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시민사회의 대응
2016년 EU 회원국 10개국 시민 대상의 퓨 리서치(Pew Research) 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난민문제를 해결하는 EU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그리스 94%, 스웨덴 88%, 이탈리아 77%
등이었고, 10개국의 평균비율도 74.7%에 달했다.193) 이와 관련해 유럽의 시민사회와 자원봉사자들은 유럽의 난민위기는 난민의 물결 을 막고자 했던 EU의 ‘연대’와 ‘부담공유’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대안적인 연대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 들은 기존의 연대와 부담공유는 회원국 사이의 연대이며, 특정 회원 국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른 회원국들과 나눈다는 개념은 난민을 EU 및 회원국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라 고 보고, 진정한 연대는 ‘난민과의 연대’라고 파악한다. 이들은 문제 는 난민 자체가 아니라 난민의 유입과 수용을 막고자 하는 EU 및 회원국의 태도이며, 그들을 사회로 통합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 이 전혀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194)
2015~2016년에 절정을 이루었던 난민의 물결에 대한 시민사회 및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EU나 회원국 정부들이 난민의 물결을 차 단하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난민의 이동 루트 에서의 직접적인 구조작전을 포함해, 유입된 난민과 비호신청자들 에 음식과 의복을 제공하거나 주거를 제공해주는 단순 구호활동에 서부터 이들에게 비호신청 절차나 법적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
193) Jacob Poushter, “European opinions of the refugee crisis in 5 charts,” p. 4.
194) Katharina Crepaz, “Common Commitment Civil Society and European Solidarity in the ‘Refugee Crisis’,” pp. 2~3.
고 실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 언어교육, 직업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참여시키고 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활동까지 전 영역에 걸쳐 EU나 회원국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다.
시민사회나 자원봉사자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 구호활동을 하고 또 이들의 통합을 지원했는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EU 내부의 350여 개의 시민사회를 회원으로 두면서 EU 제 도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유럽경제사회위원회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를 통해서 그들의 활 동과 의미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경제사회위원회는 난민위 기의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와 그들이 추진한 271건의 프로젝트 혹은 이니셔티브를 대상으로 2016년 시민사회상(Civil Society Prize)을 수여한바 있다. 이들 시민사회는 국가 혹은 지역 수준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난민의 인권과 기 본권을 지키기 위해 초국경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과 국경을 넘어서 범유럽 수준에서 난민위기에 대응함으로써 EU와 회원국 정부가 집 중했던 난민의 물결 막기와는 정반대인 ‘물결의 수용’을 실천했다.
2015~2016년 유럽경제사회위원회가 선정한 난민문제 우수 시민 사회 사례 중에서 이탈리아의 시민사회가 61건으로 가장 활발한 활 동을 했으며, 오스트리아 33건, 독일 29건, 벨기에 24건, 그리스 15 건 등이었다. 경제사회위원회는 긴급구호 및 구제활동, 법률지원, 행정절차 지원, 서비스, 보호 제공 및 (사회)통합, 차별금지 및 기본 권, 인식증진, 상호이해, 교육훈련과 멘토링 그리고 기타 정보교류 와 유용한 실천 등 모두 8개의 기준을 통해 난민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을 평가했는데, 이렇게 해서 선정된 5개 시민사회의 활동을 간 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95)
195)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How Civil Society Organisations
<그림Ⅴ-8> 회원국 시민사회 지원 유형과 수
출처: EESC, op. cit., p. 7.
헝가리 시민사회인 아르테미치오 재단(Artemisszio Foundation) 은 난민, 이민자의 원활한 사회통합을 위해 이들에게 다양한 언어교 육, 직업 능력 함양, 시민교육을 제공했다. 아르테미치오 재단은 ‘가 교건설(Building Bridges)’ 프로젝트를 통해 난민, 이민자들과 한시 적인 멘토 관계를 맺고 이들이 일상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이런 멘토 관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려고 계 획한다.
둘째, 그리스 레스보스에 근거를 둔 비영리 단체 일리아트티다 (Iliaktida AMKE)는 지원봉사자들을 조직해 난민과 이민자들의 필 요에 부응한다. 이들은 특히 보호자 미동반 아동, 노년층, 장애인
Assit Refugees and Migrants in the EU: Successful experiences ad promising practices from the 2016 EESC Civil Society Prize (Brussels: EESC, 2017), p. 3.
난민, 이민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회적, 법률적, 심리적 지원을 한 다. 일리아트티다가 내세우고 있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난민들을 난 민캠프에서 빼내 지역 공동체로 통합시키는 것인데, 자체적으로 게 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아파트를 임대해 그곳에서 난민들이 새로 운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셋째, 독일의 SOS 지중해(SOS Mediterranée)는 2016년 2월 활 동을 개시한 이후 지중해에서 익사 위기에 처한 5,400명 이상의 난 민을 구조했다. SOS 지중해는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와 함께 지중해에서도 가장 위험한 난민 이동루트인 시 칠리 람페두사와 리비아 사이의 해역에서 아쿠아리우스 구조선을 운영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범유럽 네 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SOS 지중해는 지중해에서의 직접적인 구조 활동 이외에도 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난민과 유럽인들의 상호 이 해를 돕고 있다.
이외에도 스페인의 SOS Racismo Gipuzkoa Gipuzkoako는 특히 인종차별주의, 불관용, 외국인혐오주의와 맞서 싸우는 단체이다. 이 들이 진행하고 있는 ‘옆집가족(Next Door Family)’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이 난민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진정한 이웃으로 대하게 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가 아닌 개인의 구호활동도 많았는데, 난민들에게 매일 100kg의 빵을 제공한 그리스 코스 섬의 제빵사 아르바니타키스(D.
Arvanitakis)의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이후 다른 시민들도 이와 유사한 활동에 동참하면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크게 증가했다.
나. 유로시티의 대응
많은 시민사회가 난민의 구조, 구호활동뿐만 아니라 이들을 사회 로 통합시키기 위해 지역, 국가, 유럽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이 없다면 이들의 활동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경제사회위원회가 직, 간접적으로 유럽 시민사회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지만, 시 민사회의 수가 많고 활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개별 프로젝트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기는 불가능하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역시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개인적인 능력으로는 난민에 대한 직접적인 구 조 활동을 전개하거나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사회통합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EU와 회원국 정부 수준의 활동과 시민사회, 자원봉 사자들의 활동을 잇는 유로시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유로시 티는 1986년 바르셀로나, 버밍햄, 프랑크푸르트, 리옹, 밀라노, 로테 르담 등 6개국 6개 도시로 출범한 범유럽 도시 간 네트워크로 현재 유럽의 130개 이상의 도시와 40개 이상의 파트너 도시가 참여해 EU 와의 관계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정치적 플랫폼으로 성장한다.196)
이번 유럽의 난민위기에 대해 유로시티는 도시가 난민의 도착점 이자 이동의 허브이며,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최종 목표지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도시가 EU나 중앙정부가 대응하지 못하는 다양 하고 긴급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을 사회 에 통합시키고 결속을 다지는 주체라고 강조했다.197) 특히 2015년
196) EUROCITIES, Strategic Framework 2014-2020: Towards an Urban Agenda for the EU (Brussels: Eurocities, 2016), p. 7.
197) EUROCITIES, Refugee Reception and Integration in Cities (Brussels: Eurocities, 2016),p. 6.
난민위기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이미 유로시티는 “비호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는 중앙 정부지만, 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주체는 도시”라고 선언하면서 도시가 중앙정부와 비교해서 훨씬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난민문제에 대응하고 EU와 정부가 처한 도전 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유로시티는 다양한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난민수용과 이들의 사회 통합을 매 우 효율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선언했다.198)
또한 도시는 일시적인 수용이나 구조 활동 이외에도 EU 수준, 국 가수준에서 만연되어 있는 난민, 비호신청자,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 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이들이 진정한 이웃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보다 장기적인 통합에 대비한다. 독일의 라 이프치히와 네덜란드의 유트레히트에서는 수시로 주민 설명회를 개 최해 도시 내 난민 상황을 시민들에게 설명하여, 난민에 대한 막연 한 두려움, 공포, 적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데 주력한다. 유트 레히트 시의 경우 주민 설명회에 난민/망명담당 부시장, 경찰서장, 난민캠프 의사, 지역정책 담당 부시장, 자원봉사 활동가 등이 참석 하여, 주민들이 난민, 이민자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고 관용과 인권, 법치 등에 대한 시민적 태도 를 강화시키고 있다. 도시들은 이와 관련해 시 공식 웹사이트와 소 셜 미디어를 활용해서 정보를 전달하며, 어떤 경우에는 난민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웹사이트를 개설해 주민과 난민 모두에 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런 활동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아주 중요한데, 예를 들어 경찰, 병원, NGO, 쉼터 등의 전달 사항을 빠르게 공지할 수 있다. 뮌헨과 비엔나는 이미 이런 정 보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도시들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정보를
198) Ibid., p. 7.