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충족의료가 국내와 국외에서 지니는 의미와 맥락이 달라 어느 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국외에서는 미충족의료를 보건의료체계가 달성해야 할 성과지표로 활용하기는 하면서도 건강 관련 정책은 물론 사 회제도나 경제위기와 같은 더 거시적인 변화와 관련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진 편이다. 국내의 연구를 통해 정책 차원에서 어떤 제안이 이루 어졌고 한계가 무엇인지를 주로 살펴보았다면 국외 연구는 미충족의료 지표를 이용하여 현황과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 이외에 어떤 연구를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향후 미충족의료 연구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살펴 보고자 하였다.
미충족의료를 성과지표로 사용한 연구는 대개 의료의 ‘접근성’ 차원에 서 여러 지표 중 하나로 적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미충족의료만을 단독 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미충족의료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연 구는 미충족의료를 환자중심의료의 차원에서 이용자 중심적 관점을 적용 하는데 활용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환자중심의료는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부분이며 미충족의료 지표를 어떤 용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의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건강정책과 사회변화의 영향
미충족의료를 건강정책이나 사회변화로 인한 영향력을 보기 위한 변 수로 활용한 연구를 살펴보면, 미충족의료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의 료이용이나 의료비 지출과 같은 변화를 보면서 함께 분석하는 경우가 많 았다.
건강정책에서는 보건의료 개혁이나 건강보장의 연속성, 일차보건의료 체계와 같이 체계 수준의 영향으로부터 펀딩 프로그램, 훈련 프로그램 등 프로그램 수준의 영향을 보는 연구로 다양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이오 와의 주립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 오레곤 건강보험, 메디케이드 프로 그램에서 관리의료/역할의 확장, 메디케이드 지불의 관용정도, 교외지역 건강보장 프로그램(중국), 일차 보건의료체계의 강도, 건강보장 연속성, 주의 포괄적 일차의료 서비스 프로그램 펀딩, 팀 기반의 일차의료 등이 포함되었다. 그 외에도 의사파업과 같이 독특한 이슈를 주제로 연구하기 도 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종류의 연구에서 미충족의료의 이유에 따 라 구분한 분석이나 해석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미충족의료가 지닌 넓은 의미를 살리기 보다는 미충족의료 지표를 의료 접근성의 한 프록시 로 삼거나 의료이용의 보조적 의미로서만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미국의 정책 영향 연구는 메디케이드 운영방식의 변화나 의료보험의 보 장수준 변화에 따른 경제적 미충족의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Boothroyd et al., 2013; Caswell & Long, 2015; Garrett et al., 2003;
Gentili et al., 2016). 이와 다르게 팀 기반의 일차의료가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캐나다의 연구에서는 미충족의료를 가용성, 접근가능성, 수용 성으로 분류하여 분석에 사용했고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불평등 영향 까지 분석했다(Zygmunt et al., 2017).
사회정책에는 공공부조, 공공 주택 재배치 프로그램, 청년 소득 보조 금, 최저임금 정책 등이 연구되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충족을 타겟 으로 한 소득보조나 임금정책이 한 분류였다. 다른 분류로는 접근성과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주택 재배치 프로그램이 미충족의료에 미치는 영 향을 본 연구 등이 있었다. 후자의 경우 미충족의료는 물리적 의미를 포 함한 의료의 접근성의 차원에서 이용된 것이다. 즉, 어떠한 종류의 정책 영향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미충족의료는 해당 정책을 속성을 반영하여 경제적 차원, 물리적 접근성 차원, 수용성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개념으 로 사용되었다. 보험 보장성의 확대나 소득 보조 정책과 같이 정책의 실 행에 정치적 논란이 가능한 정책의 영향력을 본 일부 연구는 미충족의료 경험률의 감소 또는 증가하지 않은 연구 결과를 통하여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McCarrier et al., 2011).
분석 방법으로는 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진 정책의 경우 대개 시행 전 후의 자료를 이용해 그 영향력을 분석 했다. 자료의 특성에 따라 사회정 책의 영향이나 보건의료시스템의 구성요소의 영향을 분석하는 유럽을 배 경으로 한 연구는 국가 간 거시비교와 다수준 분석기법을 통해 정책의 영향을 보기도 했다(Detollenaere et al., 2017; McCarrier et al., 2010;
McCarrier et al., 2011). 국내에서도 미충족의료가 이제 다년간의 자료가 축적되어온 만큼 더 다양한 연구방법을 통해 정책 영향을 보는 대리지표 로서 사용한 연구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이후로는 거시적 사회변화인 ‘경제 위기와 긴축’ 상황에서의 의료이용 변화를 본 연구도 다수 발표되었는데,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의 료이용의 불평등에 주목한 연구가 많았다(Elstad, 2016; Garcia-Subirats et al., 2014; Huang et al., 2014; Karanikolos & Kentikelenis, 2016;
Legido-Quigley et al., 2016). 이와 같이 미충족의료는 단지 보건의료 정
책의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정책의 차원에서도 영향을 받으며 의료적 차원 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차원에서 더 포괄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2) 환자중심의료
의료필요의 미충족 개념은 접근성 뿐 아니라 의료의 질, 특히 과정으 로서의 질을 파악하는 데에도 장점이 있다. 환자중심의료는 미국의학연 구소가 제시한 의료 질의 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면서 세계보건기구가 제 시한 보건의료체계의 3대 목표 중 반응성에 밀접하게 관련된 영역이다.
환자중심의료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필요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 며, 환자중심의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미충족 되었는지를 평가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환자중심의료와 미충족의료 개념은 밀접 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미충족의료는 의료체계에서 최종 결과인 환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고 상태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환자 중심의 시각을 제공해주는 평가도구가 될 수 있다.
Kjeken 등(2006)은 류마티스 환자들의 치료가 환자중심적으로 이루어지 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요소로 의료적 결정에 관여하는지, 정보를 제공받는 부분, 치료에 만족하는지를 설문문항으로 측정했고, 미충족 의 료필요는 정성적 방법(open-ended question)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27%의 환자들이 미충족을 보고했는데, 크게 신체적으로 남는 질병의 결 과와 서비스가 이루어진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나뉘어졌다. 구체적으로 는 신체적 결과(피로, 통증, 기능저하 등이 포함), 서비스의 질(시간부족, 연속성, 전인적이지 못한 치료, 존중이나 소통 부족), 서비스 접근(의사나 상담, 교육, 대안적 치료,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 부족), 사회심리적 문 제(우울감, 희망없음, 가족에 미칠 영향 등), 투약(투약, 부작용, 투약에 관한 정보 부족), 진료과정에 참여, 미래에 대한 염려 등이 있었다. 비슷 하게 van der Eijk 등(2011)도 파킨슨 환자에서 환자중심적 치료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환자와 보호자의 미충족 의료필요를 파악하고자 했다.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초점집단 인터뷰를 적용했고, 많은 순서대로 감정 적 지지, 공감과 존중,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지식을 접하는 것, 환자에 맞추어진 정보(질병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 전문가 찾기, 가정 치료기기, 치료 전략 등)를 제공받는 것, 결정에 관여하거나 선호를 존중받는 것, 지속성과 보호자와의 협력, 의료 접근성(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로라도 바로 연결될 수 있는)이 미충족으로 언급되었다. 이와 같이 미충족의료 지표를 통해 전문가 중심의 의료이용 평가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평가가 가능하다. 또한 이용자 중심의 필요와 미충족 평가 결과는 의료 전문가 적 영역을 벗어나 건강과 의료의 사회적 필요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기존의 많은 연구가 미충족의료를 주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어떤 성 과나 객관적 결과의 대리지표로서의 의미로만 다루었고, 문항 자체도 그 의미를 담아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환자중심 또는 이용자 중심의 관점을 내세운 연구는 질적 자료를 수집하 거나 연구 자체적으로 다른 설문을 개발하여 미충족의료를 측정하고 분 석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 주관적 특성을 지닌 미충족의료를 객관적인 것으로 해석하려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주관성에 대한 다 각적 분석이 필요하다. 미충족의료에 대해 의료인과 돌봄 제공자, 그리고 환자의 평가를 비교하거나 직접 그 의견을 정성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유용하다(Gibbons et al., 2005; Philip et al., 2014; McDoom et al., 2014). 예를 들어, 특정 의료서비스에서 결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환자의 인식은 필요의 충족을 높이지만 필요의 미충족을 낮추는 데에는 유의하 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필요에 대한 기대와 충족을 측정하는 데에 복잡 한 인식과정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Leese et al., 1998).
지금까지는 의료서비스와 이용자 특성이 일반적인 의료서비스와 다르 다고 인식되는 정신보건의료나 장애의 영역에서 환자중심의료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환자권리가 향상되고 있으며 의 료의 질이 중요해짐에 따라 앞으로 제반 의료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이 영역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용자 중심의 미충족의료는 의료의 질적 측면에 해당하며 서비스의 양적 제공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