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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력이론과 사회문화적 국경 협력

기존 연구를 비판하면서, 국경 지역의 일상성과 정체성에 초점을 둔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57) 국가중심적 관점을 탈피한 국경 연 구는 국경을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공간으로 다시금 환원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또한 국경 협력에서 시민 사회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공식적 채널이 아닌 비공식적 채널을 통한 국경 협력의 가능성을 한층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고 할 수 있다.

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무정부상태에서 국가 간 힘의 대결이 국 제질서의 중요한 원칙이 되면서 모겐소(Hans J. Morgenthau)와 같 은 현실주의자들은 국가 간 서로의 신뢰에 기반한 협력이란 궁극적 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다.58) 현실주의자들의 관점에서 국제사회 란 무정부상태이며,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생존의 가능성을 높인다. 국가가 설령 이기적 목적에서 단기적인 협력에 합 의하더라도 국제적 무정부 상태에서 국가 간 합의는 그 이행이 보장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국제제도(international institution) 를 통해 무정부상태를 극복하고 상호 협력이 가능한 환경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59) 특히 액설로드(Robert Axelrod)는 이기 적으로 행동하는 개별행위자가 어떤 상황에서 협력하는가를 논리적 으로 규명하여 국제협력이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60) 현실 주의자들은 국제관계의 근본을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국가 간 관계는 늘 배신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했지만, 액설로드는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보았다. 죄수가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만나게 될 경우 어쩌면 지금의 협력이 미래에 보상받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 지면서 조건부로 협력에 응하는 ‘팃 포 탯(Tit-for-Tat)’ 전략을 사 용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다시금 신현실주의자들을 자극

58) Hans J. Morgenthau, Politics Among Nations: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 (New York: Knopf, 1964), pp. 1~630.

59) Robert Keohane, After Hegemony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4), pp. 1~290.

60) Robert Axelro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New York: Basic Books, 1984), pp. 1~241; 김태현, “상호주의와 국제협력: 한반도 핵문제의 경우,” 국가전략 , 제8 권 3호 (2002), pp. 5~26.

하였고 조셉 그리에코(Joseph M. Grieco)와 같은 학자들의 반격을 받았다. 그리에코는 설령 국가 간 협력으로 각자에게 절대적인 이득 이 돌아간다 하더라도 이득의 양이 다를 경우 상대적으로 이익을 적 게 얻은 쪽이 이익을 많이 얻은 쪽의 국력강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으 므로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61) 결국 신자유주의는 절대적 이 익에, 신현실주의는 상대적 이익에 근거를 두고 국제협력의 가능성 여부를 점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가 간 협력의 발생 원인을 철저히 ‘이익’에만 집중할 경우 협력의 지속가능성은 매 우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팃 포 탯’ 전략 역시 상대방의 포지션에 따라 배신 혹은 협력을 선택하는 조건부 협 력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문화적 협력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문화협력은 경 제협력이나 안보협력에 비해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문화적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 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질 뿐이다. 그러나 국경 협력을 단순히 손익계산에 근거한 합리적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62) 나달루티(Elisabeth Nadalutti)는 EU가 수많은 국경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사회의 결속을 꾀했음 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실패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분쟁이 발생한

61) Joseph M. Grieco, “Anarchy and the Limits of Cooperation: A Realist Critique of the Newest Liberal Institutionalism,”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42 (1998), pp. 485~507; Joseph M. Grieco, “Realist Theory and the Problem of International Cooperation: Analysis with an Amended Prisoner’s Dilemma Model,” Journal of Politics, vol. 50 (1998), pp. 600~724.

62) Attila Fábián, Attila, “Constructivist Views of Cooperation along the Border,”

Acta Universititatis Sapientae: Economics and Business, vol. 1 (2013), pp.

39~51; Elisabeth Nadalutti, “Is EU Cross-border Cooperation Ethical?

Reading Cross-border Cooepration through the ‘Needs for Roots’ by Simone Weil,” Geopolitics, vol. 20, no. 3 (2015), pp. 485~512; Hastings Donnan and Thomas Wilson, Borders: Frontiers of Identity, Nation and State (Oxford and New York: Berg, 1999), pp. 1~182.

이유를 협력의 윤리적 차원(ethical dimension)이 간과되었기 때문 으로 분석한다.63) 국경은 오로지 투자를 유치해 당사국에 경제적 이 득을 가져다줄 ‘노다지(lucrative fields)’로만 인식되었고, 그곳에 사람의 ‘영혼(souls)’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간과되었다.64) 협력이 실 제로 국경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 없 이 기계적으로 협력을 추진한 까닭에 사람들은 국경을 ‘공통의 자산 (collective property)’으로 인식하는데 실패했고, 그 결과 국경 협력 프로그램은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국경 협력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는 과정 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교류가 필수적이다. 유럽국 경지역협의회는 사회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성공적인 국경 협력의 선결조건(prerequisite)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 과 같이 제시한다.65) 사회‧문화 협력은 △(국가 이외의) 다양한 행 위자를 참여시키고 △주민들이 상대방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 게 만들고 △국경의 이미지를 제고해 미래의 투자자들에게 그 잠재 적 가치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문화산업을 고양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높여 노동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한다.66) 사회문화 적 국경 협력은 국제협력 이론이 간과하는 ‘신뢰’를 복원하는 작업이 자, 궁극적 국제협력이 가능한 토양을 다지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 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63) Elisabeth Nadalutti, “Is EU Cross-border Cooperation Ethical? Reading Cross-border Cooepration through the ‘Needs for Roots’ by Simone Weil,” pp.

485~512.

64) Ibid., pp. 486~487.

65) Association of European Border Regions (AEBR), “Cross-Border Cooperation- European priority and political objective of the EU-Beyond 2013,” 2008,

<https://www.aebr.eu/files/publications/CBCnach2013_M_rz_2008_EN.pdf>

(Accessed September 1, 2018).

66) Ibid., p.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