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냉전시대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은 국제문제를 지배하는 이슈 영 역이 안보에서 경제로 확장되면서 크게 증대되었다. 1960년대 말과

울 아카데미, 2003), p. 536.

3) 국경 간 거래나 협력을 뜻하는 영어 표현으로는 ‘cross-border transaction(cooperation)’

이나 ‘transboundary transaction(cooperation)’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 는 주로 인적, 물적 자원이 양자 간에 단일한 경로를 통해 제한된 목적지로 수평 이동 하는 경우를, 후자는 유사한 형태의 자원이 보다 복합적인 채널을 통한 다층적 흐름을 형성하며 교류되는 것을 의미한다. 본 논문에서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국경너머로의 (beyond the border)’ 이동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후자의 표현을 사용한다.

1970년대 초 국제 안보환경은 냉전으로 인한 미소 간 대립이 지속되 는 가운데에서도 일정한 변모의 조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968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조인되었고, 1969년에는 미국이 <닉슨독트린(Nixon Doctrine)>을 발표하며 분쟁지역에 대한 개입 축소에 나섰다. 미소 간에는 <전략 무기제한협상(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 SALT)> 이 시작 되어 긴장완화 분위기를 이끌었고 1979년 미중 양국이 관계정상화 에 합의함으로서 데탕트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70년대 들어 국가 간 경제협력의 분위기 도 빠르게 조성되었다.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의 붕괴, 1차 석유위기와 경기 침체, 유럽경제공동체(EEC)의 확장 등 경제위 기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 이다.4) 그러나 경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간 공조는 국 경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라기보다는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서만 이뤄졌다. 거시경제 정책의 국가 간 조율, 환율관리에서의 국가 간 공조와 같은 의제들은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 사이에서나 논의될 의제였기 때문 이다.5)

주요 선진국이 아닌 세계적, 지역적 차원에서 국경 협력의 가능성 을 제시한 계기는 냉전 이후 국제정치‧경제에서 보인 복합적 변화 에서 기인한다. 냉전의 종식, 정보통신 혁명, 9‧11 테러, 글로벌 금 융위기와 같은 지구적 차원에서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4) Thomas D. Lairson and David Skidmore,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The Struggle for Power and Wealth (Belmont: Thomson Wadsworth, 2003), p. 153.

5) 서방 선진7개국 정상회담(G7)의 전신인 G6 정상회담은 1973년 1차 석유파동과 그 여 파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의 조지 슐츠(George Pratt Shultz) 재무장관이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을 백악관으로 초청 해 환담한 일을 계기로 출범하게 되었다.

로 인해 국경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냉전 종식은 민족 문제의 부상과 국가의 개별 이익 전면화로 인해 오히려 국경 통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9‧11 테러는 국제 분쟁이나 유혈 충돌에서 국경을 마주하는 국가 간 분쟁을 뛰어넘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 등 비국가 행위자 (non-state actor)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 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비국가 행위자 중 개인이건 집단이건 자국 정부의 통제 외부에서 상대국의 비국가 행위자와의 상호작용을 증 대시키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국경 공간의 관리 필요성도 증대되었 다. 마약거래나 인신매매, 난민문제 등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초국 가적 비밀행위자(Clandestine Transnational Actors: CTAs)들이 자국 영토를 무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임무가 국경을 맞대고 있 는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6)

무엇보다도 뚜렷한 변화는 공간을 뛰어넘는 자본과 정보, 기술의 흐름이 추동하는 세계화의 진전이었다. 세계화 국면에서 나타난 자 본, 정보,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의 전방위적 이동은 사실상 국경이 행사해온 분리와 경계의 기능을 해체시켰다. 정치군사적으로는 영 토의 획정과 유지, 외부 침범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자원의 확보와 개발 및 활용의 배타성과 독점성 유지라는 전통적 국 경 기능조차 불분명해지는 효과(border-blurring effects)마저 나 타나는 것이다.7)

이에 따라 국경의 공간을 군사적 요새로의 기능이나 정치적 분리 의 도구를 의미하는 ‘장벽’으로가 아니라 상업적 거래를 위한 ‘교량’

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한다.8) 다시 말해 군사적, 정치적 의미에

6) Peter Andreas, “Redrawing the Line: Borders and Security in the Twenty-first Century,” International Security, vol. 28, no. 23 (2013), pp. 78~79.

7) Ibid., p. 80.

서의 국경보다는 경제적 의미에서의 국경에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국경 협력의 가능성과 미래를 국경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이뤄지는 경제적 거래행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경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의 행위자들 역시 기존의 국가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화한다. 1970년대 이래로 국제정치학자들은 국가의 외교정책 기구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 행위자들이 국경을 넘 어 거래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초국경 거래(transnational interactions)에서 비국가 행위자가 상대국의 국가, 비국가 행위자 또는 국제사회의 행위자를 가리지 않고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사실 은 자국의 통제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9) 초국적 기업은 물론 국제적인 비정부기구(INGO), 국제적 노동조합 조직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가 정부의 통제 바깥에서 거래하고 연대하고 공동의 활동을 조직했다. 정부는 점증하는 초국적 행위자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국가 통제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성과에는 한계가 따랐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는 규제-피규 제의 관계라기보다 상호경쟁의 관계로 진화하였다.10)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상호 경쟁하는 양상이 가장 두드러진 분 야는 초국적 기업(Multinational Corporations: MNCs)의 활동과 관련해서였다. ‘장벽’으로의 국경 기능보다 ‘교량’으로의 국경 기능 이 강조되면서 국경을 초월하거나 우회하는 기업활동의 영역이 더 욱 확장된 것이다. 한편, 초국적 기업은 제3세계 국가에 자본의 투 입, 기술의 이전, 기업관리 능력의 전수 등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8) Ibid., p. 83.

9) Robert O. Keohane and Joseph S. Nye eds., Transnational Relations and World Politic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72), p. xiv.

10) Ibid., p. xxiii.

안겨주기도 했지만 환경오염 산업을 이전하거나 발생 이익의 재투 자를 외면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11)

초국적 기업의 역내 투자를 수용하는 국가로서는 자본과 기술의 국경 간 이동에 일정한 제약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 었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효과는 증대하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은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 수단을 동원하게 된 것 이다. 가장 직접적인 규제는 투자 대상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공공 분야, 특히 철도, 자원개발, 공적 금융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 한 관련이 있는 기간산업분야에 투자 예외 대상을 설정하거나 까다 로운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 허용 업종 중에서도 합 작회사의 현지 자회사 지분율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도 한다. 직접투자를 통해 생산된 물품의 일정 비율에 대해 내수 판매를 제한하고 수출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는 방식도 있다.12)

그러나 이러한 규제정책들도 초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경 협력의 발달을 근본적으로 통제하지는 못했다. 초국적 기업의 증대 와 함께 투자 수용국의 규제는 증가했지만 이와 동시에 명목상으로 만 규제를 충족하거나 규제를 우회하는 현상도 동시에 늘어나기 시 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용국 정부는 일정 비율 이상의 현지 임원 채용 의무화나 제품 생산과정에서 부품 국산화율 등을 규제조 건으로 부과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초국적 기업의 경영 및 생 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면제받기도 한다.13) 무엇 보다도 초국적 기업이 투자회수나 생산거점 이전과 같은 조치를 취 함으로 국경 협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점은 수용국 정부

11) Thomas D. Lairson and David Skidmore,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The Struggle for Power and Wealth, pp. 350~354.

12) Ibid., pp. 354~355.

13) Ibid., p. 355.

의 규제조치에 맞서 이들 기업들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투자 수용국은 규제를 위한 입법권에서부터 국유 화 권한까지 광범위한 제도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반면 초국적 기업 은 수용 희망국 간의 경쟁과 투자확대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 간에는 각자의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하 는 정치적 협상이 불가피했다.14)

초국적 기업들이 주도하는 국경 협력은 이러한 면에서 경제적 이 득의 배분을 뛰어넘어 정치적 위협이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저발전 국가에게 초국적 기업을 파트너로 하는 국경 협력 프로젝트는 발전의 수단이자 해법으로 받아들여졌 다. 초국적 기업에 의한 투자자본의 유입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대규모 장치산업 분야의 발달과 이로 인한 경제성장의 사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적 산업모델은 개방과 교역 증대가 경제적 성취의 수 단이었음을 입증한다.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