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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계속되는 유럽의 난민위기, 보다 정확히는 유럽 난민 /망명정책의 위기는 2017년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긴급한 위기 상 황에서 벗어나고 있다.160) 이는 EU와 회원국이 급조해 마련한 난민 /망명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난민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유럽 난민/망명정책의 위기는 사실상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에서 2013년 사이 매년 10만 명 내외를 유지하던 난민의 유입은 2014년 28만 명을 넘어서면서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182만 명을 넘어서 사상 최 대를 기록했다. 난민의 물결이 유럽으로 향하자, 유럽연합(이하 EU) 의 외부국경 역할을 하던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등은 밀려드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했고 이들의 비호신청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급기야는 EU에 연대와 부담공유를 요구하거나 혹은 아예 난민 유입을 차단해버리기도 했다.

난민이 유럽으로 향했던 것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었지만, 한 해 18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그동안 이 문제에 대 해 손을 놓고 있던 EU 28개 국가들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고,

160) 본문에서는 난민(refugee), 이주민(migrant), 비호신청자(asylum seeker)를 구분 해 사용한다. 우선 난민은 1954년 UN 난민의정서의 정의에 따라 “분쟁이나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에 속해 있거나 정치적 의견으로 인해 받게 되는 박해를 피해 비자발적으로 조국을 떠나 국경을 넘어 피신하려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이와 는 달리 이주민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자의적으로 자국을 떠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강제적으로 조국을 떠나 다른 국가 혹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분히 자의에 의해서 타국으로의 이주 를 선택한 자들이다. 마지막으로 비호신청자는 어떤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사람으 로 신청국 국내법에 따라 망명이 허용될 때까지 임시로 대기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Ernst and Young Global Limited, “Managing the EU migratio n crisis. From panic to planning,” (2016), p. 2, <https://www.ey.com/Publica tion/vwLUAssets/ey-managing-the-eu-migration-crisis/%24FILE/ey-man aging-the-eu-migration-crisis.pdf> (Accessed March 2, 2018).

이전에 구축해 놓았던 유럽 공동의 망명정책을 손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EU는 그동안 ‘규범 권력자’를 자처하며 인권과 비호신청 자에 대한 권리를 강조해왔던 스스로가 현실에서는 그런 권력을 전 혀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개별 회원국이 감당하지 못하 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견고하고 일관성 있는 공동의 조 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그동안 EU가 이주의 물결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 다. EU는 이미 유럽 공동의 망명정책을 통해 주변국으로부터의 ‘밀 어내기 요인(push factors)’과 EU 자체의 ‘끌어당기기 요인(pull factors)’을 인식하고 있었다.161) EU, 특히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끌어당기기 요인을 지니고 있던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영 국 등은 이미 1956년 대규모 헝가리인의 유입, 1992~1995년 사이 보스니아 난민 유입 그리고 1999년 코소보 난민 유입을 경험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규모가 너무 컸다. 이전에 발생했던 난 민의 물결에 대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2015년의 이주의 물결은 그 규모 면에서 이전의 물결과는 차원이 달랐다. 2015년을 유 럽의 난민 위기라고 칭하는 것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 에서의 밀어내기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고, 이주의 물결 초 기에 독일을 비롯한 특정 국가의 끌어당기기 효과가 너무나 컸던 결 과였다. 이로 인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의 물결은 개별국은 물론 EU 전체적으로도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시리아,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과 나이지리아, 에르트리아를

161) 일반적으로 밀어내기 요인에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문제, 인구과잉, 환경 파괴로 인한 식량부족, 거주환경 악화, 일자리 부족 등이, 끌어당기기 요인은 많은 노동 기회, 각종 사회적 혜택, 이동 용이성, 영구 정착 기회, 가족 재결합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동의 인센티브가 포함된다. Global Crisis Center, Managing the Refugee and Migrant Crisis: The Role of Governments, Private Sector and Technology (PWC: United Kingdom, 2017), pp. 8~9.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밀어내기 요인이 왜 이 시점에서 동시 에 발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측면은 박해와 처벌, 기근 을 피해 안전한 피난처를 구하는 난민이 발생한 것이고, 이들이 어 떤 루트를 통해 유럽으로 향했고, 유럽은 1951년 UN 난민헌장과 1956년 난민 의정서 그리고 EU 혹은 개별 회원국의 법령과 절차를 통해 이들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를 제공했는지 여부이다. 만약 EU 와 개별 회원국들이 그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고 유럽으로 이동한 난민들이 국제법, EU와 회원국의 법령에 따라 합당한 보호 조치를 제공받지 못했다면, EU는 글로벌 규범 권력자로 행동하지 못한 것이며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현재 EU가 지니고 있는 난민/망 명정책과 난민기구를 전면 개혁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정책과 기구 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문에서는 2015년 유럽으로 향했던 대규모 난민 물결의 상황을 살펴보고, EU와 개별 회원국이 국제법과 EU 규정 혹은 지침에 따라 난민들에게 충분하고도 적절한 보호 기제를 제공 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또한 2015년 위기의 상황에서 EU와 개별 회원국이 어떤 식으로 난민, 망명 관련 법령과 기구를 개편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이는 기존 EU와 회원국의 망명/난민정책 이 주로 관계적 대응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난민위기를 거 치면서 법 개정과 기구개편을 통해 이를 보다 장기적인 측면의 구조 적 대응으로 전화시켰음을 파악하기 위함이다.162)

162) 관계적 대응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처하는 것이며, 구조적 대응은 사전적 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문제발생의 원인을 해결하는 대응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솅겐국경 통제, 난민할당, EU-터키 협정체결을 관계적 대응으로, 유럽공동망명체 제(Common European Asylum System: CEAS), 유럽망명지원처(European Asylum Support Office: EASO), 유럽국경해안경비기구(European Border and Coast Guard Agency: FRONTEX) 개혁과 망명, 법령 개정을 통한 공동체방식의 강화 그리고 무역협정, 연합협정, ODA 등을 통해 이민/난민의 밀어내기 요원을 제 거하는 정책을 구조적 대응으로 정의한다.

한편 EU와 개별 회원국 사이의 ‘연대(Sloidarity)’의 원칙에 근거 한 ‘부담공유(burde-sharing)’가 대규모 난민의 물결을 막는데 주력 했다면, ‘난민과의 연대’를 내세운 시민사회와 유로시티(EUROCITIES) 는 그와는 정반대로 난민의 물결을 수용하고 통합시키는데 주력했 음을 확인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본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EU의 난민위 기를 통해 향후 한반도에서 대규모 난민의 물결이 발생할 경우 대한 민국은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간략한 시사점을 제 시한다.

2. 2014년 이전까지 유럽 공동의 이민/망명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유럽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발생한 난 민과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이미 1956년 헝가리 사태 당시 헝가리를 탈출한 약 14만 명의 난민 중 51%에 해당되는 72,000여명을 수용했었고,163) 1992~1995년 보스 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으로 발생한 50만 명 이상의 난민을 한시적 으로 수용한 바 있었다.164) 이 밖에도 유럽은 그동안 중동, 아프리 카, 아시아 등에서 전쟁을 피해 탈출하거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이유에서 가해지는 탄압을 피해 보호를 요청한 수많은 난민을 수용 해왔다. 그러나 1999년 코소보 내전으로 120만 명에 이르는 난민이

163) UNHCR,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A/3123/Rev.1, 1957,”

<http://www.unhcr.org/excom/unhcrannual/3ae68c7c0/report-united-natio ns-high-commissioner-refugees.html> (Accessed April 10, 2018).

164) R. Black and K. Korser, The End of the Refugee Cycle: Refugee Repatriation and Reconstruction (Oxford: Berghahn Books, 1999), pp. 34~38.

유럽, 특히 독일로 밀려들어오자 이제 어느 한 국가가 난민의 물결 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일시적으로라 도 이렇게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할 수는 없었다. 이에 독일은 공동 으로 난민문제에 대처하여 특정 국가의 부담을 줄이고 책임을 공유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른 회원국들도 이에 동감했다.

EU는 이미 1999년 암스테르담 조약을 통해 난민/망명정책을 포함 한 내무, 사법 분야를 공동체의 권한으로 이전해, 공동체, 즉 EU 집행 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영역과 범위를 확장해왔다. 1999년 템페레 이사회에서는 이를 좀 더 구체화해 EU 공동의 난민/망명정책을 마련 하기 위한 조치에 합의했고 이를 통해 난민과 비호신청자의 신원파악 을 위한 공동의 정보체계(Eurodoc) 구축, 1차 입국지에서 비호신청 진행, 비호신청과 난민의 지위에 관한 공동의 기준 마련에 합의했다.

또한 회원국 사이의 연대와 부담공유를 기반으로 공동 재정을 마련하 기로 했고 이에 따라 유럽난민기금(ERF)이 설립되었다.165)

난민/망명정책에 대해 공동체의 권한이 본격적으로 강해지기 시 작한 것은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2009년 이후부터였다. EU는 리스 본 조약을 통해 기존의 경제-사법내무-외교안보의 삼주체제를 없 애고, 경제와 사법내무 분야를 공동체방식으로, 즉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다수결 방식으로 결정하게 되었고, 이로써 사법내무, 그중에 서 이민, 난민, 망명정책의 국가별 차이를 없애고 이를 단일한 기준, 절차, 행동으로 수렴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들은 난민/망명 문제가 사법내무 차원에 한정 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국경관리와 같은 외교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165) 김남국, “유럽연합(EU)의 인권정책: 전쟁, 난민 그리고 정체성,” 유럽연구 , 제12 권 2호 (2007), pp.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