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sion 2 Session 2
2.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와 교양 교육의 대응
2.1. 맞춤형 학습 시대
2.1.1. 맞춤형 학습 시대
앞으로 대학이 마주할 도전의 하나는 맞춤형 학습(tailored learning) 또는 개별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에 대한 요구의 확산이다. 여기서‘맞춤’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첫째 학생의 사전 지식과 숙달 수준에 파악해서 다음에 학습할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알아야 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수준에 맞추어 다음 단계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둘째는 학생의 꿈, 흥미, 진로에 부합하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진로를 바탕으로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기보다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맞춤형 교육이 떠오르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맞춤형 학습은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잠재력 을 극대화한다. 관련해서, 하버드대 토드 로즈가 제기하는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은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Rose, 2015). 그에 따르면, 오늘날 교육이 가진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평균이 란 허상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학생의 특징과 잠재력은 들쭉날 쭉한데,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한다. 학생의 개인성(individuality)을 존중하고, 이를 고려한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100가지 학생 성공(student success)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맞춤형 교육은 시대적 요청이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우리는 빠른 성장과 발전을 원했다.
학생 각자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표준화된 교육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 만 세상이 바뀌었다. 교육 수요자가 90년생(임홍택, 2018) 또는 MZ 세대로 바뀌었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와 주장을 분명히 말하고,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가르침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육에서도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를 원한다. 이렇게 볼 때,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 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대하고, 각자 가진 잠재력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맞춤형 교육은 생존 전략이다. 대학이 당면한 냉엄한 현실은 대입 정원과 고교 졸업자 수가 역전된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뽑던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학생 각자의 꿈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학생 성공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생존 전략이자 발전 전략이다.
2.1.2. 대학의 대응
맞춤형 교육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 선발부터 핵심역량 정립과 교육과정 편성까지 학생 관점에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학습 경험의 폭이 넓어야 한다. 선택 없이 필수로만 구성된 교육과정 체제에서 맞춤형 학습은 불가능하다. 학생이 소속한 학과나 대학이 제공하는 수업만을 듣게 하는 것은 맞춤형 학습을 어렵게 한다.
전공을 넘어, 가능하다면 다른 대학이나 해외기관이 제공하는 수업이나 학습 프로그램까지 참여할 수 있도 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셋째, 학생의 특성과 진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부합하는 교과목, 비교과 프로그램, 학습 경로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진로에 부합하는 부전공, 복수전공, 비교과 프로그램까 지 추천하는 학습 큐레이션을 시작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대학의 교양 교육은 어떠한가. 한 대학에서 제공되는 과목만으로 학생의 맞춤형 학습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가. 적어도 교양 교육에서는 선택보다 필수가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인근 대학, 나아가 글로벌 수준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교양 교육과정에 포함해서 제공하고,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맞는 학습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2.2. 공급자 다양화 시대: 대학의 강력한 경쟁자들과 교육 독점의 끝
2.2.1. 공급자 다양화 시대
MIT는 2001년부터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MIT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2012년 스탠퍼드대 교수였던 세바스찬 스룬(Sebastian Thrun)과 다프네 콜러(Daphene Koller)는 유다시티(Udacity)와 코세라(COUSERA)를 각각 만들었다. 2021년 8월 현재 코세라에는 5,100개 이상 학습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 40여 개 인증 프로그램과 25개 학위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코세라를 거쳐 간 사람은 7천 7백만 명이 넘는다. ‘누구나 어디서든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실현된 셈이다.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이라는 책에서 미국 고등교육의 흐름을 파헤친 케빈 캐리(Kevin Carey)는 대학의 경쟁자로 등장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대학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전망했다.
ICT 기술과 에듀테크는 훨씬 싼 가격으로 훨씬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전혀 다른 고등교육기관을 탄생시킬 것이다..(디지털 학습 플랫폼은) 특권과 희소성에 의존해오던 전통적인 대학들을 위협할 것이 다...우리가 아는 방식의 교육기관, 즉 대학만이 고등교육을 제공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버릴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4년 30대 청년이 창업한 패스트캠퍼스는 6만여 명이 듣는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는데, 직원이 스스로 배우 고 싶은 생각이 드는 양질의 과정만 개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코스 매니저를 배치해서 강사와 수강생의 학습 동기와 열정을 자극하고,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이 제공하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한다.
원격학습 기업인 휴넷 사례도 있다. 1999년부터 에듀테크를 활용한 이러닝을 시작했다. 재직자 대상
플립러닝과 마이크로러닝을 적용한 직무교육, 실무교육을 운영한다. 최근 지식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온라 인으로 연결하는 지식공유 플랫폼, 해피칼리지를 만들었다. 누구나 콘텐츠를 등록하고 강사가 될 수 있다.
2019년 4월 현재 강의 개설자가 1,200여 명에 이르고, 수강생은 2만 5,000명으로 늘었다. 대학이 성인 학습자와 재직자 교육에 주목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자들은 교육 플랫폼이 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앞서가고 있다. 나아가 적지 않은 고객이 대학생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멀티캠퍼스는 국내외 1만 7천여 기업이 재직자 교육을 맡길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최고 강사진으로 성인교육 시장을 앞서가고 있다. 대학이 제공하기 어려운 분야부터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대학이 가르치는 프로그램까지 정면 승부를 걸 수도 있다.
이상의 경쟁자들은 모두 캠퍼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수요자로서는 새로운 교육 공급자와 대학의 경계가 모호하다. 어느 수강생은‘대학이 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평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등교육은 대학 간판과 졸업장보다 실질적인 역량의 함양이 중요한 시대로 빠르 게 전환하고 있다. 대학과 다른 경쟁자를 두고 어디로 갈지는 학습자가 판단할 것이다.
2.2.2. 대학의 대응
대학이 다른 경쟁자보다 비교 우위를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물리적 환경으로서‘캠퍼스’가 가지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 ‘장소’로서 캠퍼스는 사람들이 교류하고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캠퍼스에 서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느낀다. 내면적 성장을 위한 휴식과 사색이 이루어지고, 창의적 발상을 유도하는 제삼의 장소(the third place)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대학은 캠퍼스가 배움과 생활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동체 공간(the living-learning community)이 되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은 교육 기관이다. 훈련 기관이 아니다. 차별적 가치를 교육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은 학과마다 높은 벽을 세운 채 교수와 학생의 지적, 인간적 교류와 협력을 막는 고립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문 세계를 넘나들면서 지식을 얻고 경험의 폭을 넓히는 융합 경험을 하기 어렵다. 하나의 전공에 몰입하게 하는 교육으로는 졸업 후 서너 번씩 직업을 바꾸게 되는 시대를 맞이하기 어렵다. 특정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대학 밖 교육 공급자들이 앞설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는 길은 학생을 특정 분야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개방적 학사구조와 융합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교과목을 정예화, 최신화하면서 필수 학점은 낮추고, 학과 간 교차 수강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교육체제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학 교육이 가진 문제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삶의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을 연계하지 못하는 것이다(배상훈 외, 2019). 물론 대학은 곧장 써먹을 지식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다. 하지만, 졸업 후 진로와 성공적인 사회 진입을 생각하면, 학교 밖의 움직임과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대안은 학교 밖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반대로 현실에서 유리된 과거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학은 살아남기 어렵다.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교육 기관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학, 영혼과 가치가 없는 기관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교육 공급자의 등장이 활발한 영역은 교양 교육 분야이다. 그들의 강점은 수요자 요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