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영역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대표로 하는 대부분의 국가단 위 조사 자료에 사용되는 미충족의료 지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되 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미충족 의료요구를 주제로 한 연구가 여럿 있었 지만 대부분은 의료이용이 필요한 기준을 질병여부로 두고 이에 대해 실 제 의료이용을 했는지의 여부로 미충족의료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국가 단위 조사 자료를 사용하기 이전까지는 대개 특정 지역에서 직접 만든 설문지로 조사했기 때문에 이를 국내의 전반적 상황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웠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국가단위의 대규모 표본을 쓸 수 있게 되었고 패널 자료도 많아져 최근에는 종단적 분석을 이용한 연구도 늘어 나는 추세다.
아주 초기에는 조사한 지역의 인구집단 특성에 대한 미충족의료 현황 을 다룬 연구가 대부분이었으면 전 국민 표본을 이용한 연구부터는 전체 성인의 미충족의료 현황, 미충족의료 경험과 관련된 요인을 분석하는 연 구나 저소득층이나 의료급여 대상자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시작되었다.
2010년도 이후 미충족의료 연구가 급증하였는데 이후 고혈압, 에이즈와 같은 특정 질병집단, 결혼이주여성,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 집단, 특정 연
4) 국내 문헌검토 부분은 연구자가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국내 미충족의료에 관한 연구 의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하며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하였다. 데이터베이스는 KISS, RISS, KoreaMed, KMbase, EMbase, Pubmed를 사용하였고 최종적으로 55건 의 문헌을 추출하여 검토했다. 당시는 2016년도의 연구까지 밖에 다루지 못하여 이후 의 문헌들은 추가로 검색하였으며 이 연구의 목적에 맞게 다시 검토하였다. 단, 이 연 구는 2016년 예방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이후 논문으로 출간하지 않은 상 태이기 때문에 참고문헌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령대, 중년 여성이나 경제활동 노령인구 등과 같은 사회적 조건을 지닌 집단으로 더욱 세분되었다. 방법적 측면에서는 회귀분석을 이용한 요인 분석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상호작용 분석을 하거나 패널자료를 사용하 게 되면서 역동적 특성을 밝히고 종단분석으로 시간적 특성에 따른 문제 를 보완한 연구도 많아졌다. 미충족의료의 요인별 특성을 다룬 연구도 늘어났다.
대부분의 연구가 미충족의료의 현황과 이유를 밝히며 연구 결과에서 얻은 시사점을 중심으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또 한 다양한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방법적으로 정교해지면서 제안하는 정 책도 더욱 구체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기존 지표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 내에서밖에 제안할 수가 없어 제안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사회경제적 특성에 해당하는 다소 근원적인 문제를 지목하는 데 서 그치는 경향도 있으며, 근원적 문제로부터 미충족의료로 이어지는 경 로에 대해서 설명하는 데에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절에서는 국 내에서 이루어진 미충족의료 연구가 제안한 정책을 검토함으로써 지금까 지 사용한 지표를 통한 연구가 의료필요의 미충족이라는 사회현상을 설 명하고 개입의 근거를 제공하는데 마주치는 제한점과 가능성을 논하고자 한다.
1) 접근성
(1) 기존 연구의 유형과 제안된 정책적 방안
세계보건기구는 보건의료체계의 세 가지 내재적 목표(intrinsic goals) 로 건강, 반응성(responsiveness), 공정한 재정과 재정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제시했다.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표적 인 도구적 목표(instrumental goals)에 해당한다(Murray & Frenk, 1999).
접근성은 Penchansky와 Thomas(1981)가 정의한 바에 의하면 가용성 (availability), 지불가능성(affordability),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수용성 (acceptability), 편의성(accommodation)의 다섯 가지를 포함한 개념이다.
실용적으로는 가용성, 접근가능성, 수용성 세 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하며, 미충족의료의 이유를 묻는 선택지를 이 방법으로 분류한 연구가 많다.
접근가능성은 경제적 문제로 인한 미충족 경험을 제외한 나머지 이유 를 포괄한다. 여기에는 의료기관과의 거리, 가능한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이동에 필요한 자원 등이 포함된다. 비교적 의료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나 그러한 상황에 놓인 지역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주로 가용성과 접근가능성으로 인한 미충족의료를 강조하며 그 개선을 주장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전의 연구로 도서지역, 군 지역, 일 부 도시나 농촌지역, 섬 지역에서 이루어진 연구가 이에 해당한다(유승 흠 외, 1987; 김석범 외, 1994; 오장균 외, 1991; 김정희 외, 1999; 이정미 외, 2001). 그 후의 연구 경향은 서로 다른 미충족의료 특성을 지니는 집 단과 미충족의료 이유에 따라 현황과 요인을 분석하고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허순임 과 김수정(2007)은 경제적 이유와 시간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을 구분하 고 주로 경제적 문제를 겪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시간적 문제를 겪는 중 장년층과 경제활동인구 각각에 맞는 개입이 필요함을 제안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본 연구는 장애인에게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돌 봄과 이동 지원, 보장구나 복지서비스 등 제공되는 서비스에 관한 정보 와 같은 비경제적 접근장벽 완화가 필요함을 제시했다(신자은, 2013; 전 보영, 권순만, 2015; 김현희 외, 2016). 그 외에도 다양한 집단에 대한 맞 춤형 지원, 예를 들어 노인 빈곤층이나 독거가구 형태에서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돌봄과 의료이용을 위한 물리적 도움을, 결혼이주여성은 건강 보험과 의료이용에 대한 정보와 언어적 장벽을 위한 지원을, 그리고 중 년 여성과 같은 사회적 위치에서 돌봄 역할의 부담을 경감하고 건강증진 을 지원해야 함을 주장한 연구도 있었다(신정우 외, 2011; 임지혜, 2013;
김수희, 이정열, 2013; 이건정, 2014; 이혜재, 허순임, 2017; 박선주, 이원 재, 2017; 문정화, 강민아, 2016). 고용상태를 주제로 다룬 연구는 주로 노동으로 인한 시간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었고(박종영 외, 2005; Lee et al., 2015; Seok et al., 2016), 특히 저소득층이나 고령층에서 경제활동
인구가 경제적으로나 비경제적으로나 모두 미충족의료경험에 취약한 이 중고를 겪는다는 것을 보였다(Park et al., 2016; 강정희 외, 2017). 주로 개인요인을 중심으로 접근한 이상의 연구와 조금 다른 수준에서 접근한 연구도 일부 있었다. Lee et al.(2016)과 Heo et al.(2012)는 다수준 분석 을 통해 개인수준 요인뿐 아니라 지역 수준에서도 미충족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맥락적 요인이 있음을 보였고 도시화 정도, 지역의 민간 병상률과 같은 문제가 미충족의료 해결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제안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과 같다. 가용성 측면에서 보건의료 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과거 연구 나 농촌, 섬 지역의 맥락에서 의료기관을 포함한 자원의 적절한 배분이 제시되었다. 양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로 자원의 질적 문제(민 간/공공병상의 비율, 지역사회 자체의 특성, 야간운영, 진료대기시간 단 축 등)를 지적했다. 의료이용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특정 취약집단에 대해서는 돌봄 서비스나 이동 지원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기능을 지원 함으로써 물리적 장벽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과 비물질적으로 정서적 지 원과 지지를 포함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이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도 자주 언급되었다. 특히 보건의료 외 분야의 연구가 미충족의료를 다루는 경우 사회서비스, 복지체계, 사회정책과 같이 의료분야에 그치지 않는 포 괄적인 제안을 하는 경향이었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제 안도 적지 않았는데 예를 들어 경제적 보조보다는 소득을 보장하는 것, 고용을 촉진하며 일자리 증가 지원하기, 임금격차의 해소, 근무시간 감 소, 직장문화 개선, 신체·정신적 건강증진을 위한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 다. 일부 집단에 대해서는 홍보나 교육과 같은 정보제공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금의 문항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아 직까지도 충분히 줄어들지 않는 미충족의료 경험률에는 내용적 미충족이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보건의료의 질, 의사-환자 간 신뢰, 효과적인 예 방 등을 개선하여 내용적인 의료필요의 충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최 근 제기되었다(Ko, 2016; 허순임, 이혜재, 2016). 여기에서 언급된 내용적 의료필요의 충족은 현재 미충족의료 지표가 드러내지 못하는 종류의 미
충족의료가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 기존 연구의 한계와 가능성
초기 지역적 보건의료 자원 배분의 문제는 필수의료 취약지 지원이나 농어촌 지원 사업 등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 일부 이루어 졌다. 그러나 예를 들어 농촌지역에 보건의료기관이 신축되었지만 이용 하는 사람은 정작 많지 않은 것이나 119는 가까이 있는 편이지만 응급의 료에 접근하기 위한 인지적,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 신고가 늦어지는 등 의 실질적인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접근성 정책을 시행했을 때 양적 수치가 나아지는 것 이전에 지역과 거주인구의 특성, 질적 문제 등이 연결되어 실질적 접근성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절대적 접근성만을 측정하기보다 실질적 접근성을 방해하는 요인과 기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측정할 수 있 어야 한다.
특정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해당 집단에 대한 보다 구체적 인 정책제안을 마련하는 편이다. 더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연구가 진행된다면 각각의 근거를 종합하여 보다 체계적인 대안 마 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의 다양함도 중요하지만 미충족 이유에 대해서도 집단별로 적합한 선택지가 다를 수 있어 장애인 의 미충족의료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 개발을 시도하는 것과 같이 일원화 된 측정도구의 틀을 벗어나야 할 수도 있다(이진용, 2006; 이진용 외, 2013). 이러한 시도를 위해서는 다시 이용자 관점이 필요하다.
체계에 대한 인식 관련성, 의료이용량과의 비교를 통해 양적 문제를 넘어 질적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이 부분 에서 추측 이상의 주장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표 자체가 제한적인 탓 이 크므로 측정도구가 개선되어야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소득 보장이나 고용 촉진과 같은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강력함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제기는 원인으로부터 현상 발생까지의 경로와 기제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