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EU를 위협하고 있는 난민위기는 결코 EU와 그 회원 국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내전, 정치적·종교적 탄압, 기후 변화에 따른 기근,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발적 이주 등 이주의 밀어 내기 요인은 실로 다양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어떤 요인이 어느 순간 에 갑자기 폭발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세계적으로 비자발적 이주자는 6,500만 명 이상이며, 이 중 2,13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이주한 난민 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만약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혹은 대 기근, 파멸적인 자연재해 등과 같이 인간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 기가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이주의 물결이 거세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난민문제에 대해 관계적 대응을 해왔던 국가나 지역은 언제나 이 문제가 ‘위기’였지만, 이 문 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던 국가나 지역은 이 문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했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으로 거 대한 이주의 물결이 밀려올 상황을 대비해서 다음과 같은 측면의 선 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북한을 포함한 인접국에서의 밀어내기 요인을 분석하고 감 시하는 위기감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항시 위기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대규모 이주를 발생시키는 정 치, 경제, 사회적 요인은 어느 정도는 사전에 감지할 수 있으며, 그 러한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주가 발 생할 것이며, 유입된 이주민 혹은 난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대한민 국에 체류할 것인지에 대한 분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만약 밀어내기 요인에 의해서 실제 대규모 이주가 대한민국 으로 향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들을 어느 정도 규모로, 얼마의 기간 에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체 수용능력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만약 이주의 규모가 작다면 이들을 수용하여 사회 내부로 통합시키 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또 중장기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다. 이는 이미 EU의 난민수용에 대한 경제효과 예측분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202) 대한민국의 경우는 EU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 행되기 때문에, 난민과 이민자의 수용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혜택 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면, 이를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자기 능력 검증을 실시해서 적정한 수용인원에 대한 사전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수십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입되고 이들이 제2의 이동을 준 비한다면, 주변국이나 제3국과 공동의 망명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들이 입국 즉시 비호신청을 하지 않 고, 제3국으로의 이동을 원한다면 이들을 어떤 식으로 수용하고, 송 출할지에 대한 절차, 조건 등을 제3국과 조율해 공동으로 이에 대응 해야 할 것이다.
넷째, 단순한 경제적 이민자와 난민을 구분하여 비호신청자를 정 확히 가려내는 망명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빨리 판별해낼 수
202) 이에 따르면 EU는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노인부양 비율이 2060년에 50%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이주민을 수용해야 하며, 이주를 수용할 경우 2015년에서 2023년까지 연간 생산증가율이 1.1%에서 1.3%까지 높아지고, 연평균 성장률은 0.2%에서 0.4%로 두 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Credit Suisse, “Can Migrants Boost European Growth, Ease Labor Constraints,” October 16,;
World Bank, “Migration and Remittance Flow: Recent Trends and Outlook, 2013-2016,” Migration and Development Brief 21,
<http://pubdocs.worldbank.org/en/471191444756853938/MigrationandDevelo pmentBrief21.pdf> (Accessed April 23, 2018).
있도록 실무진에게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전에 교육시키는 것도 필 요하다.
다섯째, 난민, 망명, 이민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단 수용 한 난민과 이주민들을 어떻게 사회로 통합시킬지에 대한 측면일 것 이다. 언어교육과 직업교육이 이들의 통합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임 은 분명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전한 통합을 위해서는 난민, 이민자에 대한 일방적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이들 을 수용하는 법적, 인도적, 도덕적, 경제적 타당성을 인식시키고, 이 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관용 증진과 다양성 인정 확대를 위한 폭넓은 시민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난 민, 이주민과 일상의 접촉을 유지하면서 다양하고 유연한 통합 정책 을 실시하게 될 자치단체의 활동과 그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위기발 생 이전에 자치단체의 수용능력과 통합능력 강화를 위한 법적, 행정 적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Korea I 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Korea I 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Ⅵ
결론
이기태
(통일연구원)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북한의 비핵화를 모색하면서 한반 도 평화 무드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궁극 적으로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반도는 대륙으로는 중국, 러시아와 직접적 경계를 이루고 있고, 해양으로는 중국, 일본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향후 국경은 단순한 지리 적 경계가 아닌 초국가적, 초국경적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이전에는 국가 간 안보위협과 글로벌 차원의 안보위협 속에 국경 안보에 대한 논의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평화로운 한반도 정세를 감 안할 때 국경 협력을 통한 국가 간 혹은 초국가, 초국경 협력을 모색 해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본 연구에서는 국경 협 력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알아보았다.
무엇보다 냉전 종식 이후 ‘선’으로의 국경이 아닌 ‘공간’으로의 국경 이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부상하였고, 기존의 지리적 인접성뿐만 아니 라 ‘교류의 공간’으로의 국경도 중요시된다. 따라서 초국경적 협력의 관점에서 국경을 바라보면서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국경 협력의 가능성과 미래를 살펴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또한 이러한 두 가지 이론적 배경 설명과 함께 동북아와 유럽의 에너지, 인프라 등 정치경제적 국경 협력 사례와 유럽의 난민문제와 같은 사회문화적 국경 협력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향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국경 협력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에 대한 선행적 연구사 례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국경 협력이 국가 혹은 중앙정부가 주 도하는 ‘하향식’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시민단체 등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상향식’ 방식의 국경 협력 사례를 제시하려고 하였다. 물 론 이러한 사례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국경 협력에서 국가 및 중앙 정부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난민문제 같은 경우에는 국
가 및 중앙정부의 역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상향식’ 방 식의 국경 협력에서도 여전히 국가 및 중앙정부의 역할을 인정하면 서 지방정부, 시민단체의 역할과 어떻게 융합되고 협력될 수 있는지 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중앙과 지방, 국가(정부)와 비정 부 행위자 간의 국경 협력에 대한 구체적 협력 사항은 다음 과제로 남겨 놓고자 한다.
앞서 본 연구는 배경이론 설명과 함께 주로 유럽 사례를 중심으로 국경 협력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가 향후 한반도 통일 환경에서 국경 협력을 추진하는데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제시하 고자 한다.
첫째, 인간안보와 국경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현대 국경 개념에서도 설명했듯이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 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안보위협이 국경안보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염병이나 테러, 난민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위협은 비전통적 안보 혹은 인간안보로 규정할 수 있는데 한 반도 통일환경에서 이러한 위협요인은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 서 국가 간 혹은 국경 도시 간 국경 협력을 통해 이러한 안보위협요 인을 억제하고, 평소에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밀한 상호 교류가 있 어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을 사전에 마련해서 위기 상황 시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를 실 행할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의 설정 및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와 국경 협력의 정책적 공통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지역협력정책 차원에서 추진전 략을 모색한다. 한반도 통일환경에서 지리적 접근성 차원에서 신북 방정책은 국경 협력 부분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또한 지리적으로
접근하지 않지만 국경의 ‘교류의 공간’이라는 차원에서 신남방정책 역시 국경 협력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인간안보는 지리적 접근성과 상관 없이 한국-아세안, 인도와 협력 가능한 부분 이 있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된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국경 협력 사례는 향후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향후 국경 협력을 위한 구체적 추진전략에 대한 정책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국경 협력을 위한 동북아 지역 내 다층적 행위자들 간의 교 류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여기서 다층적 행위자는 개인(민간), 도시, 정부를 말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영토 및 영해 문제, 역사 문제 등 갈등 및 대립 요인이 많다. 위와 같은 문제로 정부 레 벨에서의 교류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일 관계에서 독도 문제 등으로 일시에 정부 간 교류가 중단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민간단체 및 도시 간 교류는 계속 해서 유지되었고, 이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밑바탕이 된 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동북아 지역 내 다층적 행위자들이 정치경제 적, 사회문화적 공유이익을 확대하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것을 국경 협력에 관여시킬 수 있는 정책적 제도 장치를 모색해야 할 시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