 집중력 이 흐트러진다고. (박성호, 로알매매방 입실자, 40대)

예를 들어 신영복 씨는 원래 집에서 더 가깝고, 입실료까지 10만 원 가

량 더 저렴한 신도림에 위치한 매매방을 이용했다. 하지만, 약 2년 전 로알매매 방으로 옮겼는데, 그 이유를 로알매매방은 좀 더 주식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 라고 말했다. 또한, 신도림 매매방에 있을 때에는 자기가 매매를 가장 잘 하는 고수였는데, 로알매매방은 자신보다 더 수익률이 좋은 입실자가 많아 자극도 되 고, 배울 점도 많기에 앞으로도 로알매매방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사례4-1-6: 매매 자극을 주는 로알매매방]

(로알매매방 입실료) 22만 원이 좀 비싸긴 하지. 이전에 있었던 데는 신도림은 13만원 이었는데. 주식하는 사람이 나랑 어떤 사람 해서 둘이었어요. 근데 그 사람은 엄청 못해서 좀 답답하고. 어떤 사람은 딴 일 했어요. 인력소개. 그랬는데, 여기는 나 보다 주식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또 분위기가 주식하는 분위기니까. 비싸더라도 여기 있어야겠구나. (신영복, 로알매매방 입실자, 50대)

이처럼 로알매매방은 입실자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핵심 공간으로, 경제 적·시간적 비용과 관계없이 ‘가장’으로서 출퇴근 할 수 있는 대안공간으로, 매매 할 때의 집중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개인 전업투자자인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인식이 어떻 게 경제적 비용과 상관없이 매매방 이용을 선호하게 만들며 결국 사회적 관계 의 단절로 이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Dalam dokumen PDF Disclaimer - Seoul National University (Halaman 9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