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료필요 충족의 연속성 속에 발생하는 미충족
<표 7>은 미충족의료의 개념에 대한 코드와 범주를 분석한 결과이다.
미충족의료 경험은 의료이용 단계 속에서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고 의료 필요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의료이용 후 의료기관 이용 후 초기 의료필요와 이용 경험에 대한 인식
수집된 자료에서 보이는 미충족의료는 여러 축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 들에게 의료필요가 생겼을 때 때 이것을 인지하고 병원에 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미충족은 미이용뿐 아니라 이용 지연이나 과소이용, 이용 포기, 이용 했지만 불충분함과 같이 다양한 유형으로 나 타났다. 이것이 하나의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의료이용의 단계에 따른 미충족이다. 사람들은 의료필요가 생겼을 때 이를 인지하고 나서 병원을 찾아보고 찾아가는 단계를 거친다. 그 후 병원의 시스템을 거쳐 의료진 을 만나고 검사나 치료를 받은 후 돌아와 초기의 의료필요가 모두 충족 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두 축은 예를 들어 의료를 찾는 단계에서는 찾아보기와 선택의 어려움이나 이동 과정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거나, 의료필요를 인지하는 단계에서는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는 것을 거부 하는 유형의 미충족이 발생할 수 있는 식으로 연동된다. 이와 같이 미충 족의 연속적 정도와 이용 단계에 따른 미충족이 겹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겹치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특정 단계에서 어떤 유형의 미충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단계에서든 어려움을 느끼거나 이 용이 보류되고 새로운 의료를 찾는 등 다양한 형태의 미충족이 생길 수 있다.
의료를 이용하기 전의 단계에서 전반적으로 기존의 문항이 측정하는 부분인 ‘미이용’ 경험도 물론 언급되었지만 ‘미이용’이 되기 이전에 ‘미루 기 또는 지연’ 경험이 더 많이 나타났다. 지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나아 지지 않으면 결국 가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반대로 지연되다가도 지연되게 만든 상황이 바뀌거나 통증이 더 심해지는 등의 의료필요가 더 욱 강해지면 결국 의료를 이용하게 되기도 한다. [1]의 사례는 수술비 문 제 때문에 실비보험을 새로 들었고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 기 때문에 치료가 지연되었다. 그 사이에 통증이 심해 고통을 받다가 실 비보험 적용이 된 이후에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 이용이 지연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이 증상이 소실되거나 검사를 받지 못한 채 넘어
가버리는 가벼운 의료필요도 있지만 상태가 위중한데 지연되다가 더 큰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한 [2]의 경우도 있었다. 적 절한 의료이용이 지연되는 데에는 아예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 른 의료기관을 거쳐 가다가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1] “제가 이번에 어깨, 어깨가 좀 많이 아팠었어요. 석회 같은 게 낀 거 에요. 그래 갖고 바쁘고 그러다 보니까 미뤄지는 거에요. 또 이제 안 아 프다 아프다 하니까 병원 갈 시간도 별로 없고, 문제는 그 실비를 들기 전에는 감당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실비를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실비 들고 나서 이제 일하다가 보니까 계속 미뤄지고 미뤄지고 하다가 너무 아픈 거에요. (중략) 그러면 일단은 실비를 들었어도 제가 계산해야 되 잖아요. 계산하고 나중에 받잖아요. 그런데 그 계산할 돈이 없어요. 1,2 십 만원도 아니고 애들 둘 키우다 보면은 그 100만 원도 굉장히 큰돈이 잖아요.” (집단 8, 여 2, 42세)
[2] “죽는 거야, 우리 시동생 기다리다가 죽었잖아. 입원을 해야 되는데 [빨리 입원하도록 도와줄 사람이] 아무 없으니까 날짜를 기다리다가.
**[거주하던 지역, 일반시]에 그 병원에 돌아가셨잖아요. 그게 억울한 거 지. (중략) 동네병원으로 갔지. **?? 유명하단 병원을 갔는데 누가 서울 대 병원 큰 병원 가봐라 서울 큰 병원 가봐라, 삼성 아니면 서울대 아니 면 고대 가봐라 그만큼 뚫고 가기 힘든 거라. 몇 개월 기다려야 되니까 그 시간 못 기다려 죽는 거지. 돈이 아무리 많음 뭐해, 기다리다가 죽어 버리는데.” (집단 10, 여 1, 63세)
지연을 넘어 미이용 되는 경험유형은 집단에 따라 언급되는 정도가 달랐는데 대개 경제적 수준이 낮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집단에서 언급되 는 경향이 있었다. 원인은 다양했는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돈이었던 [3]의 경우는 수술비가 비싸고 본인의 나이가 많아 치료 하더라도 얼마 쓰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에 더욱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의지를 굳혔다.
사례 [4]는 농촌의 상황을 보여주는데 농사일이라는 특성상 시기를 놓치 면 일 년의 농사를 망치게 되고,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
워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군 지역에 거주하는 [5]의 사례는 웬만한 질환을 보기 위해서는 인근 광역시로 나가야 하지만 다녀오는 것 만 해도 반나절 이상 걸리고 가서도 검사를 예약하고 기다리고 결과를 듣고 하는데 걸리는 시간적 부담이 커서 상황을 재다가 결국 이용을 하 지 못하게 되는 지방의 상황을 보여준다.
[3] “저는 무릎이 좀 많이 아팠어요, 아팠는데 돈이 없어요, 돈이 없어 가 지고 얼마 정도 드냐고 하니까, 4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서 안가고 400만 원. 얼마 안 있으면 쓰러질 텐데 뭐하려고 하냐고.” (집 단 10, 여 4, 79세)
[4] “지금도 그래. 지금도 가고 싶어 병원에 사실.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퍼. 시간 시간만 되고 여건만 되면 얼렁 쉬었다 오고 싶어. 너무 쫒기 니까 못가요. (중략) 어쩔 수 없지. 이게 지금 시골 농사일은 이때 아니 면 버리니까 버리고 못가” (개인 1, 여성, 53세)
[5] “아까 말씀드렸듯이 **[근처 광역시]을 가야되고 가면 또 절차가 복 잡하고 그냥 한 번에 가서 끝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니까 그런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우니까 가기 싫고” (개인 3, 여성, 52세)
수술과 같은 큰 문제보다 위중함이나 응급성이 덜 한 통증 조절과 같 은 의료필요에서는 가지 못하게 되는 일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는데 [6]
의 경우 직장에서의 눈치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을 토로하였다.
이 사례에서는 돈이 부차적인 문제이고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7]에서처럼 가 려는 의료기관이 대학병원이어서 예약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 직장인으로서는 더욱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장 문제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지 못한 [8]의 경우는 같은 직장 문제였 지만 생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례였다. 같은 미치료 경험이고 직 장 문제가 연결되어 있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이 한 사례는 조직에서의 책임과 역할이었고 다른 사례는 자영업자로서 느끼는 압박감으로 차이를
보여, 직종이나 고용형태에 따라 미충족을 경험하는 기제가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6]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이러면 좀 빨리 나을 거를 알지만 시간을 빼는 게 회사에서 말하고 나오면은 너무 회사가 바쁘니까 눈치가 보여 서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돈도 돈, 돈 문제는 2차적인 거구요. 시간 을 빼고 사람들한테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하고 나오면 다른 사람이 저 때문에 야근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뭐 이런 것 때문에 사 실은 결국은 못 갔어요.” (집단 8, 여 6, 42세)
[7] “그런데 시간대가 항상 거의 남아있는 시간대가 오전 이런 식으로 되 어 있어서 제가 휴가를 쓰지 않으면 받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계 획은 봄에 했었는데 아직까지 못 가고 있어요.” (집단 3, 여 1, 31세)
[8] “직장인들은 그렇죠.. 솔직히 일이 끊기는 게 무섭더라구요. 저 같은 경우는 주문 받아서 일을 해야 되는데 이 팔 다치면 3개월은 못 쓴대잖 아요.” (집단 8, 여 2, 47세)
미루다가 결국 가지 못하게 되는 다른 이유는 찾아가는데 드는 시간 과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다. [9]에서 보듯 만일, 거리가 가까운 곳을 갈 수 있었다면 가기로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멀리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다 보니 미루어지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특히 의료필요의 종류가 치료보다는 예방적 필요인 검진이다 보니 포기하기 쉬웠던 점도 있다. 실질적인 중요도와 관계없이 인지된 필요의 중요도가 크고 작음에 따라 장애물이 있을 때 포기하기로 결정할 확률이 달라진 다. 대신 [10]의 사례와 같이 아이가 아프다거나 하는 중요도가 높은 의 료필요의 경우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이를 감내하게 된다.
분명 이용은 할 수 있었지만 다른 상황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장애물을 이겨내야 하는 경우는 똑같은 충족상태일까? [11]의 대화는 지방에서 살 기 때문에 서울의 대학병원을 이용할 때 겪게 되는 시간비용과 실질적인 접근성의 떨어짐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
해 이들은 억울하고 속상해했다.
[9] “그냥 가까우면 에이 가자 할 텐데.. 막 **[인근 도시]에 야... 언제 가 냐. 다음 주에 갈까? 다음 주에 갈까 이러다 결국 못 가고 그랬었어요.”
(집단 8, 여 1, 42세)
[10] “저희 **에서 어 뭐지 서울 **에 나가는 버스가 한대가 있는데 40분 에 한 번이 와요, 그러면 제가 차가 없다고 하면 저희 첫째만 키울 때는 차가 없었거든요. 남편만 출퇴근하는 차가 있으니까 제가 어린이집이 끝 나면 애기를 애기 띠에 들쳐 업고 그 40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서 병원진료를 받고 와야 됐거든요. 그런데 지 금은 애가 둘이 되니까 둘을 다 데리고 갈 수 없어서 차를 한 대를 더 사고 면허를 연수를 받고 그래서 가는데 그래도 한 시간이 걸리니까 그 런데 차라리 자가용이 있는 사람은 편한데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은 택 시를 타고 나갈 수 있는 위치가 사실 아니에요.” (집단 8, 여 5, 35세)
[11] “지방에서 살다 보니까 좀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많아요. 서울 병원 에 가 보면은 예를 들어서 이제 CT를 찍고 MRI를 찍으면은 오전에 찍 으면 금방 진단이 나온단 말이에요. 결과가 나오는데 꼭 일주일 있다 다 시 오라고... 그러면 우리는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얼마나 불편하고 그 러느냐고…(여 3 [72세]: 금방 나와요. 지금은 컴퓨터가 있으니까 찍으면 바로 컴퓨터에 입력이 되더라고요. 그러면 이제 한 한 시간이나 기다렸 다가 보고 올 수 있는데 꼭 일주일 있다 오라고 그런다고) (여 6 [68세]:
진짜 그런 행정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몇 번씩 가야돼요) 그렇죠. 자 기들이 안 내려오니까 자기 일은 아니다 이거지. 여기서 올라가는 일은 있어도 내려오는 일은 없다고.” (집단 5, 여 4, 72세)
여러 이유로 이용을 하다가도 중간에 어떠한 이유로 중단하거나 권한 의료서비스를 다 하지 못하고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필요했던 정도 에 비해 의료서비스 이용을 덜 하게 된 [12]나 [13]와 같은 경우도 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