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에너지 ‧ 인프라 협력을 통한 국경 협력

가. 에너지를 매개로 한 국경 협력: 유럽연합과 공동에너지 정책

전통적인 국경선을 넘어서는 국가 간 협력의 심화는 유럽지역에 서 새로운 유형의 정치체를 탄생시켰다. 유럽연합(EU)은 전쟁 없는 유럽을 만들기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인데, 이러한 유럽연합의 첫 출발은 바로 에너지자원에 대한 공동 관리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ECSC)>는 석탄 및 철강의 생산과 분배를 규제하기 위 한 협력기구로 1952년 7월 탄생하였다. 당시 석탄은 유럽국들의 에 너지 수요의 약 80%를 차지하는 주된 에너지원이었다. 1950년 프랑 스 슈만(Robert Schuman) 외무장관은 당시 산업의 핵심자원인 석 탄과 철강의 공동관리를 통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에 안정 된 수급을 보장하는 동시에 초국적 차원에서 석탄, 철강의 생산 및 활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독일의 재무장을 막을 수 있는 정치‧군 사적 장치로 ECSC를 제안하였다. 1954년 ECSC는 회원국들 간 석 탄‧철강 교역과 관련된 장애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ECSC 고위위원회(High Authority)의 초국가적 권한은 점차 회원 국 정부들에 의해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되었고, 결국 국가 간 협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유럽통합은 ECS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 EURATOM)를 매개로 한 에너지협력에 의해 시작되었 지만, 1970년대 초까지는 에너지가 통합의 주된 요소로 기능하지는 못했다. 이 시기 석유가 석탄을 대체하는 핵심 에너지원이 되었지 만, 유럽공동체(EC)는 여전히 석탄, 원자력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통해 유럽은 에너 지안보의 중요성을 공동으로 절감하게 되었다. 1973년 1차 석유위 기 이후 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는 ‘유럽공동체의 새로운 에너지정 책 전략(Towards a New Energy Policy Strategy for the European Community)’ 보고서를 발표136)함으로써, 유럽차원의 공동에너지정책을 강조했지만, 실제 석유 위기 이후 오히려 에너지 정책에서 개별 국가들의 에너지 확보 노력을 강화시켰다.

EU 공동에너지정책은 1986년 <유럽단일의정서(SEA)>,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으로 EU의 제도적 발전과 함께 가능했다. 특히 1986년 9월 유럽 각료이사회에서 역내 에너지시장의 통합을 강조하 기 시작했다. 단일에너지시장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 스 및 전력공급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에너 지원을 활용하는 한편,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적인 에너지시장을 형 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137) 2000년 발표된 ‘에너지 녹서(Green Paper: Towards a European Strategy for the Security of Energy Supply)’138)에서는 에너지 수급안보, 절약 등

136) European Commission, “Towards a New Energy Policy Strategy for the European Community. Communication and proposals from the Commission to the Council. [COM (74) 550 final/2],” June 26, 1974,

<http://aei.pitt.edu/5190/01/001648_1.pdf> (Accessed September 15, 2018).

137) 이재승, “유럽연합(EU) 공동에너지정책의 전개과정에 대한 연구: 시기적 고찰을 중 심으로,” 국제관계연구 , 제16권 1호 (2011), p. 44.

138) European Commission, Green Paper: Towards a European Strategy for the Security of Energy Supply (2000), <https://iet.jrc.ec.europa.eu/remea/green

을 통한 에너지 의존도 감소 필요성을 언급하며, EU 차원의 공동에 너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단일시장 형성을 위한 공동에너 지정책의 전개과정은 탈규제 및 에너지 시장통합에 대한 회원국들 의 반발을 낳았고,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되면서 더욱 갈등이 심화되 었다.139) 그러나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EU가 공동외교안보 정책을 전개함에 따라 에너지정책을 외교안보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냉전 종식 이후 체제 전환을 모색하는 동 유럽국가들의 에너지수급문제, 러시아의 에너지 안정적 수급 등 여 러 문제들은 EU의 공동에너지정책에 힘을 실어주었고, 결국 1998 년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ECT)>이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EU의 제도적 심화과정에서 공동에너지정책은 그 중요성을 더해 갔다. 공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물리적 안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이슈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EU는 전력망연계, 가스 비축, 정보교환, EU 배출권거래제, 신 재생 및 원자력에너지 등에 공동체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06년과 2009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은 공동에너지정 책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국경을 넘어서는 이러한 유럽연합의 에너지 분야 초국경 협력은

‘범유럽 에너지 네트워크(Trans-European Energy Networks:

TEN-E)’에서 잘 드러난다. TEN-E에는 유럽차원의 이익증진을 위 한 프로젝트 개념을 도입, 에너지 다변화 및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

-paper-towards-european-strategy-security- energy-supply-0> (Accessed September 18, 2018).

139) 프랑스는 지속적으로 외국기업이 단일시장 내에서 경쟁하지 못하도록 반대했으며, 덴마크는 석유 및 가스 라이센스와 관련 인프라부문의 국가 참여를 보호하려고 노력 했다. 이재승, “유럽연합(EU) 공동에너지정책의 전개과정에 대한 연구: 시기적 고 찰을 중심으로,” p. 46.

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초국경적 가스‧전력망 연계 프로젝트를 지 원하며,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과의 연계 및 효율성 제고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환경 차원의 위험을 감소하려는 노력을 전 개한다.140)

나. 국경을 연결하는 에너지 ‧ 인프라 협력: 파이프라인, 전력망연계

원유와 천연가스는 일반적인 다른 재화들과는 차별화된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을 통한 육상수송의 경우 이들 에너지는 매장지에서 소비지까지 국경을 가로지르며 중단 없이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이동의 경우 해상수송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이점이 있을 뿐 아니라 공 급국, 소비국 및 통과국(transit countries) 등 관련국 간 상호호혜 적‧평화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및 인프라 협력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국경을 보다 연계하고 공존 할 수 있는 지역으로 변화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Ⅳ-6>은 현재 유럽지역에서 설치 운영 중이거나 운영예정인 원유/가스 파이프라 인으로, 국경을 넘어 촘촘히 연결된 유럽의 에너지인프라 현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140) 2007년 EU는 독일-폴란드-리투아니아 전력망 연계, 북유럽 해양풍력발전 연계(덴 마크-독일-폴란드), 프랑스-스페인 전력망 연계, 나부코(Nabucco) 파이프라인을 선도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위의 글, p. 50.

<그림Ⅳ-6> 유럽의 원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출처: The Emerging Energy Web - Scientific Figure on ResearchGate.

<https://www.researchgate.net/Scheme-of-the-main-pipelines-bringing-oil-and-gast o-Europe_fig4_257868572> (Accessed August 20, 2018).

국제송유관/가스관의 건설은 관련 국가들에 경제적 및 정치적 기 대효과를 갖는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원유/가스에 대한 안정적인 공 급원 확보 및 운송비용, 거리, 시간 절감 등을 보장한다.141) 또한 송유/가스관 건설에 투자하려는 기업의 수 증가와 일자리 창출을 유 발한다. 국경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은 접경지역의 경제‧무역의 활 성화를 촉진하고 통과국가의 통행료(transit fee) 징수를 통해 국가 재정을 증대하는 효과도 있다.142)

제3국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은 갑작스러운 공급 교란이 발생됨 으로써 생산국과 소비국 모두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143)

141) David G. Victor and Nadejda M. Victor, “Axis of Oil?” Foreign Affairs, vol.

82, no. 2 (2003), p. 53.

142) Ian Bremmer, “Oil Politics: America and the Riches of the Caspian Basin,”

World Policy Journal, vol. 15, no. 1 (1988), p. 28.

따라서 국경을 넘어서는 파이프라인의 성공적 건설은 다차원적 국 가 간 협력을 통해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국제송유/가스관 건설을 통해 정치‧군사‧안 보적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144) 에너지 자원의 특성상 공급원 및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한 군비확충이나 군사협력이 필수적이다.

국경을 통과하는 국제송유/가스관, 국제도로 및 철도와 같은 인프라 역시 국경 분쟁을 예방하는 평화적 해결방안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접경도시의 산업발전을 촉진한다. 이러한 협력의 경험과 고도화는 양자 혹은 다자협의체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림Ⅳ-7> ESPO 송유관

출처: <https://www.industryabout.com/industrial-news/789-news-oil-gas/45086-newpipeli ne-doubles- russian-crude-oil-supply-to-china> (Accessed September 28, 2018).

143) Mikkal E. Herberg, “Pipeline Politics in Asia: Energy Nationalism and Energy Markets,” in Pipeline Politics in Asia: The Intersection of Demand, Energy Markets, and Supply Routes, eds. Edward C. Chow et al. (Washington, D.C.: The National Bureau of Asian Research, 2010), p. 12.

144) A. Hewett, “The Pipeline Connection Issues for Alliance,” The Brookings Review, vol. 1, no. 1 (1982), pp. 15~20.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안전하게 자국으로 들여오기 위해서는 수 송로를 보호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군사력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미국 이 러시아를 거치지 않은 BTC 송유관을 건설하고 보호하기 위해 송 유관이 통과하는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터키에 미군 기지를 주둔 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CO의 발전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도 양국이 송유관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05년 부터 군사협력이 증대되었다. ‘평화사명 2005, 2007, 2009’의 이름 으로 실시한 중국-러시아 간 합동군사훈련의 장소가 모두 중국의 유전지대 혹은 국제송유관이 건설 혹은 통과하는 지역이었다.145)

공급 교란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제3국을 거치 지 않고 직접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으로, 특히 중국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설치해왔다.

송유관 건설 이전 중국은 러시아의 석유를 앙가르스크에서 철도 를 통해 수입했다. 그러나 운송량과 거리비용의 한계로 그 수입량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러시아 파이프라인 건설 논의는 1999년 2월에 시작되었는데, 2001년 7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모 스크바 방문 시 송유관 건설에 합의하였고, 수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앙가르스크에서 출발해 중국의 헤이룽장성 다칭에 이르는 2,400km의 동시베리아송유관(Eastern Siberia-Pacific Ocean Pipeline: ESPO) 건설에 합의했다.146) 일본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ESPO의 우선 노선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결국 2010년 9월 27일 완공되어 2011년 1월부터 정식 운영되고 있다.

145) 김송죽, “중국-러시아 송유관 건설의 정치적 동학,” 사회과학연구 , 제38집 1호 (2014), pp. 145~146.

146) 우평균,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일본-중국 간의 경쟁과 한국의 진로,” 세계지역연구논총 , 제23권 2호 (2005), pp. 140~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